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4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첫 번째 지역은 강원도입니다. [편집자말] |
만약 강원도 교육을 크게 두 개의 시대로 구분해야 한다면, 그 두 가지 시대는 아마도 민병희 교육감 체제가 들어서기 이전과 그 이후로 나눠야 할 것 같다. 그만큼 민병희 교육감이 들어선 이후의 시대는 그 이전 시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민병희 교육감은 2010년 실시된 직선제 선거에서 강원도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이후 민 교육감은 보수적인 경향을 띠고 있는 강원도 교육에 상당히 큰 변화를 몰고 왔다. 20년 만에 고교 평준화가 되살아난 것을 비롯해,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 '강원도형 혁신학교 운영', '비정규직 교육감 직고용제 채택', '교육청 내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전환',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단체교섭 요구 수용' 등이 그가 교육감으로 일하면서 일어난 주요 변화들이다.
이 사업들 중에는, 비정규직 교육감 직고용제 채택과 같이 강원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실행에 옮긴 사업들도 여러 가지다. 민병희 교육감은 특히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로 인해 강원도 교육청은 다른 지역의 교육청들이 비정규직과 마찰을 빚으면서 언론에 자주 이름을 내미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 만들어졌다.
민 교육감은 교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데도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다. 도 내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사'를 배치해 교사들이 잡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했다. 변화는 '안'에서도 일어났다. 민 교육감은 수시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갖고, 그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대화는 물론 교육청 내 직원들하고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그 자신 역시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학생과 학부모와 직접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변화들은 바로 강원도 내 일선 학교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병희 교육감의 교육 방침이 그 어떤 지시나 강요도 없이 일선 학교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에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를 불문하고 모든 교육 주체들이 다 같이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그의 올곧은 교육 철학에 기인한다. 그가 강원도 교육감으로서 어떤 교육 철학을 가지고 있고, 또 지금까지 어떤 교육 정책들을 펼쳐왔는지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진보교육감'이다. 그런데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자신은 진보교육감이면서 보수교육감이기도 하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일단 호감을 보였다. 그가 왜 그런 표현을 썼고, 또 왜 그런 호감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봐야 한다. 이 인터뷰 자리에는 교육 전문기자인 윤근혁 기자가 함께 했다.
"나는 진보교육감이자 보수교육감이기도 하다"
- 2010년 강원도 초대 직선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그 후로 강원도 교육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진보교육감으로서 주로 어떤 변화에 초점을 맞췄나?"나를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는데 맞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또 보수교육감이기도 하다. 먼저 진보교육감이 확실히 맞는 게 뭐냐면, 지난 1월 강원도 학교장 연찬회에서 이런 말을 했다. '강원교육의 현재가 대한 교육의 미래다. 우리가 한 발 앞서가지만 머지않아서 온 나라가 우리 정책을 따라올 것이다.' 이렇게 얘기했다. 그런데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4일 시도교육감들하고 서남수 신임 교육부 장관하고 교육부 정책 브리핑을 듣는 자리가 있었다. 난 그때 박근혜 정부의 교육 정책을 브리핑 받으면서 감개가 무량했다. 우리가 3년 전에 했던 정책의 상당 부분이 들어 있는 걸 보고, 올해는 이전 장관 시절보다 일하기가 수월하겠다,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면에서는 한 번 앞서가는 진보가 맞다.
하지만 내겐 또 보수적인 측면도 있다. 진보도 중요하고 변화도 중요하지만, 원래 교육이 가져야 할 올바른 가치는 꼭 지키고 보수해야 한다. 그런 것들은 반드시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진정한 교권을 확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든지, 또 작은 학교를 살려나가는 정책 같은 것들은 우리가 변함없이 지켜내야만 하는 것들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보수교육감이기도 한 것이다. 교육 문제에서는 무조건 진보다, 보수다 그렇게 가를 것이 아니다. 진보가 필요할 때가 있고, 보수가 필요할 때가 있다. 교육 문제를 다룰 때 나는 그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그럼 보수와 진보를 떠나 교육감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은 무엇인가?"교육감이 되고 나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일은 고교 입시제도 개선이다. 고교 평준화 사업인데, 다른 일에 앞서 그것을 먼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으로 인해서 파생되는 문제가 여러 가지다. 교육 과정의 파행이라든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게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 제도를 되살리는 데 꽤 애를 먹었다. 강원도에서는 아마 가장 성공하기 힘든 일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당시 교과부는 '고교 평준화를 위한 부령 개정'을 안 해주면서, 그 문제를 시도의회에 떠넘겼다. 시도의회가 또 고분고분하게 나올 리가 없다. 그 바람에 고교 평준화를 당초 계획보다 일 년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일 년 후에 해냈다. 강원도가 비평준화 지역이 된 지 20여 년 만이다. 그래서 올해 다시 평준화를 시작하는데 사실 걱정도 많이 했다. 혹시 민원이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조용했다. 전화로 몇 분이 항의를 해왔고, 집단행동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이 문제를 도민들이 아주 성숙하게 받아들였다."
- 고교 평준화 말고도, 그동안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업들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친환경무상급식지원을 지난해에 초등학교, 올해 중학교까지 실시하고 있다. 내년에는 고등학교로 확대한다. 도민들한테 강원도교육청에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까, 첫 번째가 친환경무상급식지원을 제일 잘한 것으로 뽑고, 그리고 두 번째 잘한 것으로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를 꼽았다. 거기에 나는 또 모든 학교에 교무행정사를 배치한 것을 꼽고 싶다. 이전에 교사들에게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해서, 가르치기에만 전념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걸 실행에 옮겼다. 교사들은 이제 학교에서 잡무 처리를 안한다. 그 시간에 생활지도라든지 상담이라든지, 수업에 전념하게 했다.
그 외에 도교육청이 추진한 사업으로 비정규직의 교육감 직고용,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있다. 이건 강원도가 전국에 앞서서 한 것이다. 비정규직과의 단체교섭도 제일 먼저 했다. 교사 연수 같은 것도 예전에는 집합 연수, 강제 연수였다. 그런데 이제는 교사들이 희망하는 연수를 받게 하고 있다. 연수원 프로그램도 대폭 바꿔서 교사들이 만족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연수원은 우리가 지난 정부 시절에도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 교육 정책뿐만 아니라, 교육청 내 직장 문화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무엇보다 권위주의를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다. 권위는 교사들이 학부모들이 인정해주면 좋은 거다. 내 스스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제 학부모 행사에 특강을 나갔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자고 해, 나중에는 제발 좀 봐달라고 해서 빠져나왔다. 요즘은 내가 직접 커피를 타서 마시고, 또 손님을 대접하기도 한다. 세계 여성의 날에 여직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때 커피 문화를 바꿔 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그 후에 내 스스로 바꿨다. 회의 때 과장들에게 내가 직접 타주고 했더니 과장들도 여직원들에게 커피를 주문하던 습관을 모두 바꿨다. 이제는 남자 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커피를 타 주기도 한다.
내가 어떻게 하라고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이게 말없이 퍼져 나가 지금은 일선 학교 교장들도 많이 바뀌었다. 학교 방문 문화도 바꿨다. 교육감이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면, 아무리 간소화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로 번거로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10분 전, 5분 전에 학교 방문을 알린다. 그리고 바로 들어가서, 딱 두 가지만 보고 나온다. 서류나 성적 이런 거 보는 게 아니다. 아이들 표정과 교사들 표정, 이 두 가지다. 학교가 어떤지는 그 두 가지를 보면 알 수가 있다."
- 보수적인 강원도 교육계에 변화를 준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교육감으로 일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왜 없었겠나? 교육감 되고 나서 첫 번째 교장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때 첫 마디를 이렇게 꺼냈다. '저 안 찍은 분들 손들어보세요' 했다. 그랬더니 한 사람도 손을 들지 않더라. 그래서 '감사합니다. 저를 이렇게 성원해주셔서…' 그러고는 다 같이 웃었다. 그 분들이 처음엔 부정적이었다. 겉으로는 어쩔 수 없었겠지만 속으로는 '그래 어디 두고 보자' 생각했을 것이다. 실제 그랬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꾸준히 강원도교육청이 사업을 진행하는 걸 보더니 '아 이게 되겠는데, 될 수 있겠다, 된다' 이렇게 바뀌었다. 우리가 교육적으로 올바른 일 추진하고 그 방향으로 꾸준히 가면 그분들도 안다."
"작은 학교 통폐합? 과밀학교를 분산하는 게 더 효과 커"- 교과부로부터 다른 진보교육감들이 모두 고소고발을 당했는데 유일하게 민 교육감만 고소고발을 당하지 않았다."나도 지금 아마 몰래카메라에 찍힌 게 엄청 많을 거고, 보고 들어간 것도 엄청 많을 거다. 실제로 내가 친구들 하고 어디 대포집 가서 무얼 먹었는지도 다 알고 있더라. 그래 가지고 예전에 조그맣게 기사도 났었다. 그걸 보니까 이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느 세력인지는 모르지만, 사찰을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한테는 큰 문제가 없었다."
- 지난해 교과부가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방침을 제시하면서 교과부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교과부 방침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가?"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문제는 개인의 인권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법률로만 제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법률로 제한한다는 것은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서 학생부에 이러이러한 사항을 기재하라 이렇게 법으로 정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교과부령으로 이걸 게재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거다. 교과부령이 법령보다 하위개념이다. 법령에 의하지 않은 것을 하라고 하는 것은 위법이다. 이 문제는 현재 대법에 제소중이다.
얼마 전 서남수 신임 장관을 따로 만났다. 이 문제도 말했다. 교육부에서 '입법을 위해서 노력해 달라. 그러면 따르겠다. 입법 전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보류를 좀 해달라', 그렇게 부탁했다. 작은 학교와 관련해서는 교과부가 법을 개정하려고 하는데, 교과부에서 개정하려고 했던 걸 그대로 따르면, 우리는 학교가 절반이 없어진다. 한 번 생각해 보라. 학교가 절반이 없어지는 걸 그대로 놔두는 건 말이 안 된다. 이 문제는 결국 내가 교육감협의회에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해서 막아냈다. 지금은 교과부가 당근정책을 쓰고 있다. 작은 학교를 통폐합했을 경우에 지급하는 보상 금액을 늘렸다. 초등학교는 30억, 중고등학교는 100억까지…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학교를 통폐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보상 금액과 상관 없이 통폐합이 필요하면 한다.
예전에 어느 연구 결과에 나온 걸 보니까 보상 금액과 통폐합해서 예산을 절감한 비용이 거의 일대일이다. 그러니까 절감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에 신임 장관에게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농산어촌 특별법 제정이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지원하는 정책을 써 달라, 부탁했다. 작은 학교 통폐합은 주민이 원하지 않으면 안한다. 작은 학교 살려나가기 정책을 쓰면서 학생이 늘어나는 학교가 꽤 있다."
- 만약에 강원도에서 교과부 방침대로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하게 될 경우,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나."상상하기도 힘들다. 마을에서는 작은 학교가 마을의 중심이고 구심체다. 마을 문화의 구심체 역할을 한다. 학교가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활력이 대단하다. 학교가 없어지면 그 마을이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연히 학교는 있어야 된다. 통폐합에 찬성하는 분들은 해당 학교의 학부모들이다. 학생들이 몇몇 안 되니까 사회성 부족이라든지 그런 걸 우려한다. 나머지 마을 사람들과 동창들은 다 반대다. 강원도는 또 통학거리가 워낙 멀다. 아이들이 40분씩 버스 타고 학교에 다니려며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을에 학교가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라는 게 아이가 있는 곳에 학교가 있는 게 원칙 아닌가? 한 명이라도, 국가는 그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거기에는 경제적인 논리나 효율성을 들이대서는 안 된다. 경제적인 논리와 사회 규범이 충돌하면 사회 규범이 무너진다.
지금은 오히려 과대과밀학교를 줄여서 적정 규모 학교로 만드는 게 우리 교육의 목적이다. 서울과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춘천이나 강릉 같은 경우에는 초등학교에 과대 과밀학교가 많이 있다. 새로 아파트를 지으면 거기로 다 모인다. 그런 경우가 사실 더 힘들다. 예산도 더 들고 학교를 지을 장소도 없고. 오히려 그런 학교들을 작은 학교들로 분산해서 적정 규모를 유지하게 하는 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본다. 교육부가 큰 학교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작은 학교를 문제시하는 쪽으로만 가고 있고. 학교가 적정 규모를 갖추려면 큰 학교를 작은 학교로 가게 해야 하는데 그건 놔두고 작은 학교만 없애려고 한다."
- "작은 학교가 우리 교육의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작은 학교에 어떤 강점이 있는가?"작은 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작은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인격과 사랑의 품성이 큰 학교보다는 훨씬 풍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적인 문제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학교는 학생 수보다 직원이 많을 때도 있다. '그거 비효율적인 거 아니냐, 저 아이들 몇 명 때문에 저 많은 사람들이 가 있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지 않다, 저 아이들을 큰 학교로 옮기면 좋지 않냐'고 말하는데 그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우리는 '좋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옳은 것을 우선한다는 원칙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옮기면 좋겠는데'라고 해서는 안 되고, '이렇게 옮기는 게 옳은가' 이걸 따져 보아야 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이 중학교 가서 잘 적응할까 걱정하는데 전혀 문제없다. 오히려 아이들이 더 차분하고 집중도도 높다. 다른 나라들은 아이들 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반대다. 작은 학교 아이들이 경쟁에 약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나는 경쟁력이라고 하는 것을 이렇게 본다. 경쟁은 다른 사람하고 경쟁을 해서 이기려고 하는 것보다 자기 내면과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 나의 나태함과 안일함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 경쟁력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협력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정부가 들고 나오는 것도 그런 거다. 아이들에게 경쟁이 아니라 꿈과 끼, 행복을 느끼게 한다는 것 아닌가? 상당히 진보적이다. 물론 지금 그렇게 하려면 이 정부가 세부적인 것에서부터 잘못된 것을 다 바꿔 나가야 한다. 진짜 경쟁력을 갖춘 아이가 되려면 다른 아이들하고는 협력을 해서 해결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
- 강원도 교육을 말할 때, '행복'이라는 용어가 자주 거론된다. 강원행복더하기학교도 그중에 하나인데, 이 학교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인가?"강원도형 혁신학교를 우리는 '행복더하기 학교'라고 부른다. 2011년에는 9개교에서 운영을 시작했고, 지금 현재 41개 학교를 운영 중이다. 다양한 시도들이 펼치고 있다. 우선, 양양 광정초와 인제 서화초는 지난해 9월부터 초등학교 상시평가를 우선 실시하고 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래서 올해 전면 도입하는 초등학교의 평가방법 개선에 큰 도움을 주었다. 원주 북원여중과 속초 설악여중, 태백 기계공고는 학생 자치회와 동아리 활성화 하는 것이 학교문화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었다.
특히, 설악여중은 전교생이 1인 1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학생 10명 이상이 모인 자율 동아리 27개와 교사 주도 동아리 16개가 있다. 또 동아리연합회장을 학생들의 직접선거로 뽑고 있다. 횡성 서원초는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해 삼화초는 학부모 참여 행사를 열어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학교를 앞서 실천하고 있다. 특히, 고성 아야진초와 공현진초는 발도로프 교육의 장점을 소규모 학교에 적용해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학교들은 전입생이 증가하는 효과도 보았다. 행복더하기학교는 공교육이 가야 할 길을 한 걸음 앞서 가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앞으로 이들 학교를 모델로 다른 학교들에 학교 혁신의 기풍을 만들어 갈 계획이다. 그런데 모든 사업은 학교와 교사의 자발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때문에 우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아가려고 한다."
"가장 훌륭한 선생님은 아이들하고 웃는 선생님"
-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학교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그런데 조례안이 도의회에서 계류됐다.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사실, 평화로운 학교, 인권이 살아있는 학교 같은 것은 문화의 문제다. 문화는 어떤 규칙이 있다고 해서 금방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학교인권조례가 도의회에서 계류된 까닭은 특정한 조항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직 우리 사회에 학생들의 인권 보장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교권과 인권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의회에 계류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도의회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밝혔으니까 저희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인권은 문화의 문제이다. 때문에, 우리는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생활협약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우선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를 중심으로 컨설팅을 통해 생활협약운동이 기운차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이로 인해 변화하는 학교의 모습을 알려 차츰 다른 학교로 번져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생활협약 운동은 교육의 3주체인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 서로가 신뢰를 회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학교가 자율과 자치, 협약에 기초한 생활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 강원도에서 아직 학교폭력이 크게 문제가 된 사례는 없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 없는 문젠데,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사실 우리가 펼치는 모든 정책은 서로 얽혀 있다. 고교평준화나 친환경 급식지원, 교원업무 정상화, 강원행복더하기 학교 운영 모든 것이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 볼 수 있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만큼 학교폭력예방에 효과적인 사업이 있을까. 급식지원을 포함한 교육복지 사업도 학생들이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자존감에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학교폭력'이라는 문제에만 집착해서 본다면, 올해 우리가 야심차게 준비한 것은 연극을 통한 비폭력평화학교 만들기 사업과 '학교생활 협약 운동'을 들 수 있다. 찾아가는 연극공연과, 학생 참여 연극, 교육연극 연수 등을 하고 있다. 그밖에도 학생교육원과 사임당 교육원을 '위스쿨'로 지정해 학교생활을 힘들어 하는 학생들 중심으로 장기적인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공립형 대안 고등학교와 중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진로교육원'을 전국 최초로 설립한다. 그런데 지금 이게 어디 벤치마킹할 데가 없다. 진로교육원을 만들어본 지역이 없다. 호주까지 다녀오고 여러 가지 시설을 봤는데 딱히 저거 다 모델을 삼을 만한 기관이 없다. 이제 우리가 구상을 해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상당 부분 진전이 돼 있다.
우리는 진로교육원 통해서 아이들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꿈'을 갖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중학교 때까지는 확실한 내 진로를 정하게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의 생활 태도도 달라질 것으로 본다. 생각도 달라지고 공부 방법도 달라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인성교육과 생활교육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러면 학교폭력 문제도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 이렇게 보고 우리가 지금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 진로교육원이다."
- 마지막으로, 교육현장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만나서 직접 대화를 나누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나?"소통은 '소'자가 앞에 있고 '통'자가 뒤에 있다. 소가 '뚫을 소'자다. 먼저 뚫어야 통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뚫지 않고 통하려고만 한다. 그래서 소통을 하려면 막혀 있는 벽부터 뚫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감하고 교장들 사이에 막이 있었다. 무슨 일이든 함께 하려면 먼저 그걸 뚫어야 한다. 또 교사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딱 한 가지 부탁하는 게 있다. 내가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꼭 하나 부탁을 하고 오는 게 뭐냐면, '가장 훌륭한 선생님은 아이들하고 웃는 선생님이다. 오늘 퇴근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웃었나 안 웃었나 한 번 생각해 봐라. 만약에 웃지 않았으면, 왜 웃지 않았는지 그 다음날 생각해 봐라'는 것이다. 그거 하나 부탁한다.
그런데 그게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운 부탁이다. 교사가 아이들하고 웃으려면 일단 참아야 한다. 힘든 것 참고, 화가 나도 참고, 또 여러 가지 웃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에 우리 강원도 교사들이 아이들하고 매일 웃고 지낼 수 있기만 한다면, 우리 교육은 더 이상 할 게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