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인공위성발사와 3차 핵실험에 이은 한미연합 대북핵전쟁연습으로 벌어진 무력대결 상황을 겪으며 남·미·북은 서로의 의지와 강·약점을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북이 남을? 또 남이 북을 칠 수 있나? 미국도 북을 선공할 수 없게 된 것이 오늘의 남·미·북3각 관계이다.
북의 돈줄인 개성공단은 건드리지 못할 거라던 남이 정작 폐쇄위기에 처하자, 남은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제의하고 북은 거부했다. 미국 케리 국무장관이 북이 아니라 남에 와서 "북이 국제적인 의무와 합의 사항을 이행하며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는 늘 해 온 얘기를 되풀이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지금 남과 북은 평화의 가능성을 향해 숨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런 사태가 일어났는가? 정전 이래 계속되어 온 미국의 대북 봉쇄, 고립정책을 견디다 못한 북이 평화협정을 강제할 만한 무력을 갖췄다는 자신감에서였을 것이다. 특히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핵위협에 허리띠를 조이며 지내 온 고통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다는 결의도 있었음직하다.
동시에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남북동포들이 화해·협력·교류했던 10년간의 신뢰를 복원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었으리라. 대화·소통이 시작되면 남북경제공동체 운영의 청사진도 그려보았을 것이다. 강성국임을 자임하며 이제부터는 산업혁명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에 전력한다고 한 약속의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중국과의 교역만이 아니고 남과 더해야 한다는 민족애도 한몫했기 바란다.
한편, 남에서도 당면한 안보현실을 재점검하는 계기도 되었다. 미국 전술핵 재배치, 최신 미국무기 구입, 심지어 미국 핵우산 보호의 한계를 느꼈기에 자위력을 위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왔다. 북의 10배 이상의 군사비를 쓰면서도 자신 없으면 평화체제를 이루는 것이 가장 확실한 안보이다.
미국에게 북미평화협정을 하도록 할 게 아니라 남북평화체제를 이루는 것이 먼저 해야할 일이다. 북이 경제공동체 운영해서 함께 잘 살자고 하는데 경제대국 남이 북에 적화통일 될가 두려워 못 받아 드린다는 것인가? 남측은 어서 나서서 당당히 선도하고 주도하기 바란다.
"얄궂은 얘기지만, 한반도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이명박 정부. 그의 공로가 하나 있다. 오바마가 북과 직접 대화하려 했는데 북을 더 압박하면 곧 붕괴된다며 못하게 한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실력을 입증한 사실이다. 즉 남이 결심하면 미국도 우리 뜻에 따르게 할 수 있다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다음달 미국에 오는 박 대통령이 남녘의 실력을 발휘해서 남북이 평화할 테니 지켜보라고 할지 아니면 남을 보호해 달라거나 북을 눌러 달라고 하려는지 궁금하다.금강산관광과 5.24남북교역 중지에 이어 개성공단마저 완전 폐쇄되면 120여 기업이 도산할 것이다. 개성공단에서 북 근로자 5만 명이 연 $8천만 수입을 올릴 때 중국에 나간 10만 명은 $3억을 벌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대외교역의존 경제구조가 임계점에 다달은 남녘의 돌파구는 남북경제공동체 운영이다. " ([2013년 조국의 남한에 바란다] 오인동, 오마이뉴스 2012년 10월) 조국을 둘러싼 4국이 원하지 않는 게 남북통일이니 이 겨레가 해야 할 일은 오직 남북평화체제부터 해야 한다. 확고하고 진정성 있는 제의를 북은 받아들여 1960년대 초심으로 돌아가 민족자결주의 (우리민족끼리) 원칙에 따라 "북남평화 하자"고 나서 주기 바란다. 아니면 그때 북에 화답하지 못했던 남이 먼저 제안해도 좋다.
선대 노무현·김정일의 2007년 10.4 선언에서도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다"고 합의했었다. 하면 남북평화가 북미평화이고, 남미관계 정상화도 이루게 된다. 남북평화체제에 합의하면 서로의 정체성도 안전보장도 상호 간에 하면 되는 것이지, 미국의 허락이나 중국의 추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남의 전자정보과학기술·전문경영실력과 북의 CNC·핵과 우주과학기술의 보합으로 이룰 통일조국은 1세기 전 외세에 힘 없이 휘둘리던 나라가 아니다.
수구언론의 막대한 통일 비용 얘기는 근거 없는 허구수구언론의 막대한 통일 비용 얘기는 근거 없는 허구다. 분단유지비용과 경제공동체 운영 비용을 계산해 보면 통일비용은 아예 없고, 통일경제 대박만 있다. 경제공동체운영비용은빠르면 빠를수록 적게 들고 미룰수록 불리하다. 남북재외를 포함한 8200만시장 규모경제는 영국, 프랑스 넘어 독일과 비슷한 크기이다. 남에게는 실업과 민생복지를 해결하고, 북에게는인민경제 생활향상을 모두 이룰 수 있다.
현 남녘 경제성장률 2%대는 10%대로 올라가게 되고 10년 안에 남 1인당 소득 $2만도 GDP $1조도 2배 이상이 되고, 북녘 성장률은 남보다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된다. 휴전선 철조망을 걷어 내면 섬 아닌 섬이던 남녘에게 40억 인구의 유라시아 대륙으로 진출하면 대륙과 해양의 물류 중심이 될 통일조국을 보게 된다.
6.15 선언은 남북 지도자가 나서서 해낸 것이지 미국에 빌지도, 중국의 허락을 받고 한 것도 아니다. 남북이 함께 하는 일, 미국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이 남북의 힘이고 정의이다. 이미 합의한 "남의 연합제와 북의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따라 남북의 현 체제와 정부를 유지한 채 남북연합방을 합의하면 된다.
남이 북의 실질적인 평화협정 상대가 되기 위해선 군사주권을 환수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17조 국가 부채로 어려워진 우방미국을 돕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을 돌려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미국은 남녘 국민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다. 조국에 외국군대가 주둔해 피해와 수모를 당했던 민족사의 쓰라린 과거를 이 기회에 청산하자. 남북이 연합방을 선포하고 난 뒤에 조국의 한 쪽에 있는 핵을 어떻게 하는 것이 겨레의 만년대계와 세계평화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의 7.4공동성명,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 따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평화체제를 구축 해낼 기회다. 우리의 역사는 뜻 있는 남과 북이 만들어 가는 것이지 주변국들이 해주는 것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서로 인식하게 된 남과 북의 역량과 위세를 자각하고 진정·진솔하게 대화하며 겨레의 앞날을 담판 짓자고 결의하자. 역지사지 자세로 상대방의 처지부터 생각하자. 경제공동체 운영을 시작해서 남북연합방을 제도화 하자. 해방에서 분단 68년, 동족상잔의 전쟁을 정전하고도 60년은 너무도 길었다.
이 겨레, 더 이상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다. 국민이 인민이 공감하고 있다. 남도 북도 통일의 꿈을 안고 살아왔다. 남북 주민들은 '남 인공위성, 북 은하로켓으로' 올리는 꿈도 꾸고 있다. 남·북·재외 8천만 겨레의 꿈을 이뤄내자!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재미동포 정형외과 의사입니다. 저서로는 <평양에 두고 온 수술가방>(2010) <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2010) <꼬레아, 코리아>(2008)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