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57) 경찰청장 후보자가 자신의 석·박사 논문이 표절임을 인정했다.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등 도덕성 의혹을 인정함에 따라 다음날 열릴 청문보고서 채택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청문회 오전 질의에서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부인하던 이 후보는 오후에 이어진 야당의원들의 추궁에 석·박사 논문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석·박사 논문 표절 인정에 도덕성 치명타먼저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석사 논문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이 후보자가 작성한 1983년 석사 논문은 1년 앞서 이종수씨가 쓴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과 10여 쪽이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일치된 것은 잘못"이라며 "30년 전, 작성할 당시에 비슷한 논문이라면 참고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진 의원은 "이 후보의 석사 논문은 참고가 아니라 복사 수준"이라며 "저작권법 위반으로 수사받아야 할 정도"라고 질타했다.
이 후보는 1983년 동국대 행정대학원 안보행정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면서 '한국 경찰 중립화 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은 1982년 이종수씨가 작성한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과 10여 쪽이 일치한다.
같은 당 김민기 의원은 지난해 8월 통과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박사 논문, '외사경찰의 조직 몰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오전 질의에서 "박사논문은 긴 시간을 두고 쓴 논문으로 표절은 아니다"라고 부인한 이 후보는 오후에도 이어진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불찰이다, 사과한다"... 여당 의원도 "자괴감이 든다"
김 의원은 먼저 2007년 계명대학교에서 발표한 논문이 30여 쪽 같다는 점을 들어 "표절이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어 김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표절로 확인된다면 경찰청장직을 걸 수 있냐"고 거들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확인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며 버텼다. 이 논란으로 청문회가 정회되기까지 했다. 속개된 후 이 후보는 "바쁜 업무 중에 작성한 박사 논문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저의 불찰이다, 사과한다"고 말해 표절 사실을 인정했다.
이날 청문회 내내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서 작성 등에 대해 거듭,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이 후보자는 여당 의원들도 "자괴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올 만큼 백화점식 '의혹 투성이'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안전행정위원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며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도리를 생각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유대운 민주통합당 의원은 "법을 어긴 사람이 어떻게 법질서를 잡겠느냐"며 "흔한 말로 웃기는 이야기"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경찰대 폐지, 로스쿨 특채 등에서는 소신 밝혀 이날 청문회 오후 질의에는 경찰 정책에 관한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최근 벌어진 주한미군 범죄와 관련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 후보는 "독자적인 신병 확보를 통해 주한미군의 죄를 경찰이 직접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는 경찰의 자존심과 관련된 것으로 외교부와 협의해 불합리한 과정을 수정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김영주 새누리당 의원이 질의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후보는 "급격한 변화가 어렵다면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하고, 기소한 후에는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수사를 하면 된다"며 "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조속히 만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현 의원이 "총경이상 간부 577명 중에 경찰대 출신이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며 경찰대 폐지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 후보는 "경찰대 정원을 줄이고 전문적으로 법률을 공부한 로스쿨 출신을 특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출신들이 근무하면 경찰 조직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