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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가 효평동 농장에 도착한 뒤 간단한 인사를 하는 중이다.
김씨가 효평동 농장에 도착한 뒤 간단한 인사를 하는 중이다. ⓒ 이경호

지난 9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의 제4기 텃밭 양성교육의 세 번째 강의가 진행됐다. 세 번째 강의 때는 실내에서가 아닌 밖으로 나가 텃밭을 직접 보고, 작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시간을 가져 봤다.

4기 텃밭 양성교육을 듣는 수강생들이 방문한 텃밭은 2기 텃밭양성교육 수료자인 김형배선생의 효평동 농장이다. 김씨는 퇴직 후 취미를 찾으려 서예나 기타 등 여러 가지를 배워보려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설명했다.

그렇게 소일거리를 찾던 중 농작물을 기르게 됐다고 한다. 벌써 5년이 흐른 이야기다. 김씨의 아내도 처음에는 반대하고, 가자고 해도 가지 오지 않았지만 해가 갈수록 아내가 먼저 가자고 하게 될 정도로 부부는 텃밭생활을 즐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김씨의 텃밭은 여러 작물로 가득 차 푸릇한 생명력을 느끼기에 충분했고, 봄이 되서 그런지 살구나무와 매화나무에는 예쁜 꽃들이 벌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김씨의 밭에 핀 살구나무 꽃.
김씨의 밭에 핀 살구나무 꽃. ⓒ 이경호

간단한 설명 이후 그의 밭을 둘러봤다. 김씨의 밭에는 여러 작물이 심어져 있었는데, 그 중에 생소한 작물에 대해 더욱이 자세히 설명했다.

처음으로 둘러본 작물은 '하수오'. 그의 텃밭 한 켠에는 비닐하우스 겸 그늘막이 있었는데, 그물막 뼈대 아래 쪽에 하수오를 심어 하수오 줄기가 그늘막 뼈대를 타고 올라가게 심어 놨다. 하수오는 그냥 놔둬도 자랄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며, 땅속으로 뿌리가 뻗어 자란다고 설명했다. 하수오는 차로 끓여 먹는 것이 제일 좋다고 설명했다.

삼채가 왜 삼채인지 아시나요?

 작물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는 김씨의 모습.
작물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주는 김씨의 모습. ⓒ 이경호

그 다음 살펴본 작물은 '삼채'다. 삼채라는 작물은 이전에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작물이였다. 삼채는 단맛, 쓴맛, 매운맛 세 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삼채라고 불린다. 잎은 부추처럼 생겼고, 뿌리는 인삼의 뿌리처럼 생겼다고 설명했다. 뿌리에는 유황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의 세포 손상을 막아 각종 성인병과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씨는 이 전에 고기에 삼채를 싸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다며 한 번 먹어 볼 것을 권했다.

삼채 옆 텃밭에는 부추라고 하기에는 약간의 넓은 잎인 두메 부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두메 부추는 생명력이 강해 잘 자라며, 식감은 부드럽고 식이섬유가 많아 몸에 좋다고 한다.

파는 파인데 돼지파라고 적혀있는 팻말이 보였다. 생김새는 쪽파하고 비슷했지만, 쪽파보다 알맹이가 크며 그 속은 양파처럼 겹겹이 형성돼 있다. 김씨는 자주 빛이 약간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돼지파는 회나 초밥을 먹을 때 반찬으로 나오는 락교와 같은 것이라는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비닐하우스 옆 작은 틈에는 할미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가 할미꽃은 키우는 이유는 할미꽃 뿌리는 독성이 매우 강한데, 이 뿌리를 이용해 친환경 살충제를 만들어 볼 계획이라고 했다.

텃밭 한 켠에는 거름을 만들기 위해 소변을 받는 곳도 있었다. 거름으로 사용할 오줌은 한달 이상 묵혀야 된다고. 온도가 높으면 숙성일이 길지 않아도 되고,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는 숙성일을 길게 해야 독성이 낮다고 했다. 그는 더불어 거름 만드는 방법도 설명했다. 가축의 분뇨와 작물을 키우고 남은 줄기와 뿌리들을 한곳에 쌓고 음식물쓰레기 역시 같이 쌓은 후 오줌을 뿌려 오랜 기간 방치한 후 사용하면 좋은 거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가축의 분뇨와 작물 줄기, 음식물 쓰레기 등을 쌓아 거름을 숙성시키는 중이다.
가축의 분뇨와 작물 줄기, 음식물 쓰레기 등을 쌓아 거름을 숙성시키는 중이다. ⓒ 이경호

김씨의 텃밭에는 그밖에도 딸기, 당귀, 부추, 유채, 달래, 마늘 등 많은 작물들이 있었다.

지난 강의 시간에서 보았듯이 작물의 배치도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곳에는 생명력이 강하고 그늘에서도 잘자라는 작물을 심었고, 작물줄기의 자라는 길이를 고려해 작물을 배치했다.

텃밭을 둘러보던 중 바람이 너무 불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는 작물을 마져 살펴보기로 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그의 비닐하우스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그의 기술이 만나 최첨단 비닐하우스 시스템이였다. 일정 온도로 맞춰 놓고 그 온도가 되지 않으면 저절로 위에 뚜껑이 닫히고, 지정해 놓은 온도가 되면 뚜껑이 열리는 시스템이다.

일정시간이 되면 물도 자동적으로 나오고 작물들이 자랄 수 있는 쾌적한 온도를 위해 땅 아래 열선까지 깔았다고 했고, 이 모든 시스템은 그가 직접 설계하고 만든 것에 수강생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역시 생각지도 못한 기술력에 감탄했다.

씨앗을 드립니다... 잘 키워 다른 이에게 나눠주세요

 비닐하우스 안쪽으로 들어와 설명을 듣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쪽으로 들어와 설명을 듣고 있다. ⓒ 이경호

비닐하우스까지 둘러본 후 안쪽에 조그마한 방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직접 재배한 마와 야콘, 고구마를 줬다. 생전 처음 먹어본 마는 진득하니 맛이 약간 시큼했고, 야콘은 다른 야콘에 비해 굉장히 달고 맛있다고 입을 모았다. 추운 몸을 녹이기 위해 김 씨는 설탕에 절인 하수오를 끓인 차를 제공했다. 하수오 특유의 향이 쌉싸름 하면서 입안에서 퍼지는 풍미는 일품이었다.

그는 자신의 씨앗 일부를 나눠주며 이 씨앗으로 작물을 재배해 그 2세 씨앗을 또 다른 사람과 공유하길 원했다. 그렇게 그는 씨앗을 나누며 마음까지 나누고 있었다. 그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끼며, 세 번째 수업을 마쳤다.

그가 우릴 초대해서 보여준 것은 텃밭이 아니라 텃밭을 가꾸며 진정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텃밭 가꾸기를 하면서 진정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나 나까지 행복해 지는 기분이었다.


#대전환경운동연합#도시농업#텃밭#텃밭관리자#친환경 재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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