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어렵다보니 너나 할 것 없이 경제부흥에만 초점을 맞추는 듯합니다. 그러나 가치관과 기준이 올곧게 서 있는 사회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흔들림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며, 그 선두에는 건강한 지식인이 있어야 합니다.""박사랍시고 그저 대우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다면 불완전한 지식인일 수밖에 없다. 지식인은 사회가 어려울 때 발 벗고 나서 사회를 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경북 문경의 대안학교인 샨티학교 내에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를 세운 강신호 박사가 한 말이다. 연구소는 학교 내에 있지만 학교와 상관없는 독립 연구소다.
강신호 박사 부부는 2012년 1월 문경시 농암면에 자리를 잡았다. 강 박사가 하는 일은 대안에너지를 만들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농가나 소규모 단체가 에너지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환경오염은 날로 가속화하고 에너지 위기는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다. "다가올 에너지위기에 대비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바른 먹거리, 바느질, 집짓기, 자연의학, 대안에너지를 통해 현대문명이 낳은 여러 가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공기업 책임연구원 자리를 버리고 시골 문경의 샨티학교에 연구실을 마련했다.
그는 샨티학교 교실 세 칸을 빌려 연구소와 실험실을 만들어 대안에너지를 연구하고 장치들을 개발해 전국 지자체에 보급하고 있다. 열병합발전소에 쓰이는 가스터빈 연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태양광발전, 소수력발전, 바이오디젤, 바이오매스 등을 연구한다.
연구실 세 칸에는 온갖 기계와 시설들이 가득하다. 모두 사재를 털어 마련했다. 학교 뒤편에는 그가 제작해 세운 풍력발전기가 열심히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대안학교를 나온 아들과 함께 태양광 판넬을 만들고 전국의 지자체를 돌아다니며 에너지 적정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고급기술 필요 없이 그 지역과 환경에 맞는 기술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재와 기술을 이용해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가 만든 태양광스마트폰 충전기는 5~6만 원의 자재비를 들여 현장에서 4시간 정도면 완성할 수 있다. 시중에서 사려면 15만 원 정도가 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폐차장에서 사온 자동차 브레이크 디스크를 손에 들고 설명을 추가했다.
"브레이크 디스크 위에 자석을 놓고 그 위에 에나멜 코일을 얹어 두 개의 디스크를 회전시키면 자기장 속에서 전기가 생산됩니다. 폐자재를 재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것이죠."또 다른 교실에 들어가니 주름진 닥트가 교실 천장에 설치돼 있고 창문밖에는 길이 3.5m에 너비 1m쯤 되는 태양열 발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른바 햇빛온풍기다. 바깥 날씨가 영하 5℃던 날, 햇빛온풍기가 뿜어내는 더운 바람을 측정해 보니 55℃까지 올라갔다. 좀 더 응용하면 히터가 필요 없다는 논리다.
기술특허 4건, 논문 25편을 쓰고 대한기계학회지에 칼럼을 기고하는 강 박사는 "편한 길을 두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는 지적에 "아니오, 안정된 직장에 있을 때보다 훨씬 보람있어요"라고 대답하며 웃음 짓는다.
강 박사는 연구와 함께 과학수업도 한다. 과학수업과 함께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을 특별지도 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일산과 파주에서 지역민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했던 부인 이애경씨는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남편이 시골로 내려오기를 원할 때 대개 부인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하는데 잘나가는 자리를 버리고 시골에 가자고 했을 때 부인이 허락해주었느냐?"는 질문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어요, 5년 전에만 더 일찍 퇴직했더라도…"하며 미소를 짓는 강 박사.
"현장에서 생활하며 어려움을 실감하지만 자유롭다"고 혼자 연구하는 장점을 말한 그는 "혼자서 구상, 기획, 실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단점이라며 아들과 함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뜻있는 이들과 함께 전국 지자체를 돌며 적정에너지 기술 강좌를 하는 것도 그의 일 중 하나다.
제주에 소재한 한살림제주생협에서 벌이는 강좌에는 ▲ 내손으로 만드는 소형발전기 ▲생활주변의 재활용바이오에너지 ▲여름을 시원하게 만드는 자연환기에어컨 ▲전기가 필요없는 무동력수격펌프 ▲화석에너지가 필요 없는 햇빛식품(고추)건조기 ▲나무가 적게 드는 고효율 조리화덕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내 손으로 만드는 소형발전기"가 그가 맡은 주제이다.
대기업이나 연구원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추구하는 목표는 대량생산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 그의 목표는 친환경적이고 돈이 적게 드는 시스템을 만들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호의호식하며 출세만 바라는 세상에, 사회 경제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지식인의 책무를 위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온 바보 강신호. 그와 같은 바보가 인정받는 사회를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다음블로그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