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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다. 몇 년 전 쓴 글("여자친구 생긴 날, 휴대폰 해지… 제정신이야?")을 보고 아직도 그들이 휴대폰을 쓰지 않는다면 취재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핸드폰 없이 사는 사람들은 우리 시대 진짜 기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여자 친구와 사귄 기념으로 핸드폰과 헤어진 그때 그 청년은 지금 결혼해 홍천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다. 부부가 하나의 폰으로 필요할 때마다 돌려쓰고 있다. 전혀 불편함 없이. 이럴 때는 공중전화 카드를 챙기고, 자주 가는 길목의 어디에 공중전화 박스가 있는지 미리 기억해 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천연기념물까지는 아니지만 핸드폰 없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핸드폰 사용자가 5000만 명을 넘었고 스마트폰 사용자도 3000만 명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떴다. 공중전화는 우리 눈에서 멀어졌고, 집전화도 밀려나고 있다. 한때 출근길 지하철을 휩쓸었던 무가지 신문을 보는 풍경도 사라졌다. 대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오락에 흠뻑 빠져 있다. 하도 여러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어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꺼내 만지작거리게 만든다. 심지어 걸어가면서도 눈은 폰에 가 있다.

물론 스마트폰이 '스마트'한 면이 있다. 편하게 인터넷을 쓰고 메일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SNS로 어디서나 페친(페이스북 친구)·트친(트위터 친구)들과 대화하고 정보도 주고받는다. 다양한 어플을 내려 받으면 일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영화와 음악 감상에서 프레젠테이션 등 사무와 은행 업무, DMB까지 별의별 기능들이 손바닥 만한 것 안에 다 들어 있다.

2년 넘게 스마트폰 쓰던 그가 피처폰으로 바꾼 이유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4S'.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애플의 '아이폰4S'. ⓒ 권우성/유성호

많은 회사들이 페이스북으로 거의 모든 보고와 업무 지시, 토론 등 일을 처리한다. 업무에 관한 글이 뜨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기능 덕분에 실시간 확인도 가능하고, 상대방은 내가 그 글을 언제 보았는지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구속하고, 우리와 빈틈없이 동행하는 신적인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 마을에서는 2013년이 들어서면서 스마트폰을 피처폰(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에 쓰던 핸드폰)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나님 대신 자꾸 우리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가는 것들을 멀리하는 게 영성을 수련하는 일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란다.

2년 넘게 스마트폰을 써온 재혁 님은 최근 피처폰으로 바꿨다. 스마트폰으로 처리했던 일들은 컴퓨터 앞에 있을 때 해결하고, 출퇴근길에는 책이나 성서를 보고 묵상을 한단다. 폰을 바꾼 지 석 달이 넘어가는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알아야 할 것 같은 정보 홍수에서 벗어나니 상쾌하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이별하고 나서 더 스마트해졌다.

피처폰으로 바꾼다고 하면 핸드폰 가게 점원부터 이상하게 쳐다보고, 친구들도 카톡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주변에서는 별종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아름 님은 스마트폰과 헤어지길 잘한 것 같다고 했다. 궁금하면 바로바로 검색해서 처리하던 습관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여유롭게 대처하는 삶으로 바꿔가고 있는 중이다.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핸드폰을 쓰기도 한다. 종일 같은 일터에서 일하니 굳이 사람마다 핸드폰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핸드폰 없이 지내도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여러 사람이 쓰는 전화가 주는 생활의 재미도 있다. 친구 부모님의 전화를 먼저 받을 때가 있다. 몇 번 그러다보니 친구를 대신해 안부를 전하기도 하고, 나중에 실제로 뵈었을 때도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대세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핸드폰 제조사들이 몇 년 뒤부터는 스마트폰만 생산하기로 했다는 뉴스도 떴다. 예상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는 문명의 이기를 활용하는 이들이 있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사용을 미루거나 절제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문명과 욕망을 거스르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스마트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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