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먹거리 세계의 전체상을 보여준다고 해서, 먹거리 세계가 잘 정비된 기계처럼 조직화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늘 그랬듯이 먹기리의 세계는 항상 유동적인 상태에 있다. 심지어 먹기리 세계의 몇 가지 특징은 불안정성을 암시하는데, 생태적·경제적·사회적·정치적 이유로 무언가 변화가 있지 않은 한 장기적으로는 심지어 중기적으로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에서 그렇다."에릭 밀스톤, 팀 랭의 <풍성한 먹거리 비정한 식탁>에 나오는 '들어가는 말'이다. 이 책은 세계의 먹거리와 관련 있는 이슈들을 40가지로 묶어 지도와 그래픽으로 보여준 책이다. 그 수치를 형상화한 그래픽은 초등학생이라도 명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만큼 산뜻하고 좋은 책이다.
이 책은 누가, 어떻게, 무엇을 키워내는지, 또 누가 분배해서 얼마만큼 먹고 있고 또 남기고 있는지를 정확한 통계로 보여준다. 다만 수면 위에 떠오른 도표와 통계 아래에 처한 또 다른 현실은 괴로울 따름이다. 그것들의 가공과 유통과 무역으로 인해 굶어죽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은 까닭이 그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들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한다. 먹을 게 많은 지역은 음식물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정작 먹을 게 없는 곳에서는 5초마다 이이들이 죽어가고 있고, 어린이 50만 명이 실명하고 있고, 20억 명이 빈혈에 시달린다는 게 그것이다. 영국에서는 1헥타르당 곡물 7229킬로그램을 생산하고, 니제르에서는 394킬로그램만을 생산한다는 것도 그렇다. 그걸 보고 있으면 그저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이 책에서는 더 비극적인 사실도 전해준다. 10kg의 사료로 1kg의 쇠고기가 생산된다는 것, 매년 7만 명의 농업 노동자가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다는 것, 모든 미국인이 육류를 단 5%만 적게 먹으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00만 톤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역을 통해 거래되는 전체 먹거리의 78%가 단 20개 국가에서 생산된다는 게 그것이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는 생활쓰레기의 약 28%이며, 2008년 0.31kg, 2009년 0.35kg으로 증가 추세며, 독일 0.2kg, 영국 0.26kg 등 선진국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그 원인은 인구 및 세대수 증가, 식생할 패턴 변화(소득 증가로 인한 외식 증가 등),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는 문화 등이다."(113쪽)이는 이 책 뒷 부분에 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다. 우리나라 음식은 넉넉한 반찬을 좋아하는 탓에 반찬이 많고, 국물이나 김치 등에 들어가는 많은 염분 탓에 퇴비나 재활용도 어렵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가 더 큰 환경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것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2005년에 18조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24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한다.
그렇듯 풍성하게만 보이는 식탁 밑은 살벌한 싸움터라는 걸 알 수 있다. 농장의 생산단계부터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그 많은 먹거리들은 실은 과도한 경쟁과 살벌한 무역 전쟁을 통해 밥상에 오르고 있는 것들이다. 그것이 어떻게 부자나라와 가난한 나라 사이에 불평등을 심화시키는지, 무역 분쟁과 무역 종속이 얼마만큼 극심해지고 있는지를 안다면 감히 밥이 넘어갈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얼마 전 '네팔'을 다녀온 어떤 중년 여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곳의 산간 오지에서 2박3일을 지내는 동안 몸도, 물도, 먹을 것도 온전히 못했다고 한다. 그곳의 어른들과 아이들이 빼빼 마른 것은 당연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을 보며 불쌍한 마음이 들었는데, 정작 자기 자신은 더 비참해 보였다고 한다.
이유가 뭐였을까? 우리나라에는 먹을 것들이 너무 많아 냉장고에서 상하거나 썩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것들을 죄다 음식물 쓰레기통에 쳐 박으며 살아온 자신의 삶이 떠올랐기 때문이란다. 한국에 돌아오고 난 뒤에는 물 한 방울도, 전기 하나라도, 음식물 하나라도 더 아끼고 또 아끼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디, 어린 초등학생들에서부터 중고등부 학생들까지 필독서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앞으로 24조는 훨씬 능가할 처지니, 그런 우리 땅에 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깊이 들여다보고 아끼고 또 아끼면서 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