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휴업 둘째 날인 5일,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지역사회와 노동계 등의 반발과 정부의 우려에도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고 있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국회 본관에서 열린 경남도-새누리당간 당정협의회는 취재 열기로 뜨거웠다. 이주영 의원이 "경남도 당정협의 역사상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온 적이 없었다"고 할 만큼 여러 언론사가 현장을 찾았다. 취재진의 눈과 귀는 모두 홍준표 지사에게로 쏠려 있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이란 단어조차 입에서 꺼내지 않았다. 그의 첫 마디는 "작년 12월 20일 도지사 업무를 시작한 이래 진작 의원님들에게 도정을 보고해야 했는데 조직 개편하고, 업무를 파악하느라 좀 늦었으니 양해해달라"였다.
이어 "올해 경남에 사업이 많다"며 "같이 모여서 의논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당정협의)를 시작했다"며 "많이 좀 도와주시길 바란다"는 말로 발언을 끝맺었다. 당정협의는 경남도의 업무 보고까지만 언론에 공개됐다.
국회 본관 2층 출입구 대신 뒤쪽 택한 홍 지사... 왜?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행동은 또 있었다. 회의 10여 분 전, 국회 본관 2층 출입구를 지키던 한 방호직원은 "(4시) 50분쯤 도착한다고 했는데..."라고 말했다. 기자가 그에게 "홍준표 도지사 이야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5분 정도 뒤 그는 "(홍 지사가) 뒤쪽 출입구로 들어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고 한다"며 "이쪽으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만약 홍 지사가 국회 본관 2층 출입구를 택했다면, 그는 김용익 민주통합당 의원과 마주친다. 김 의원은 경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 움직임에 항의하며 4일부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장소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로, 2층 출입구 바로 앞이다.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경남도청 앞에 누워있는 장영달(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 전 의원도 피해 다닌다는데, 홍 지사가 여기에 와서 나를 만나겠느냐"던 김용익 의원의 예상은 적중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사태를 두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경남도의 태도는 변함없었다. 이날 당정협의에서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은 "진주의료원은 누적 부채 등으로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고, 개선 의지가 없는 노조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