오늘(20일·수)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절기, 춘분(春分)이다. 춘분은 경칩(警蟄)과 청명(淸明) 사이에 들며 대개 양력으로는 3월 20~21일경이다.
춘분 무렵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일년 중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과거 조상들은 이때를 '춘분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일년내내 배부르지 못하다'고 여기며 춘분날을 농경일로 삼아 씨앗을 뿌렸다.
춘분은 태양이 남에서 북으로 천구(天球·둥글게 보이는 밤하늘의 학문적 용어)의 적도와 황도(黃道·천구에서의 태양 궤도)가 만나는 날이다. 이 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진다. 또 일년 중 춘분 이후 20여일이 기온 상승이 가장 큰 때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춘분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가 있다. 3월의 이른 봄에도 꽤 추운 날씨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삼사월 꽃 피고 잎 날 때 추위가 오기도 하는데 이때 추운 것은 날씨가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샘하므로 춥다고 해 '꽃샘' 또는 '잎샘'이라 부르는 것이다. '설늙은이'라는 단어는 젊지도 아니하고 아주 늙지도 아니한 조금 늙은 사람을 가리킨다. 이를 '반늙은이' 또는 '중늙은이'라고도 한다. 삼사월에 꽃과 잎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는 중늙은이가 얼어 죽을 정도로 제법 춥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꽃샘, 잎샘에 반늙은이 얼어 죽는다", "삼월 바람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보리누름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 등이 있다. 여기서 보리누름이란 보리가 누렇게 익는 철을 가리킨다. 특히 이 무렵이면 날씨가 마냥 따뜻해야 할 터인데 바람이 불고 춥기까지 한 날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봄바람에 죽은 노인'이란 말도 있는데 추위를 매우 잘 타는 사람을 놀리는 뜻이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기사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