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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한 가운데, 한 환자가 병원 복도에 나와 근심어린 모습으로 앉아 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한 가운데, 한 환자가 병원 복도에 나와 근심어린 모습으로 앉아 있다. ⓒ 윤성효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사퇴로 인해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도지사가 당선되어 취임한 것은 2012년 12월 20일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홍지사는 2013년 2월 26일 경상남도에 단 두 곳인 지방의료원 중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3월7월 진주의료원 해산을 명시한 조례개정 발의, 3월18일 휴업예고, 4월3일 휴업공고를 하였고, 경상남도의회는 4월18일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는 일정을 숨 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지방의료원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월권

이런 당혹스러운 현실 앞에서 변호사로서 과연 홍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시킬 권한이 있는지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련 법률들은 미처 이런 상황이 있을 것을 예상하지 못한 듯 딱 떨어지는 내용이 없다. 필자는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의료원법),'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이하 '조례'),'경상남도 진주의료원 정관'(이하 '정관')을 면밀하게 검토하였다. 결론은 홍지사는 폐업을 결정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점이고, 홍지사의 이런 행위는 형법상 직권남용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죄)라는 판단이 들었다.

지방의료원법은 조직 설립 및 운영에 대한 뼈대만을 정해 놓고 그 이외 사항은 조례 및 민법상 재단법인, 의료법상 의료기관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조례는 정관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진주의료원은 별개의 독립 법인임은 명백하다. 도지사가 지방의료원에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원장 임명권 및 이사 취임 승인권, 지방의료원에 대한 업무 지도,감독, 업무, 회계 검사, 공무원 파견 권한 이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지방의료원법 제23조, 제25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기껏해야 임원의 해임, 운영개선에 필요한 조치 요청 권한 (제22조)만을 주고 있는데 폐업의 권한을 도지사가 갖는다는 것은 법률상 불가능하다. 진주의료원 정관 제49조는 명확하게 "의료원은 법률 또는 조례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산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어 민법상 재단법인의 해산 규정을 배제하고 있다.

홍지사는 폐업과 해산은 다르고 폐업할 권한은 도지사가 가지고 있다고 강변한다. 휴업과 폐업이라는 단어는 의료법 제40조에 단 한 군데 나온다. 아무런 요건도 없다. 환자가 아직 남아 있는지 안 남아 있는지 규정도 없고 단지 시장에게 신고하면 그만이다. 신고 후 진료기록부를 보건소장에게 이관하라는 규정만을 담고 있다.

민간 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휴업 또는 폐업신고를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경상남도는 진주의료원에 200여명이 넘는 입원 환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폐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병원을 옮길 것을 강요하고, 휴업공고를 한 4월3일에도 43명 입원환자가 있었음에도 의약품 공급을 끊어 버리고 휴업 신고를 해버렸다.

그런데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휴업과 폐업을 신고할 수 있는 주체로 정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은 진주의료원 자체가 개설자이지 경남도가 개설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가 휴업과 폐업을 결정해 버리고 진주의료원 이사회에 서면 결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관상 진주의료원 이사회는 휴업과 폐업을 결정할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사회 결정 사항 중 의결 정족수를 정하고 있는 (재적이사 2/3) (정관 제15조)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진료부장의 임면, 예산과 결산의 승인, 정관의 변경'뿐이다. 휴업과 폐업 이라는 중차대한 결정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이 없다.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진주의료원은 휴업과 폐업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고 정관 제49조가 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과 조례에 의하지 않고서는 해산하지 않는다고 하여 조례에 그 운명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휴업과 폐업을 결정할 권한은 도지사에게도 진주의료원 이사회도 없는 셈이다.  오로지 적법하게 하려면 조례 개정을 통해 해산 시키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지사가 주도한 폐업을 전제로 한 휴업을 주도한 행위하고 공무원들이 입원환자들에게 전원을 종용한 행위 등등은 모두 직권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진주의료원 노조가 강성노조?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쇄 조치로 야당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또 하나 홍지사가 매우 중대한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야 될 사유로 "강성노조의 해방구, 놀이터" 때문이라고 주장하여 노동조합원들의 사회적 평가 가치를 저하시키는 명예훼손을 자행하고 있다. 폐업을 하겠다고 처음 발표할 때에는 그나마 과도한 부채와 적자 누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나 3월18일 휴업예고를 한 날 이후부터는 줄곧 이 논리를 들이대고 있다. 과도한 부채와 적자 누적이라는 논리가 타당성이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황당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진주의료원 부채 280억 중 체불 임금 부채가 무려 116억으로 부채의 41%에 달하고(직접체불 임금 28억, 퇴직금충당금 48억, 체불임금 지급 차입금 34억 등) 2008년 신축이전 공사비 관련 금액이 113억으로(상환을 위한 차입금 20억 포함), 이 둘을 합하면 부채 81%가 여기에 관련이 되어 있다.

또한 5년간 연 평균 적자 57억중 신축 건물 공사비 차입 상환금 20억, 현금으로 지출되지 않는 신축 건물의 감가상각비 30억 제외하면 적자는 7억 내외에 지나지 않고 그것도 민간병원과의 연간 진료차액 30억 원을 감안하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의료원이다. 이런 식의 부채, 적자가 폐업사유라고 한다면 공공기관 중 폐업하지 않을 기관은 아무데도 없다. 그런데도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에 보조 또는 출연해 준 금액은 고작 3년간 평균 12억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를 인지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부채, 적자 보다는 '강성노조'를 폐업 사유로 주되게 들고 있다. 그리고 입만 열면 2009년, 2011년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들이대고 있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이사 10명 중 당연직 이사 3명은 경상남도 보건행정과장, 예산담당관, 진주 보건소장이다. 그리고 감사는 경상남도 감사관이 담당하고 있다. 나아가 2009년 2월부터 진주의료원 기획관리실장으로 공무원을 파견하여 근무케하고 있다. 그리고 정관상 '진료부장, 기획관리실장, 관리과장' 순으로 직무대행을 하도록 하고 있어 이들이 경영진이라 할 수 있다.

2009년, 2011년 감사결과를 보면 이들 경영진과 이사진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 노동조합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원외 인력 채용, 결산서 허위작성, 예산액 초과 지출행위, 수의계약, 원장 접대비 개인용도 사용, 심사청구 업무 소홀, 허위공문서 작성, 의사들에 대한 당직비, 시간외 근무수당 부당지급, 의사들에 대한 기본 연봉 원장 임의 책정, 공중보건의에 대한 수당 과다 지급, 진료비 감면 남발은 모두 경영진의 책임이라는 것이 명백하다.

또한 이를 지도·감독해야 할 경상남도가 직접 공무원들을 이사 및 경영진으로 파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시정조치가 되지 않았던 것은 공무원들의 직무유기 범죄에 따른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도록 되어있다.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 그런데 이들 공무원들은 경영진의 업무상횡령, 배임 등을 알고서도 고발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에 진주의료원의 현 사태의 책임에 대해 '강성 노조'를 탓할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구조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강성노조인가. 천만에 '강성노조' 답지 않게 구조조정에 동의했다. 홍지사가 취임 전인 2012년 10월 16일 노사 공동합의문을 통해, 장기근속자 31명 명예퇴직, 퇴직자 자연감소 인원에 대한 신규채용 최대한 억제, 연차수당 반납, 무급 토요 근무 수용, 그리고 경영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방안에 합의를 했다. 그리고 이를 실행 중이었다.

체불임금이 저렇게 많아도 파업 한번 하지 않고, 경영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에 합의해 주는 노조가 '강성 노조'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다른 지방의료원들에 비해서도 80% 임금 수준에 그것도 만성 체불되는 조합원들이 귀족 노조라 한다면 더 할 말도 없다. 그래도 홍지사는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폐업 불가 방침에도 국가사무가 아니니 간섭하지 말라고 하고 500억 내놓으면 생각해 보겠다는 망언을 하고 있다. 우린 여기서 아무런 논리도 없는 불통의 도지사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분노만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오른다.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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