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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은 생산활동에 직접 사용되지는 않지만, 원활한 경제활동을 위해서 꼭 필요한 도로, 항만, 철도 등의 사회기반시설을 말한다. 이런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고 SOC의 수준이 곧 그 나라의 산업활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새 정부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SOC 예산을 기존 계획보다 10% 내외로 삭감하기로 하고 있으며,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에서도 세출구조조정 1순위로 SOC를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오는 16일에 부동산대책 등 경제 활성화와 민생안정, 일자리 창출을 위한 '12조 원+α' 규모의 추경예산을 발표할 예정이나 SOC는 추경예산의 집중 투입분야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렇게 SOC가 홀대받는 이유는 MB정부때 무리하게 추진된 4대강 사업이 SOC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주었고, 지난 대선 때부터 복지예산확보 문제로 복지와 SOC가 대립개념으로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실상 복지와 SOC는 한 배를 타야할 분야다. 이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려 한다). 또한 이런 여론과 맞물려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예산 저항'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SOC의 투자를 소홀히 하면 도심과 도심주변의 교통문제를 더욱 가중시켜고 교통혼잡비용 등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SOC 스톡은 국토계수 당 도로 총연장(28위)과 철도 총연장(26위)이 여전히 하위권이다.

SOC 투자할 민간투자사업자 모집해야

1980년대 이후 지속적인 산업발전에 따른 국민소득의 증가와 경제 활성화로 국가기관교통망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정부의 SOC 재정은 고속도로 건설 및 확충을 지원하기엔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런 SOC의 부족은 물류비 증가와 국가경쟁력 저하라는 악영향을 초래하였다.

이런 급증하는 SOC 수요를 적극 대처하여 국민 생활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민간부문의 창의력과 효율적 경영기법 도입은 물론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을 제정하여 민간사업자의 투자를 유도하였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민간투자사업이 급격히 위축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99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개정하여 사회간접자본투융자회사 설립 및 운영, 산업기반신용보증기금제도 개선, 인프라 펀드 그리고 현재는 사회적 문제로 인해 폐지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등을 도입하여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였다.

이런 민간투자 활성화 노력으로 2000년에는 국내 최초의 민간투자고속도로인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그 이후 현재 약 931㎞에 이르는 24개 노선이 운영, 건설 또는 계획 중에 있다.

SOC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민간투자의 도입은 민간의 창의성과 경영기법을 정부에 도입하여 정부재정의 효율성 높이고, 적절한 시기에 SOC에 투자하여 사업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국토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1995년 이후에 건설하여 2011년까지 완공∙운영 중인 재정 고속도로(14개 노선, 23개 구간)와 민간투자 고속도로(9개 노선)를 분석한 결과, 민간투자 고속도로의 평균 구축기간은 8년(준비 3년 5개월, 건설 4년 7개월)으로, 재정 고속도로의 10년 7개월(준비 4년 10개월, 건설 5년 9개월)보다 2년 7개월 정도 짧게 나타났다. 따라서 실제 민간투자 고속도로가 재정고속도로에 비해 조기 구축됨에 따라 국민의 이동성 확보 및 통행시간 절감 등의 국가 편익 증대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민간투자 고속도로의 사업소요기간이 재정고속도로 보다 평균 2년 7개월 빠르다.(국토연구원 조사자료 인용)
 민간투자 고속도로의 사업소요기간이 재정고속도로 보다 평균 2년 7개월 빠르다.(국토연구원 조사자료 인용)
ⓒ 정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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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중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연구센터장은 '도로정책브리프'에서 "민간투자 고속도로 사업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등 선진 금융방식이 활성화되어 국내외 기관 투자자의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간접투자 기회가 확대되었고, 민간사업자가 주체적으로 사업시설을 제안하고 계획함으로써 민간기업의 창조적 마인드를 정부사업에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그동안 민간투자사업은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보완하여 국가적으로 시급한 SOC 시설을 조기 건설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동북아 경제중심 건설에 필요한 양질의 SOC 시설을 적정 시점에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민간투자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통수요예측의 신뢰성 상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로 인한 정부의 재정지원의 과도한 증가, 공사비 과다 계상 등과 같이 민간투자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비판과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요즘은 SOC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이 잘되고 있나?

민간투자사업의 최대 화두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다. MRG는 민간 자본이 투입된 사업의 수입이 예상보다 적으면 일정 기간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로 IMF  외환위기 상황에서 1999년 법 개정으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되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경제침체로 민간투자자의 참여가 크게 감소하였고, 민간 사업자의 과도한 수입보전을 위해 막대한 국민 세금이 낭비된다는 논란 때문에 2006년에는 민간투간제안사업, 2009년에는 정부고시사업에 대한 MRG를 각각 폐지함으로 그 이후 SOC에 대한 민간투자 사업은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건설경제지에 따르면 최근 MRG를 포한한 다양한 문제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사업시행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사업 자체가 백지화되는 사례도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기업회생절차과정에서 2007년 사업을 최초로 제안하고 2009년 실시협약까지 맺고 6년을 넘게 추진해온 덕송~내각간 민자도로(총 연장 4.91km, 왕복4차로, 총사업비 1617억 원) 사업시행권을 대림산업에 매각했다.

포스코건설은 2005년 최초 사업 제안하고 7년을 넘게 준비해 온 경기도의 학의~고기리간 도로건설사업에 대해 적정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협상권을 포기한 상태다. 이는 MRG를 둘러싼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고, 정부 및 지자체도 민간투자 사업에 대해 재정지원율을 낮추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업시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설업계의 재무건정성도 쉽게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있으며 사업자인 건설사들은 MRG의 반대개념인 '부의 재정지원'이 도입되고 금융권의 자금조달이 까다로워지면서 사업참여 및 추진을 기피하고 있다.

SOC예산은 부족하고 SOC의 지속적인 투자는 필요한데, 그 해결책은?

예나 지금이나 한정된 예산으로 늘어나는 SOC에 대한 수요를 충당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특히, 새 정부의 경우 정책의 큰 방향을 복지에 맞추고 있어 SOC에 대한 지원은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SOC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국가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결국에는 국민 복지에 영향을 미치므로 복지와 별개로 놓고 배타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어쨌든 정부는 필요한 SOC에 대해 부족한 예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 사업자들을 적극 유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 및 보완에 나서야 한다. 기존에 국민 혈세낭비로 문제 된 MRG를 사회여론에 편승하여 무조건 폐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민, 민간사업자 모두 윈-윈 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개선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그간의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발견된 많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 보완에 나서고 있지만, 그 개선방향이 소극적이고 정부부담 최소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투자 분위기는 그렇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민간투자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가 고민해야 할 개선사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정부는 사업의 리스크를 민간사업자에게만 과도하게 전가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정부도 적절한 수준에서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수평적인 관계를 유도하여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통행료의 부가세에 대해서도 면세방안도 검토대상이다.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재정으로 설치한 도로의 통행료 세금은 면제시켜 주면서 정부가 보상비를 내고 민간사업자가 설치한 민간투자도로에는 통행료 세금을 부과하여 이용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두 번째는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경쟁체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3공고가 지나친 경쟁으로 기술경쟁보다는 최저가 낙찰수준의 가격경쟁으로 변질되고 있어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성만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세 번째는 다양한 형태의 민간투자사업의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시행된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사업자가 건설 후 정부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일정기간 운영권만 갖는 BTO 방식으로만 진행되어 왔다. 이는 리스크를 사업자가 전적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수익률에 포함시키는 통행료가 비싸지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BTO 방식은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과 높은 통행료로 정부의 재정부담과 이용자의 불만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수입보장방식을 비용보전방식으로 사업을 재구조화 하거나 새로운 혼합형 민간투자방식(BTO+BTL)의 도입 등 다각화를 통한 민간투자사업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네 번째는 민간투자사업의 추진지연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제3자공고 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뒤에도 행정절차, 금융약정체결 지연 등으로 착공이 되기까지 3~5년이 소요된다. 이는 민간투자사업의 장점인 조기구축 효과를 저해하고 이로 인해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우선협대상자 지정 후 일정 기간 내에 착공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서 절차상에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SOC에 대한 민간투자사업,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

우리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민간투자사업은 정부가 민간사업자에게 특정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간사업자가 정부를 도와 국민의 복지와 편익을 조기에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사회적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고 이것에 대한 개선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제도 개선에 있어서도 역시 민간사업자에게 수혜를 주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제에 유익한 영향을 주는 방향에서 고민해야 더 나은 개선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용어설명 :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의 유치를 위하여 실시협약에서 미리 정해놓은 운영수입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정부 또는 주무관청에서 수익의 일정부분을 보전해주는 제도

BTO(Build-Transfer-Operate) : 건설(build) → 이전(transfer) → 운영(operate)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방식을 말한다. 민간 사업자가 직접 시설을 건설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일정기간 사업을 위탁경영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

BTL(Build Transfer Lease) : 건설(build) → 이전(transfer) →임대(lease)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며 민간자본이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이자나 임대료 등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로, 사회기반시설의 소유권과 운영권 모두 정부나 지자체가 갖는 방식



#민간투자 활성화#민간투자도로#SOC투자 활성화#민간투자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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