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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공부하는 유대인〉
책겉그림〈공부하는 유대인〉 ⓒ 일상이상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그 가운데 하버드는 명문 중의 명문이다. 세계 석학들이 그곳에 모여 있고, 모든 강연의 물줄기도 그곳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까닭이다. 우리나라의 '석지영'씨가 존경받는 것도 동양인 최초로 그 대학의 종신교수에 임용됐다는 것 때문이다.

물론 하버드는 세계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대학이다. 실력이 있다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단순한 암기실력으로는, 단 하나의 모범답안을 찾는 공부로는, 평범한 문장력으로는, 결코 들어갈 수 없다.

남들과 차별화된 비판적인 사고의 수준을 갖고 있는 이들만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다. 그만큼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토론도 많이 해야 하고,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소양과 인격을 지닌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놀라운 게 있다. 유대인들이 그곳 하버드를 지배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오늘날 하버드 졸업생의 30%가 유대인들이란 사실은 놀랍다. 더 놀라운 것도 있다. 현재 미국의 거대한 상위 5개 기업이 모두 유대계 자본이란 사실이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공부하며, 어떻게 공부하기에, 그토록 유명한 세계 명문대학 하버드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더욱이 들어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들어간 이후에 어떤 공부 방법을 익히기에 세계를 주도해가고 있는 것일까?

"유대인의 속담 중에는 '한 번 길을 못 찾는 것보다 열 번 길을 묻는 편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의 질문을 받은 부모는 전혀 귀찮아하지 않는다. 유대인 가정에서는 부모와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의견을 나눈다."(34쪽)

힐 마골린의 〈공부하는 유대인〉에 나오는 이야기다. 유대인들의 공부 방법은 학교가 아니라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토라 곧 율법교육을 하고, 그걸 토대로 식탁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며, 그걸 토대로 자녀들 스스로 인생의 방향타를 결정하도록 그 결정권까지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들어 본 바 있는 속담들만 해도 그렇다.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는 것. 또한 '100명의 유대인이 있다면 100개의 의견이 있다'는 속담도 그렇다. '아이에게 일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도둑질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과 같다.'는 속담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유대인들은 자녀들의 개성과 창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워준다는 뜻이다.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상 위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다른 사람과 치열하게 토론을 벌인다. 예시바의 책상들은 둘 이상이 마주보고 앉도록 놓여 있어서, 어느 누구도 혼자 공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예시바는 질문을 매개로 한 토론과 논쟁의 공부를 중시하는 유대인의 교육 문화를 집약해 놓은 공간이기 때문이다."(96쪽)

이는 유대인들이 토론하는 도서관 '예시바'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도서관 같은 경우엔 꿈도 못 꿀 일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잠시 생각해 봤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둘 씩 둘 씩 마주 앉은 자리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다면 보면 옆 사람들의 토론까지 들리는 게 아닐까 싶은 게 그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과정을 거치게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옆 사람들의 토론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실력을 배양토록 하기 위함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훈련이야말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까지도 충분히 들으면서도 자신의 논지를 잃지 않는 실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우리를 더 놀랍게 하는 게 있다. 1951년 미국에서 태어난 유대인 힐 마골린이 1984년에 한국의 남자 아이를 자기 가정에 입양한 것이고, 그 아이는 사교육을 받지 않고서도 하버드에 입학했고, 지금은 그곳을 졸업한 이후 구글에서 입사하여 일하고 있다는 게 그것이다.

무엇을 생각토록 하는가? 유대인들의 가정교육과 그들의 교육풍토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더욱더 절감케 된다는 것 아닐까? 우리식대로 물고기를 잡아 주려하고, 100인 100색의 생각보다 1인의 생각으로 주입하려하고, 더욱이 아이들의 결정권까지 가로채려는 부모와 학교교육으로는 결코 그들을 뒤따라갈 수 없지 않겠는가? 


유대인 생각공부 -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쑤린 지음, 권용중 옮김, 마일스톤(2015)


#유대인들의 도서관 '예시바'#힐 마골린의 〈공부하는 유대인〉#미국의 상위 5개 기업이 유대계 자본#100인 100색의 생각#아이들의 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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