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열쇠 기술자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 보호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열쇠관리법안(이하 열쇠법)'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열쇠법이 수면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말이다.
당시엔 절도, 강도, 성범죄 등 강력 범죄가 급증하며 사회적으로도 범죄 예방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18대 안행위 소속 일부 의원들은 한국열쇠협회를 포함한 관련 단체들과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열쇠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여론 몰이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파급 효과는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조진형 전 안행위원장을 비롯한 14명의 의원들이 지난 2009년 12월 이 법을 발의했지만, 정작 안행위에서는 한 차례의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던 것.
18대 국회와 함께 열쇠법도 폐기 이에 대해 당시 발의에 참여했던 이철우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취지가 좋아 발의에 참여했다"며 "상정 이후에는 소관 상임위(안행위)에서 주관할 내용이며, 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에 대해선 상임위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로선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따른 의원실 관계자도 "열쇠법처럼 뜻을 함께하는 법안이 일 년에도 수백 개가 넘는데 어떻게 진행사항을 파악할 수 있겠느냐"며 "당시 주요 현안이나 법안으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비록 조 전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19대 불출마 선언을 한 그에게서 열쇠법이 왜 자동 폐기 됐는가라는 답을 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또 당시 안행위 소속 일부 의원들도 자동 폐기가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명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불씨 되살아 날까열쇠법안 마련을 위해 조 전 의원에게 큰 힘을 실어줬던 열쇠협회로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석준 열쇠협회장은 "18대 국회에서 열쇠법이 자동 폐기된 것은 모든 열쇠인들의 희망을 무너뜨린 것과 다름없다"며 "범죄 예방이 꼭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약 3만 열쇠인을 체계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법이 제정될 수 없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특히 김 회장은 "열쇠인들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과도 같은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서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3만 열쇠인들의 마지막 희망인 열쇠법이 임기 중 반드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김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또 다시 담금질에 들어갔다. 열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8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재상정 해줄 것을 안행위 간사 이찬열(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전달한 것.
하지만 김 회장의 그러한 노력이 재상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열쇠협회의 요구사항과 열쇠법안 내용이 이 의원에게 실제 보고가 됐는지 확인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실의 입법담당비서관도 "열쇠협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고가 되더라도 실제 검토에 들어가 상정이 되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라고 밝혔다.
중소기업옴부즈만, 열쇠법 필요 인식현재 김 회장은 이 의원 외에도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차원에서 안행위 의원들을 압박해나가는 한편 중소기업옴부즈만을 통한 안전행정부를 압박한다는 투트랩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다행인 것은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옴부즈만에서 이번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장소통팀의 한 사무관은 "열쇠가 각종 범죄에 이용되는 등 범죄사각지대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법안의 25개 조항에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부분, 경찰 및 소방 관련법과 상충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키 위해 현재 열쇠협회와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 사무관은 또 "직제 개편 중인 안전행정부가 정상 업무로 복귀할 경우 해당 부서 담당자와 함께 정부 차원의 열쇠법 발의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 인식 전환 필요지난 2009년 발의 때도 그랬지만 이번 열쇠법 재상정 시에도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경찰청이다. 일각에선 경찰청이 범죄 예방 차원에서 열쇠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한번이라도 밝혔다면 국회에서 이렇게까지 난항에 난항을 거듭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경찰청은 범죄 현장에서 열쇠인들의 도움뿐 아니라 사견 해결에 필요한 실마리까지 제공 받는 상황에서 열쇠법 제정에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에 열쇠인들은 사후 검거도 중요하지만 범죄를 사전에 예방할 경우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라며 열쇠법 제정에 대한 경찰청의 인식변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법이 제정되면...열쇠협회는 법이 만들어질 경우 열쇠업 종사자의 소재파악이 용이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쇠 관련 범죄율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열쇠협회는 또 ▲범죄 예방과 홍보를 위해 조직화된 공인열쇠관리사를 자율방범 요원으로 활용 ▲긴급 재난 발생 시 경찰 또는 소방 기관과 신속하고 유기적인 업무지원 체계 가능 ▲인터넷 등 불법적으로 거래되는 해정공구(잠금장치해체도구) 및 키 제작 공구의 사전 차단 ▲전문인으로서 인정받음과 동시에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열쇠협회는 "열쇠가 범죄 예방의 바로미터라면, 열쇠법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키(key)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