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인 P군이 조심스럽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남자다운 인상인 P군은 다소 거칠어 보이는 외모가 걱정이었다. 사람들이 쉽게 말을 걸지 못하고 어렵게 대하는 일이 잦아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 한다는 것이었다.
P군의 얼굴에서 유달리 짙고 끝이 올라간 눈썹을 보니, 인상에 관한 한 연구가 떠올랐다.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신뢰가는 얼굴의 모양과 신뢰가지 않는 얼굴의 모양을 비교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얼굴들의 가장 큰 차이는 눈썹의 모양이다. 팔자모양으로 양끝이 처진 눈썹은 좀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여기고 반대로 양끝이 올라간 눈썹은 좀 더 신뢰가지 않는다고 본다. 이 연구가 아니라도 눈썹모양만 가지고도 그 사람의 성향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우리가 짓는 다양한 표정에서 가장 변화가 심한 부분이 눈썹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눈썹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인간이 진화를 하면서 머리카락과 수염을 제외하면 얼굴의 털은 거의 없어졌는데, 눈썹만은 왜 남아 있을까? 눈썹은 왜 면도를 하지 않을까? 용불용설에 따르면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하는데, 눈썹이란 부위는 도대체 무슨 기능을 하는 것인가.
시간이 흘러 그 의문은 해결되었다. 이마에서 흐르는 땀, 빗물 등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만약에 눈썹이 없다면? 헬스클럽에서 열심히 운동을 할 때 이마에서 흐르는 땀은 모두 눈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깜빡 잊고 우산을 안 챙겨 나왔을 때 비가 온다면, 눈으로 흘러가는 빗물 때문에 괴로울 것이다. 땀도 안 흘리고, 비도 안 맞게 실내에서 조용히 산다면 눈썹은 사라질까?
그렇지는 않을 것같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처럼 눈썹이 가진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눈썹은 분노, 놀람, 즐거움, 두려움, 무력함, 주목, 기타 우리가 즉시 알아차릴 수 있는 수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사실, 눈썹이 없다면 많은 표정들이 거의 비슷해 보인다.
인체 긴장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눈썹의 모양멀리서 반가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눈썹을 잠깐 올렸다가 내린다. 순간적으로 놀랍고 기쁜 감정을 전달한다.
눈썹을 찌푸리는 표정은 난감하거나, 집중할 때 볼 수 있다. 이 때 작용하는 표정근육인 추미근을 '곤경의 근육'이라고도 한다. 이때 미간에 세로로 주름이 진다.
화를 낼 때는 눈썹을 찌푸리면서 눈 주변이 같이 움직이면서 좀 더 강렬한 표정을 만든다. 거울을 보면서 이런 표정을 만들어보면 긴장이 되고 심박이 빨라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슬플 때는 좀 더 복합적인 표정을 짓는다. 눈썹 안쪽 절반은 위로 올라가면서 가장자리는 아래로 처진다. 거울을 보면서 이런 표정을 만들어 보면 뭔가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인간은 감정을 느낄 때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얼굴 생김새가 어떤 표정과 비슷하다면, 그런 감정상태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P군을 사람들이 어려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눈썹 양쪽 끝이 올라가서 마치 화난 것처럼 보인 것이다.
눈썹모양을 보면 표정의 변화와 더불어 인체의 긴장상태도 짐작할 수 있다. 이완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면 눈썹꼬리가 내려가고, 긴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이 작용하는 눈썹꼬리가 올라간다. 감정상태와 인체의 생리적 변화가 더불어 표현이 된다.
교감신경계는 직면한 위험에 대처하며 즉각적으로 해결하는데 필요한 신체의 반응을 유도하는 운동 및 반사 운동시스템이다. 반면에 부교감 신경계는 휴식, 소화 및 신진대사 등을 담당한다. 모든 과정이 마찰과 무리 없이 기능할 수 있도록 이 두 신경계는 함께 작용한다.
사람에 따라, 혹은 외부환경에 따라 둘 중 한 신경계가 우세를 차지하면서 교감신경형 혹은 부교감신경형의 전형적인 반응양상을 띠게 된다.
표정은 감정을 바꾸고, 감정이 바뀌면 뇌가 달라진다관상에서 눈썹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성격을 짐작하는 것도 그 근거를 이렇게 찾아볼 수 있다. 관상에서는 눈썹의 형태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 혹은 성향을 나눈다. 눈썹꼬리가 올라가면 양적이고 강한 성격을 지녔다고 보며, 눈썹꼬리가 내려가면 음적이고 부드러운 성격을 지녔다고 본다. 눈썹모양을 보고 표정과 긴장상태를 추측하는 것이다.
쌍둥이가 있는데, 시간이 흘러서 봤을 때, 한 명은 눈썹꼬리가 올라가 있고, 다른 한 명은 눈썹꼬리가 내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이들이 어떤 표정을 많이 지었는지, 어떤 기분을 주로 느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현재의 성향 역시 짐작할 수 있다.
눈썹 끝이 올라간 P군은 얼굴에서 보이는 것처럼 교감신경이 발달해서인지, 역동적인 성격이었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리더십과 추진력이 강했다. 그가 우려하는 단점(화난 인상)에는 이면의 장점이 있었다.
기왕이면 본인의 개성은 유지하되, 좀 더 호감가는 표정을 지을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었다. 눈썹을 찡그리면 더 화가 나 보일 수 있으니, 눈썹 전체를 위로 들어올리는 표정을 계속 지을 것을 권했다. 그런 표정을 보면서 상대방이 자신을 반갑게 맞이한다고 여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P군이 싱글벙글하며 필자를 찾아왔다. 인상 때문에 걱정했었는데, 표정훈련을 하면서부터 자신을 어려워하던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타고난 추진력을 살려서 과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했다. 표정은 감정을 바꾸고 감정이 바뀌면 뇌가 달라진다.
인상 때문에 걱정이라면 거울을 보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표정을 계속 지어보자. 눈썹 전체를 위로 들어올리면서 복을 맞이한다고 생각하자. 모든 것을 반갑게 맞이하면 성공도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