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오후 5시 53분]가수 싸이와 KBS 개그콘서트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인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업무보고에서 "모든 산업의 부가가치를 결정짓는 핵심이 되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 육성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며 가수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요즘 싸이의 '젠틀맨'이라는 뮤직비디오가 발표 80시간 만에 1억 뷰라는 대기록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시건방 춤'에 대해서 최초의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냈다는 기사를 봤다"며 "그동안 관행으로는 춤을 살짝만 바꾸면 저작권료를 안 내도 되는 그런 환경이었는데 이렇게 남의 창의력을 인정하는 자세야말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에 관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소프트웨어, 또 콘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좋은 개발자를 많이 양성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또 기술을 쉽게 뺏겨 버린다면 누가 의욕을 가지고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겠느냐. 그 가치를 인정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일에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효종 20번 실패 후 빅히트"...박 대통령 "성실한 실패, 뒷받침해줘야" KBS 개그콘서트도 창조경제 사례로 소개됐다. 개그콘서트를 연출한 서수민 KBS PD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개그콘서트의 인기 비결로 재도전을 보장하는 경쟁 시스템을 꼽았다.
서 PD는 "개콘 시스템의 장점은 바로 실패해도 되는 시스템이다. 언제든 재도전할 기회를 주는 공개경쟁시스템"이라며 "매주 새 코너 오디션을 공개된 형식으로 진행함으로써 기수나 나이, 인기도와 상관없이 언제든 재미있는 코너나 아이디어를 만들면 개콘의 무대가 곧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강력한 동기가 돼 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예를 들어 최효종씨 같은 경우도 두 달 동안 거의 20개 코너를 가지고 도전했고, 그리고 실패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애정남'이라는 빅히트 코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며 "창조경제를 위한 정책도 개콘처럼 다양한 데서 국민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 아닌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어떻게 개그콘서트가 14년 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비결을 알 수 있었다"며 "그런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들이 결국은 실패와 다양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인상적이었다. 우리 사회도 개개인의 창의성이 잘 발휘될 수 있으려면 실패해도 몇 번이고 도전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되고 정부도 이런 방향으로 시스템을 갖추는 데 주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많은 실패가 쌓여야만 제대로 된 큰 성공이랄까, 대박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창의성과 엉뚱한 생각들이 꽃 피울 수 있다"며 "실패를 하더라도 성실한 실패일 경우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도 창조경제를 꽃피우는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지각 출범한 미래부와 방통위... 업무추진에서 속도전 주문 박 대통령은 또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 그리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도 도전이 가능한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한 사람의 재능이 세계 변화를 이끌어 가는 시대에 창의력이 풍부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또,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자본 자금 조달도 쉽고, 또 전문가들의 멘토링도 받을 수 있는 그런 도전의 장도 많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과거와 같이 일부 대기업과 정부 중심의 성장 전략으로는 한계 있을 수밖에 없다"며 "IT를 중심으로 해서 산업과 산업, 또 산업과 문화를 융합해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 내는 이러한 창조경제를 실현해야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와 인사 파동으로 지각 출범하게 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업무추진에 있어 속도전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끝에 마지막 탄식할 '탄(歎)'자를 탄환 '탄(彈)'자로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늦었다고 탄식할 것이 아니라 총알 같은 속도로 열심히 업무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