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블로그상에서 찍사코상(김호상·35세)님과 은탱(이은영·33세)님으로 유명한 이 부부가 요즘 군산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길이나 마트에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모자라 며칠 전엔 작은 쪽지(펜레터)까지 받았단다. 게다가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이 부부를 알아봐주고 아는 척까지 한다니 군산의 유명인사(?)가 따로 없다.
코믹과 막장(?)의 사진들기자 역시, 이 부부를 안 건 1년이 채 넘었다. 실제 만난 건 아니고 인터넷상에서다. 인터넷으로 군산 맛집을 검색하다 보면 이들 부부가 찾은 맛집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음식 사진만 올려놓았다면 이들 부부를 알고 기억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들 부부는 맛있게 먹는 사진까지 올려놓는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호상씨, 모델은 은영씨다. 코믹과 막장(?)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웃기는 이들 부부는 기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블로거들을 단번에 매료시켰다.
웃겨서 눈물나는 사진지난 13일, 군산 맛집을 검색해 보다 이들 부부가 업데이트한 새로운 사진들을 보게 됐다. 보는 내내 웃겨서 눈물이 났다. 코믹스러운 표정과 제스처는 물론 코멘트로 달린 글들이 웃음을 증폭시켰다. 기자의 본능(?)이랄까. 이들 부부를 만나고 싶었다.
단 1초의 주저 없이 호상씨에게 쪽지를 보냈다. 그 내용은 단도직입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서 전화가 왔고, 블로그상 유쾌한 성격답게 취재에 응했다. 지난 20일, 늦은 저녁 이들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유쾌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설렌다.
찍사코상의 맛있는 소통이들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 제목은 '찍사코상의 맛있는 소통'이다. 부제도 있다. 은탱과 함께 떠나는 군산 맛집 식도락 여행이다. 주로 군산의 맛집이 대부분이며, 군산의 맛집을 주축으로 맛집지도를 그려냈다. 그리고 전국의 맛집, 일상의 모습, 여행 사진 등이 담겨 있다.
호상씨의 닉네임(찍사코상:사진을 찍는 코(호)상)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잘한다. 예전엔 주로 일상사진을 찍다 본격적으로 음식사진을 찍게 된 건 2006년쯤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3년 전 결혼과 함께 은영씨가 메인 모델이 되면서 이 블로그의 인기는 고공 행진했다.
인터넷카페 '군산사랑'에서 싹튼 러브스토리이 부부가 만난 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카페 '군산사랑'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 모임은 이름 그대로 군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군산을 이롭게 하는 데 이야기하고 자원봉사를 하는 곳이었다.
자주 보고 만나면서 사랑이 싹튼 남녀는 결혼에 이르렀고 지금은 군산의 대표코믹커플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산다. 그 모습은 블로그상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호상씨가 직접 만든 커플송부터 결혼기념일 이벤트까지 눈꼴시어 못 봐줄 정도다.
꿈 많은 사회복지사, 카메라를 들다이쯤 되면 호상씨의 직업이 궁금해진다. 카메라 관련 직종에서 일할 것 같지만 그는 무려 8년차 사회복지사다. 장애인시설 구세군 군산목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코상이라는 닉네임도 이곳 장애인 친구가 지어주었다는데 사연은 이렇다.
호상이라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사람의 '코'와 밥 '상'으로 설명해 알려주었더니 잊지 않고 불러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곳에서 코상으로 통한다. 68명의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호상씨는 이곳에서의 생활도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하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장애인들의 인권보호에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그는 재능 풍부한 예술가였다. 그러나 사회복지사로 전향하고부터는 잠재된 끼를 발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대신 카메라를 들게 됐다. 카메라라면 자신의 예술적 욕구를 채워줄 거라 생각했다. 중고로 어렵게 장만한 카메라 한 대는 그를 '찍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카메라 관련 책과 잡지를 수없이 보게 됐다. 이젠 사진 찍는 게 가장 재밌고 행복한 그가 됐다.
맛집 블로그로 인한 부작용?!호상씨보다 더 유명인사라면 단연 은영씨다. '은'영과 곰'탱'이를 합쳐 인터넷상에서 은탱님으로 불리는 그녀는 개그우먼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표정연기를 갖고 있다. 사실 은영씨 때문에 이 블로그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스꽝스럽다 못해 망가지는 본인의 사진을 올린다는 게 대단히 껄끄러울 수도 있겠지만 이제 그녀는 그러려니 한단다. 낯을 굉장히 가린다는 그녀는 처음 그런 사진들이 싫었다. 시어머니도 탐탁지 않아 했단다.
그러나 자신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을 보며 즐겁다 못해 행복하다는 남편, 가족, 주변 지인들을 보면서 자신 역시 나쁘지 않았단다.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것도 또 다른 행복으로 받아드렸다. 부작용이라면 지금껏 200여군데가 넘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맛있게 먹느라 살이 쪘다는 것. 정녕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건가? 은영씨 다이어트때문에 힘들겠지만 맛있게 먹는 것 역시 포기할 수 없겠다. 이젠 은영씨의 먹는 모습을 좋아하는 펜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칭 군산홍보대사?!이들 부부의 블로그가 유명세를 타면서 자연히 군산여행객이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산 맛집을 가기 위해 군산여행까지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사진과 글을 올리는데 신중해 진다는 이들 부부는 지난 삼일절에는 '당일치기 군산여행코스'를 기획해 군산의 명소 소개까지 나서고 있다. 가만 보니 이 부부 '군산사랑' 모임에서 만난 커플이 아니던가. 군산을 알고 알리는데 아무래도 일가견이 있겠다.
자칭 군산홍보대사(?)로 자신들이 사랑하는 군산을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는 이들 부부. 앞으로 담아낼 군산의 맛있는 모습, 그리고 부부의 코믹(?)한 러브스토리가 무척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서해타임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