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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현재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를 놓고 경남도의회에서 여야가 대치 중이다.

전국 노동계와 시민사회 등이 극구 반대하고 있는 진주의료원 폐업이 강행 수순을 밟고 있는 데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독단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2년 전 울산에서 있었던 새누리당에 의한 '고황유 허용 조례' 강행 처리가 떠오른다. 새누리당 지자체장의 강행에, 새누리당 소속 광역의원들이 총대를 매고 나섰다는 점이 묘할 만큼 닮았다.

 2011년 11월 14일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7명의 울산시의원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은주 의원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고황유 조례를 강행처리하다 상임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상정을 유보하자 징계를 추진했었다
2011년 11월 14일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7명의 울산시의원이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은주 의원 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고황유 조례를 강행처리하다 상임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이 상정을 유보하자 징계를 추진했었다 ⓒ 통합진보당 울산시당

새누리당 경남도의회와 홍준표 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과, 2011년 울산의 고황유 허용 조례안 강행의 논리는 '경제적 고려'로 동일하다. 하지만 경남과 울산에서 야권과 시민사회가 반대하는 논리는 시민의 불이익이라는 점에서 역시 같다.

지난 2011년 11월 29일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소속 박순환 울산시의회 의장은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례회에서 '고유황유 허용 조례안'을 직권 상정해 다수결로 가결시킨 후 방방이를 세 번 두드렸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 그리고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하는 '도로 공해도시' 법안이 가결된 것이다(관련기사: <황유 조례안 울산시의장이 직권상정해 가결>).

당시 울산시의회 박순환 의장은 이 조례안을 직권 상정한 후 의원들의 거수로 찬반을 물었고, 박 의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3명 전원과 보수성향 교육의원 1명 등 14명이 찬성해 전체 25명 의원 중 과반수로 가결시켰다.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7명의 의원과 무소속 의원 2명은 기권을, 전교조 출신 교육의원 2명은 반대했지만 다수당의 힘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울산시, 노동계와 시민사회 반대에도 고황유 허용 조례 강행

앞서 울산시와 박맹우 울산시장은 그해 5월 26일 상대적으로 값이 싼 황 함유 0.3% 이하 중유인 고황유를 석유화학업체들이 사용토록 허용하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제악화 등을 주장하는 석유화학단지 업체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 하지만 환경단체는 물론 노동계, 야당이 특정 대기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그런만도 한 것이 당시 울산은 산업화 과정에서 공해도시로 전락했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생태도시로 전환되고 있는 시점이었다. 울산은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되면서 석유화학공단이 들어섰으나 반대급부로 공해라는 산물이 발생했고,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이미지가 국민들에게 강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1986년 울산을 대기오염 특별대책지구로 지정,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왔고 1990년부터는 산업용 연료로 석탄 사용을 금지했다. 또다시 기준을 강화해 2001년부터는 고유황유 사용도 금지했다. 그후 10년이 흐른 뒤 울산의 공기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하지만 박맹우 울산시장과 울산시는 고유황유 사용을 금지한 지 10년 후 다시 석유화학 업체들의 건의를 받다들여 가동연료로 고황유 사용을 허용하는 조례를 추진했다. 고황유는 황 함유 기준 0.3% 를 초과하는 것을 말하며 저황유에 비해 10% 가량 저렴하다. 결국 시민들에게 공해라는 불이익이 우려되는 반면 대기업에게는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는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울산시가 고유황유 허용 정책을 세우게 된 배경은 SK에너지를 비롯한 소수 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조례가 변경되면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SK에너지가 얻는 이익이 2500억 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처럼 민주노총과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조례를 반대한 이유는 특정 대기업을 위한다는 경제논리 때문에 시민의 건강과 환경오염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가 "아황산가스(SO2)와 탄소(CO)배출량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하는 경고에도 울산시는 "배출 기준을 강화하고 장치를 마련하면 오히려 대기오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 조례의 입법예고를 강행했다. 이어 조례 통과에 총대를 맨 것은 새누리당 울산시의회였다.

새누리당은 당시 상임위원장인 이은주 환경복지위원장(당시 민주노동당)이 환경시민사회의 여론을 감안해 조례의 상임위 상정을 유보하자 오히려 그를 징계하기로 해 다시 논란이 가중됐다. 

이은주 환경복지위원장은 2011년 11월 29일 새누리당의 직권 상정 가결에 앞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고황유를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자고 하는 주장에는 실제 검증되지 않은 허점이 많으며, 대기질 악화로 인해 시민건강권을 훼손할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반대했다. 같은 당 천병태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 조례안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며 지금 통과되지 않는다고 울산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며 "직권상정을 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박순환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일사천리로 조례안을 직권 상정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가결시켰다. 야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시의회 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는 울산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취재 당시 통합진보당 천병태 의원은 "고황유 조례안을 직권상정으로 처리한 것은 울산시의회에 최대의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모든 책임은 한나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상임위원장도 "그동안 시민들의 우려가 있어 고유황유 조례안 상정을 유보하고 충분한 검토를 하자고 한 것"이라며 "무엇이 그리 급하게 고유황유 조례안을 통과시키도록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례를 직권상정한 박순환 의장은 "시의회 의장은 의회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있다"며 "환경기본조례안이 파행을 겪으면서 이에 실망하는 시민들의 우려가 있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조례안 논란이 장기화되면 의회 파행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직권상정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황유 허용 조례가 통과된 지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 울산의 석유화학공단에서 석유화학업체들이 얼마만큼의 고황유를 사용하고 있는지, 그로인해 얼마나 이득을 보는지, 고황유 사용으로 현재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현상이나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또한 울산시의회 의장이 바뀌고 난 지금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 강행과 무척이나 닮았다.


#진주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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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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