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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17일로 22일째 단식농성하는 두 여성이 있다. 처음에는 진주의료원에 다닌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에서 시작한 단식이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분노'가 치밀어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다.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에 대해 '귀족노조'니 '강성노조'니 하며 사실을 왜곡하자,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단식을 멈출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진주의료원 팀장·수간호사인 강종순(51)·조미영(48)씨다.

 진주의료원 수간호사(팀장)로 있는 강종순, 조미영씨는 17일까지 22일째 경남도청 정문 옆 천막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수간호사(팀장)로 있는 강종순, 조미영씨는 17일까지 22일째 경남도청 정문 옆 천막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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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난 3월 27일부터 경남도청 정문 옆 천막에서 단식농성을 해오고 있다. 공무원들이 출퇴근할 시간에는 피켓을 들고 정문 앞에 서 있거나 앉아 있기도 한다. 곡기를 끊고 오직 물과 효소, 간장만 마시며 버틴다.

처음에는 안외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울산경남본부장과 8명의 진주의료원 조합원들이 함께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3~5일 사이 어지럼증 등으로 3명이 병원에 실려 갔고, 현장 투쟁을 위해 다들 단식농성을 중단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단식농성 20일을 넘기면서 몸무게가 7~8kg 정도 빠졌다. 두 사람 모두 2명씩 자녀를 두었는데,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가족들이 다들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와 보지는 못하지만, 주말마다 천막농성장을 찾아온다.

이들은 진주의료원에서 젊음을 바쳐 일해 왔다. 강종순씨는 28년째, 조미영씨는 25년째 근무해 오고 있다. 이들은 일단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을 다룰 경남도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18일까지는 단식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조례안 날치기... 단식농성 접을 수 없었다"

기자는 16일 저녁 늦게 천막을 찾았는데,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마침 한 여성조합원이 와서 천막을 지키고 있었는데, 길에 여성들만 있는 상황을 보니 불안해 보였다. 도로 옆에 있어 차량 소음이 심했다. 소곤소곤 말하면 들리지도 않았고, 큰 소리로 해야 겨우 들릴 정도였다,

"차량 소음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못 먹게 되어 고통스러운데, 차량 소음이 더 고통스럽다. 특히 밤에는 차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또 밤에 여자들만 있다 보니, 두려움이 더하다. 술 취한 사람이 지나가다 천막을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무섭다. 그것이 더 스트레스다. 천막에 산다는 게 얼마나 고통인줄 알겠다."

강종순씨는 "단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20일이나 넘어 계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중간에 타결될 것이라 보았다"며 "18일이 마지막 날인데, 최대한 견뎌낼 것이고, 그날 경남도의회에도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었다. 사진은 경남도의회 앞에 진주의료원 직원 등 시민들이 앉아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심의할 예정이었다. 사진은 경남도의회 앞에 진주의료원 직원 등 시민들이 앉아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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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씨는 "처음에는 직장에 대한 애착과 환자 사랑 등 때문에 단식농성을 시작했는데, 홍준표 지사가 중간에 '귀족노조'니 '강성노조'니 하는 말을 듣고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며 "임금을 8개월 동안 받지 못하고 있는 직원들인데, 어떻게 귀족이나 강성이니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은 일만 해왔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중간에 국회의원과 경남도의원들이 진주의료원을 위해 단식농성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우리가 처음에 시작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 12일 경남도의회 상임위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조례안을 폭력·날치기 처리했던 것에 대해 분노했다.

"도의회 상임위에서 안건을 날치기 처리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단식농성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아니면 진주의료원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도 했다. 18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안건 상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우리가 나서서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환자들이 의료원 떠나면서 꼭 지켜달라고 하더라"

강종순씨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했다.

"어쨌든 우리는 의료원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환자들이 폐업 발표 뒤 의료원을 떠나면서 다시 오고 싶다고 했고, 꼭 지켜달라고 하더라. 작지만 저희들이 힘이 된다면 이런 단식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에 단식을 푼다면, 의료원으로 달려가 환자들을 돌볼 것이다. 현재 노인병동에는 30여 명 가까운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데, 가서 간병인 역할까지 하면서 지켜드릴 것이다."

강씨는 "끝까지 남아서 환자들을 지켜 드릴 것"이라며 "환자들은 진주의료원에 대해 만족도도 높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의 명예·조기퇴직 공고에 따라 진주의료원에서 일했던 65명의 직원들이 지난 15일까지 퇴직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강종순씨는 "가슴이 아프다, 물질 앞에 사람들이 흔들린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고, 저의 한 쪽 팔이 잘려 나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조미영씨는 "퇴직 신청자들은 대부분 30~40대가 많은데, 한창 일해야 할 나이고, 집안에 돈도 많이 들어가는 시기일 것이며, 무엇보다 그 나이에 직장을 새롭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나온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정문 옆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 조합원 2명은 지난 3월 27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남도청 정문 옆에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진주의료원지부가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여성 조합원 2명은 지난 3월 27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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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준비 없이 그만 두겠다고 한 직원들이 많을 것인데, 나가더라도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지사가 '진주의료원은 강성노조'라고 했던 것에 대해, 두 사람은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우리 보고 강성이라고 하는데, 홍준표 지사가 더 강성이다. 지금 경남도가 하는 형태를 보면, 우리를 더 강성으로 하라고 그렇게 몰고 가는 것 같다. 경남도가 우리한테 철탑에 올라가도록 만들고, 단식을 오랫동안 하도록 만들고 있다. 없는 사람들은 뭉쳐야 된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

경남도의회 본회의가 열리는 18일에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두 사람은 같이 "나가서 싸울 것"이라며 "어떻게 하든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힘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진주의료원 정상화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의료원 정상화의 희망이 있으니까 단식하는 것이다. 그런 희망이 없다면 단식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은 진주의료원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환자들과 손잡고 늘 함께 하고 싶을 뿐이다."


#진주의료원#홍준표 지사#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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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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