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신 : 24일 오후 5시 10분]
24일 오후 5시 10분,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마지막 항공편의 탑승수속이 끝났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나타나지 않았다. 퇴임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려던 그의 계획은 일단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오마이뉴스>는 원 전 원장의 미국 출국설과 함께 스탠포드 대학에 머무를 계획임을 보도했다. 몇 년 동안 국가기밀을 다루던 국정원장이 퇴임 3일 만에 미국으로 떠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또 정치개입 의혹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과 참여연대는 원 전 원장의 출국을 저지하기 위해 이날 오후 2시부터 공항 출국장 입구를 지켰다.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듣고 온 시민 10여 명도 함께했다. 하루 전날 법무부가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일부 언론이 보도했지만, 검찰과 법무부는 출국금지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날 공항에 나온 진 의원실과 참여연대 관계자들은 총 4개의 국제선 출국장 입구를 인원을 나눠 감시했다. 당초 중요인사들이 이용하는 귀빈실을 통해 출국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진 의원의 확인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측은 '국정원은 정치금지, 원세훈은 출국금지'라는 손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공항에 나타나지 않은 원 전 원장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그의 서울 관악구 자택에는 이날 오전, 오후 내내 인기척이 없을 정도로 조용했다. 겉으로 봐도 사람의 왕래가 전혀 없는 '빈집'이었고, 한 달여 전 "이삿짐을 나르는 걸 봤다"는 이웃 주민들의 증언을 보면 그가 자택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미리 출국했을 가능성도 높지 않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1일 오후 늦게 비공개로 퇴임식을 진행했다. 이후 출국계획이 알려진 것은 22일이다. 당초 24일 항공권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된 바, 그에게 여유시간은 단 하루뿐이었다. 원 전 원장 측도 이날 민주당 측에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 없다"고 알려왔다.
진 의원은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가 공식적으로 확인돼야 한다, 오늘은 국민들의 여론으로 막은 것"이라며 "원 전 원장은 여러 혐의로 고소가 돼 있고, 사건 배당도 완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대로 된 수사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신변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원은 계속 업무특성 상 비밀이라며 불리한 사실들에는 말을 바꿔왔다"며 "국정원장 교체 시기인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도 높다, 필요하다면 원 전 원장 구속수사도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내부전산망 게시판을 통해 국내 정치 개입 지시를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진 의원이 '원세훈 지시사항' 문건을 공개한 이후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잇달아 고소·고발을 당했다.
개 짖는 소리만 요란했다.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지만 집 안의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오마이뉴스>가 24일 오전 다시 찾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자택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당초 원 전 원장은 이날 오후 미국행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한 지 사흘 만에 바쁘게 한국을 떠나려 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이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지면서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그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도피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측이 법무부에 지난 23일 오후께 원 전 원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신청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원 전 원장의 자택 앞에서도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집을 오가는 사람도 전혀 없었다. 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기자들만 골목길을 서성거릴 뿐이었다. 집의 모든 창문들은 하얀 블라인드와 커튼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침대 매트리스, 훌라후프 등 쓰지 않는 가재도구들이 마치 '바리케이드'처럼 쌓여져 있기도 했다.
인근 놀이터에서 내려다 본 풍경도 을씨년스러웠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계단 위에는 나무 장작들이 담겨 있는 노란 색 박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택 왼쪽 편 개집에 묶여 있는 진돗개만 홀로 그릇을 뒤적거리다 가끔씩 집 밖을 향해 짖어댔다.
보이는 모습은 '빈 집' 그 자체였지만 '경비'는 철저히 되고 있었다. 건물 모서리마다 CCTV가 설치돼 있었고, 담장과 창문마다 동작감지센서가 달려 있었다. 한 사진기자가 담장을 넘어 집 안을 들여다보자, 15분 정도 뒤 사설 경비업체 직원이 오토바이를 몰고 와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는 "집 안에 있는 누군가가 신고한 것이냐"는 질문에 "동작감지센서에 이상이 감지돼 점검하러 온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러시면 우리로서도 신고할 수밖에 없다"며 "집은 비어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상, 집을 장기적으로 비우면 계약을 따로 맺기도 하느냐"고 묻자, "그 부분은 본사 담당이라 잘 모른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기자들의 모습이 익숙해 보였다. 한 40대 남성은 "요새 여기서 (원 전 원장을) 못 봤다, 잘 안 오시는 것 같더라"며 말끝을 흐렸다. / 이경태 기자
[4신 : 24일 오전 11시 30분]"원세훈측, 민주당에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 없다고 전해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출국금지 조치 여부가 최종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원세훈 전 원장측이 민주당쪽에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원세훈 전 원장이 직접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그가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 없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국정원에서도 "원 전 원장의 미국행은 계획된 바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현장 취재를 통해 원세훈 전 원장이 한달 전부터 이삿짐을 정리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의 미국행 계획 자체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체들이 전날(23일) "원 전 원장의 출국이 금지됐다"고 보도한 것을 두고 '역정보'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고위관계자는 "검찰쪽에다 원세훈 전 원장의 출국금지 조치 여부를 질의했더니 '수사중인 사건이라 수사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답변해왔다"며 "검찰이 결국 출국금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그는 "게다가 원세훈 전 원장을 상대로 여러 건의 고발·고소사건이 제기된 상황이기 때문에 검찰이 이것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만약 원세훈 전 원장이 출국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오는 4월 2일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당의 또다른 관계자는 "여러 경로로 원세훈 전 원장의 출국금지 여부를 확인해봤지만 최종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며 "국정원에서 청와대발 언론보도까지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원세훈 지시사항' 25건을 공개했던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인천공항에서 '원세훈 출국 저지' 행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3신 : 23일 오후 6시 50분]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미국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원세훈 전 원장은 내일(24일)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그의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종편채널 < TV조선 >은 23일 청와대발 기사에서 "정부 고위관계자에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검찰이 30분 전 원 전 원장의 출국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이날 오후 6시 이전에 원세훈 전 원장의 출국을 금지시켰다는 내용이다.
원세훈 전 원장의 미국행이 <오마이뉴스> 등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됐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에서 "출국금지시키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검찰이 뒤늦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등에서는 공식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검찰은 원세훈 전 국장의 출국을 금지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오전 내내 검찰에 확인해봤지만 출국금지 조치를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원세훈 전 원장이 미국행을 계획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그가 2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항공편을 예약한 것이 확인돼 이날 오후 4시부터 5시 사이에 미국으로 떠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그가 한달 전부터 미국행을 위해 이삿짐을 꾸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앞서 언급한 정치권의 인사는 "원 전 원장이 살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한달 전에 탑차(이삿짐을 나르는 차)가 와서 이삿짐을 날랐다고 한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의 미국행은 계획된 바 없다"는 국정원의 해명과 전혀 다른 정황이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며칠 전까지 기밀을 다루던 국정원장이 바로 외국에 나가는 것은 국가기밀 보호에 엄청난 위협이다"라며 "이렇게 외국으로 나간 경우는 유신시절 내부 권력투쟁에서 패한 김형욱 전 중정 부장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해를 무릎쓰고) 임기가 끝나자마자 출국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23일, 원세훈 전 국장 자택 인근 주민들로부터 원 전 국장이 퇴임하기 전부터 이사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원세훈 전 국장 자택 앞에서 사는 한 60대 아주머니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하루 전(2월 24일)에 사람들이 들고나면서 현관과 대문까지 비닐로 다 덮었다"며 "집 안이 하나도 안보이게 해놓아서 기밀서류를 옮기는가 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7년간 살았다는 또다른 아주머니(60대)는 "근처에 운동하러 왔다갔다 하는데 지난주 평일 낮에 국정원장 자택 앞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걸 봤다"며 "용달차와 탑차 2대가 동원돼 이삿짐을 싸길래 좋은 데로 이사가나 보다 했다"고 말했다.
시점에서 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원세훈 전 원장이 약 한달 전부터 이삿짐을 어디론가 옮기기 시작했다. 이것은 24일 미국행을 위한 조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7시 넘어 <오마이뉴스> 기자가 원세훈 전 원장 자택을 방문해 벨을 눌러보았지만 인기척은 없고, 두 마리의 개가 짖는 소리만 들렸다. 집 안에 사람이 있는지 가림막이 쳐진 2층 방에는 불이 켜져 있다. / 강민수 기자
[2신 : 23일 오전 8시 10분] 원세훈 전 국정원장, 퇴임한 지 3일 만에 미국으로 떠난다
국내정치 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오는 24일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에서 추가로 취재한 결과, 원세훈 전 원장은 오는 24일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했으며, 이후 스탠퍼드대(캘리포니아주)에서 체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미 스탠퍼드대 초빙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해 국회 정보위에서 "국정원장에서 물러나면 스탠퍼드대학으로 갈 계획이 있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원 전 원장은 지난 21일 저녁 퇴임식을 연 지 사흘 만에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이어서 '도피성 출국'이라는 의혹을 받게 됐다.
원세훈 전 원장은 당분간 귀국하지 않을 계획이고, 검찰은 그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원 전 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각종 고소·고발사건들의 수사에 차질이 예상된다.
<오마이뉴스>는 전날(22일) "원세훈 전 원장이 21일 오후 늦게 퇴임식을 열었고,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스탠퍼드대에 머물 계획이다"라고 단독으로 보도했다.
[1신: 22일 오후 4시 15분]'국내정치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퇴임 이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은 어제(21일) 오후 늦게 퇴임식을 열었고, 이후 미국으로 출국해 스탠퍼드대에 머물 계획이다. 다만 그의 출국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국내정치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그의 출국이 '도피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원세훈 전 원장은 지난 2006년 6월 서울시 부시장직에서 물러나 미국 스탠퍼드대 초빙연구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행정안전부장관을 거쳐 지난 2009년 2월부터 국정원장으로 재직해왔다. 지난 1998년 안전기획부(안기부)가 국정원으로 개칭한 이래 최장수 원장이다.
"국내정치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 검찰 출금 조치해야"'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원세훈 지시사항') 25건을 공개한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때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정국을 뒤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의 장본인으로서 도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대응해야 나머지 구성원들과 국민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원세훈 전 원장은 현재 국내정치 개입 의혹 논란의 핵심적인 인물이고, 오랫동안 국정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들을 가지고 정권과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한 핵심관계자는 "어제(21일) 밤중에 간부들만 불러서 퇴임식을 했다"며 "(원세훈 전 원장은) 이임사에서 '저를 열심히 도와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국가안보를 위해 열심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원세훈 전 원장의 미국행과 관련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원세훈 전 원장은 진선미 의원이 '원세훈 지시사항' 문건을 공개한 이후 시민·사회단체들로부터 잇달아 고발당했다. 민변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참여연대는 국정원법 제9조(정치관여 금지)와 제11조(직권남용 금지)·공직선거법 85조(공무원 선거운동 금지) 등을 위반한 혐의로, 같은 날 전교조와 민주노총·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는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원세훈 전 원장을 지난 21일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국정원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최성남)에 배당했다. 하지만 아직 검찰은 원세훈 전 원장의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