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6일 오후 5시 20분]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누드사진 검색'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6일 심 최고위원에 대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요청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국회법 25조 품위유지의 의무·국회의원 윤리에 대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현재 심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 중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누드 사진을 감상하고, 이후 거짓 해명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심 최고위원은 문제의 모습을 처음 보도한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누군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뭔가 하고 봤더니 그게 나오더라,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사진 기자가 최고위원 본인이 직접 검색을 해 문제의 사진을 봤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닌가"란 질문에도 "아니다"고 말했다. 심 최고위원은 "(누드 사진을) 보고자 했으면 제 방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시원하게 보지 굳이 그렇게 봤겠느냐"고까지 반문하면서 부인했다.
그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심 최고위원이 거짓 해명을 한 점이 들통났다. <민중의 소리>에 의해, 심 최고위원이 직접 자신의 스마트폰에 '누드'라고 검색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후 심 최고위원은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사실상 잠적한 상태다. 심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도 불참했고, 자신이 주최한 '해외 선진국 스마트융합산업 정책연구 세미나'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동일한 잣대 들이대야"... 심재철의 자업자득? 심 최고위원이 따가운 여론을 피해 모습을 감췄지만 야권의 공세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는 심 최고위원의 과거 행동에 대한 '괘씸죄'도 녹아 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누드사진 검색' 사건에 대한 "어제 아침 회의에서 강경파 입장을 취했다"며 "민주통합당 이종걸·임수경·김광진 의원 등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가 생각나서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심 최고위원이 과거 이종걸 의원의 '그년' 트윗에 대해 밝혔던 입장을 '역지사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심 최고위원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이 의원의 이번 언행은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치인의 품격을 훼손시킨 저속한 행위"라며 "(이 의원은) 네티즌에게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고 솔직하게 사과한 뒤 당분간 SNS 활동도 자제하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대변인은 "이 의원에게 심 최고위원이 한 비판은 지금 그가 처한 상황에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다"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감상한 그의 처신이 '대한민국 정치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치인의 품격을 훼손시킨 저속한 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 최고위원은 누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줘서 뭔가 하며 봤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놔 더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며 "자신이 이 의원에게 내놓은 권고를 스스로 지키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심 최고위원의 '잠적'에 대해서도 "핸드폰을 꺼두고, 최고위원회에도 불참했다, 사실상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또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했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스스로 관음증에 가까운 음란행위를 한 것으로 느끼고 있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반성과 책임을 질 것인지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2일 간 장기 표류했던 정부조직법 협상 당시 심 최고위원이 야권을 향해 날을 세웠던 점,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던 민간인 불법사찰 특별위원회 문제도 거론됐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3월 22일 산고 끝에 결실을 맺은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는 도중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새누리당 최고 지도부의 한 사람인 심 최고위원이 한가롭게 스마트폰 검색에 몰두하고 있었다"고 심 최고위원을 질타했다.
그는 "그렇게 우리 보고 발목 잡는다고 주장했던 새누리당의 최고지도부 심 최고위원이 한가하게 스마트폰을 보면서, 그것도 누드사진을 봤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으로 부끄러웠다"며 "거짓해명까지 했다는 것을 듣고 한 자리에 앉은 국회의원으로서 제가 오히려 부끄러울 따름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 최고위원은 민간인불법사찰특위 위원장으로도 있는데 지난 7월 이후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고 특위 위원장으로서 따박따박 수당은 받아가고 있다"며 "일할 분 많으니 제발 윤리특위위원도 내놓고, 민간인불법사찰특위 위원장도 내놓길 정말 원한다"고 꼬집었다.
이경재 '성희롱' 전력 재조명에 이석기·김재연 자격심사 논란까지 겹쳐
이 같은 공세는 단순히 심 최고위원 개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다. 이미 대여(對與) 공세의 한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상희·남윤인순 등 민주당 여성의원 23명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심 최고위원을 규탄했다. 또한 이들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된 이경재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2월 정개특위 위원장이었던 이경재 내정자가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있던 김희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다른 여자가 우리 집 안방에 누워있으면 주물러 달라는 것 아니냐'는 발언을 해 여성부에서 경고했다"며 "성희롱 발언으로 경고까지 받은 전직 의원을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의 권익을 보장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이 맞느냐"고 지적했다.
김상희 민주당 여성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써 여성들의 기대가 큰 만큼 성추문과 성희롱 사건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며 "여성 인권 문제가 달라지는 첫 번째 징표는 이 내정자에 대한 지명 철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이 발의돼 있는 통합진보당은 심 최고위원의 윤리특위 위원 자격을 묻고 있다.
통합진보당 여성위원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심 의원은 국회 윤리특위 소속으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계속 주장해 왔던 인물이나 우리는 그가 국회의원의 '자격심사'에 관여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며 "회의장에서 누드사진을 보고, 뻔뻔스럽게 거짓말 해대며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 누가 누구의 윤리·도덕을 판단하고 평가한다는 것인지 실소가 절로 나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