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처럼, 잘못된 과학정책에 대해서도 책임감 있게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4대강의 보 안전성 문제에 대한 강연회에서 박창근 교수가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지난 3월 30일 오후 4시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청년과학기술자모임(YESA)의 주최로 박창근 교수의 강연회가 20여 명의 젊은 과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박 교수는 관동대에서 토목공학을 가르치는 수자원 전문가로서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보에서 어떠한 공학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4대강 보의 불안전성은 태생적 문제박 교수는 지반의 모래를 정리한 후 암반 위에 건설되는 댐과는 달리, 보는 모래 위에 건설되기 때문에 보는 지속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는 '한시적 구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에 4대강에 건설된 보의 경우에는 중대형 댐의 규모임에도 기존의 보와 같은 형태로 건설했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그 동안 제기돼 온 부등침하나 파이핑·바닥보호공 유실 문제들이 바로 이러한 토목공학적 측면에서 비롯된 구조적인 특성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박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는 기존의 것들과는 달리 보의 높이나 수문의 무게와 폭 등이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래서 유사 시 강물의 양과 흐름을 수문을 통해 조정해야 하는데 제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 번 발생한 역행침식, 막을 수 없어이어 역행침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4대강 주변에서는 본류에서 진행된 준설로 인해 지류의 바닥이 파여 나가는 역행침식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지류에 건설된 교각이나 구조물의 안전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한 번 발생한 역행침식은 공학적으로 막을 수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외에도 녹조 현상이나 강변의 사막화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특별히 이번 강연에서는 전문가의 공학적 접근과 시각이 돋보였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다시금 철저히 검증해야1시간여에 걸친 강연에 이어 질의응답 시간에도 활발한 논의가 계속됐다. 이미 설치돼 있는 보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가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였다. 박 교수는 당장 보를 즉각 철거하기 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기본 조사부터 철저하게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보를 어떻게 할 것 인가에 대한 결론은 자연스럽게 얻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자연은 스스로 정화능력이 대단하다"며 "근본적인 방향을 바꿔 다시 정하면 강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빠르게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폐해는 더 이상 숨긴다고 해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의 발표가 있었고, 박근혜 정부도 4대강 사업에 대한 검토를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복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4대강 사업을 평가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꼼꼼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