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 26일 오후 5시 12분]"의원들에게 인사하고 가야지!"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 선서를 마친 후, 단상에서 내려가던 안철수 의원에게 한 의원의 외침 소리가 날아들었다. 안철수 의원은 단상에 오르내릴 때 국회의장뿐만 아니라 동료 의원들에게도 인사하는 관례를 잊은 것이다. 상기된 표정의 안 의원은 걸음을 멈추고 의원들에게 인사했다. 의원들은 웃음소리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지난 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이날 처음으로 국회에 등원한 안철수 의원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의원선서 때도 당혹스런 상황이 연출됐다. 안 의원은 의원선서를 위해 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단상에 올랐다. 안 의원은 의원선서를 위해 오른손을 들어올린 김무성·이완구 의원보다 한 박자 늦게 손을 들었다. 이후 순서도 꼬였다. 당초 안 의원 측은 선서낭독 후 김무성·이완구·안철수 의원 순으로 이름을 밝히며 손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선서낭독을 마친 뒤 안 의원을 툭 치며 순서를 재촉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 의원이 곧바로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손을 내리자 안 의원도 "국회의원 안철수"라고 말한 뒤 손을 내렸다. '첫 경험'의 긴장이 전해졌다.
이날 안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의원과 만났다. 대선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다. 오전 대정부 질문이 끝나기 직전, 본회의장 가장 오른쪽 줄에 앉은 문 의원이 일어나서 맨 왼쪽 줄에 앉은 안 의원의 자리로 찾아갔다. 두 사람은 반갑게 악수하며 짧은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안 의원은 "그냥 서로 인사만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오전 대정부 질문 내내 한순간도 자리를 뜨지 않고 경청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그는 쓴소리를 내놓았다. "(국무위원) 답변 중에 마땅치 않은 게 있었고, 질문도 그런 부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첫 출근에 뜨거운 취재 열기... "국회 가는 길 험난"
안철수 의원이 의원회관에 나타난 것은 오전 8시 56분이었다. 아직 의원회관 내 사무실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대선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송호창 무소속 의원을 만나기 위해 의원회관을 찾은 것이다. 하늘색 그랜드 카니발 차량에서 내린 안 의원은 감색 양복으로 말끔하게 차려 입은 모습이었다. 안 의원은 의원회관 앞에 기다리던 기자들을 보자, "여기서 보니 새롭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송호창 의원실로 가면서 기자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짧게 답했다. 그가 국회를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대선예비후보 자격으로 시도지사 간담회에 참석한 후 처음이다. 기자들이 국회 등원 소감을 물어보자 그는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은 꿈 꿨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송호창 의원실에 도착하자, 정작 송 의원은 자리에 없었다. 송호창 의원은 당초 약속시간보다 22분 늦게 도착했다. 5분간의 짧은 이야기를 나눈 후 안 의원은 송 의원의 안내로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으로 향했다. 안 의원은 송 의원에게 "저는 지리를 모르니까 잘 (안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의원회관 1층에서 정호준 민주통합당 의원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송 의원을 제외하고 처음 만난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곧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과도 마주쳤다. 정 의원은 안 의원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국회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국회 위상을 제고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한번 뵙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기자들이 자신을 따라붙으며 질문 공세를 하자, "국회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한지 모르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안 의원은 "앞으로 의정 생활을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많이 듣고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뵙겠죠"라고 말했다. 그가 정론관을 들른 후, 국회 본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앉은 것은 오전 10시였다. 정확히 대정부 질문 시작 시간을 맞췄다.
대정부 질문 쓴소리 "마땅치 않은 질문답변... 다만, 학점은 학기 중에 안 매겨"
안철수 의원의 자리는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과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 사이였다. 그의 자리는 새누리당과 비교섭단체·무소속 의원 자리 사이에 배정됐다. 그러다보니 주로 새누리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는 김무성·심상정 의원 등과 인사를 나눴고,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안 의원의 자리로 직접 찾아왔다.
이후 안 의원이 의원 인사를 위해 민주당 쪽에 마련된 의원대기석에 앉자, 주변 민주당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김무성·이완구 의원 인사가 끝난 후, 안 의원이 단상에 올랐다. 그는 "의장님과 동료 의원님께 따로 인사드리는 게 예의겠으나, 여건상 이렇게 처음 인사드리는 것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운을 뗐다. 김무성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인사했다.
안 의원은 "이번 선거 통해 많이 배웠다, 국회의원으로서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엄중한 책임을 가지는 것인지 선거과정에서 많이 체험했다"며 "선거란 자신의 비전을 유권자에게 보여드리고 궁극적으로 유권자와 약속을 맺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유권자들과 약속을 지키고, 기대의 절반이라도 공헌하기 위해 최선을 하겠다, 의미 있는 성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란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는 것이라 믿는다, 혼자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여기 계신 많은 여야 의원님들 말씀에 귀 기울이고 도움 청하고, 늘 겸손한 자세로 함께 하겠다"며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 따끔한 질책도 정중하게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노원병 유권자, 성원해주신 국민여러분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자리로 돌아간 안 의원은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자,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그 시간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대거 자리를 떴다. 안 후보는 오전 대정부 질문 동안 몸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의원 질의와 국무의원의 답변을 경청했다. 간간히 메모도 했다. 이날 대정부 질문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국정원 대선 개입에 질의하면서, 여야 의원들 간의 고성이 오갔다.
오전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본회의장을 나온 안 의원은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원 출석률이 낮은 것을 두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는 게 보시기에 좋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국무위원) 답변 중에 마땅치 않은 게 있었고, 질문도 그런 부분 눈에 띄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점수를 매겨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학기 중에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학기가 끝나야…"라고 웃으면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