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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창 전 영남대교수
정지창 전 영남대교수 ⓒ 조정훈

지난 2월 말 정년퇴임한 정지창(65) 영남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가 영남대학교재단 정상화와 박정희리더십을 연구하는 새마을대학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명예교수 추대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지창 교수는 지난 29년간 영남대에서 독어독문학과장, 교무처장, 교학부총장 등을 역임하며 학교 발전에 힘써왔을 뿐 아니라 <실천문학> 편집위원, 문예미학회장, 대구경북민족문학회 공동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예술마당 솔 대표, 민예총 대구지회장, 민예총 이사장 등의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정 교수는 지난 2월 28일 정년퇴임하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영남대는 그러나 정 교수가 지난해 9월 '영남대 재단정상화를 위한 범시민공동대책위' 공동대표를 맡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영남대에서 손을 떼라고 요구하고 박정희 새마을대학원을 개설한 데 대해 비판하는 등 영남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교수로 추대하지 않았다.

영남대 교원인사위원회는 지난 3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명예교수로 추대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총장이 특별히 인정하는 자는 추대하지 않는다'는 근거를 들어 정지창 교수를 명예교수로 추대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내용을 총장에게 건의해 추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광락 영남대 교무처장은 "정 교수가 근거도 없이 영남대를 박근혜에게 헌납했다고 하고 독재자 박정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당시 박근혜 후보가 재단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한 법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영남대가 박정희를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이어 "독재자 리더십을 연구하고 영남대의 비민주적인 행태를 비판했는데 박(정희)대통령의 개발모델은 노동자와 농촌을 억압하는 것보다 잘살게 하는 측면이 많고 영남대는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처장은 "우리학교 교수가 영남대를 폄훼하고 삐딱하게 예기한 것은 우리학교 명예교수로서의 자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정희란 인물이 찬반의 여지가 많지만 설립자인데 이런 식으로 비판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고 말하고 "보통 같으면 징계사유가 되지만 명예를 안드리는 것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남대는 설립 당시부터 청구대와 대구대를 강제 헌납받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통령도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학원 이사장 및 이사로 재직하다 불법입학이 문제가 되면서 이사장직을 물러났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일가가 영남대에 단 한 푼도 출연하지 않아 강제로 빼앗았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후 2009년 재단이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이사체제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4명의 이사를 추천했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대선토론회에서 "영남대와 동문회에서 이사 추천을 부탁해 거절했다가 계속 부탁하는 바람에 추천한 것"이라고 말해 영남학원의 정상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음을 시인했었다.

"새마을운동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교수 배제된 것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정지창 교수는 "학교재단 정상화 시민대책위에 참여해 공식적인 활동을 했다는 이유와 새마을운동을 언론을 통해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교수에서 배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수 개인이 얼마든지 견해를 표현할 수 있고 찬반에 대한 입장을 밝힐수도 있는데 그게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런 논리라면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은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냐. 집단주의도 아니고 대학사회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남대학교의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도 정 교수가 명예교수에 추대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과의 최연숙 교수는 "학교의 조처가 불합리하다"며 교수회에서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재호 영남대교수회 임시의장은 "현재 교수회가 정상이 아닌 상태라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면서도 "교수회가 정상화되면 이 문제를 가지고 공론화시켜 학교측과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문회와 시민단체 등도 영남대의 처사에 대해 비판했다. 이창주 영남대민주동문회 회장은 "박정희 대통령과 새마을정신을 계승하는 존재로서만 있다면 대학의 의미가 없다"며 "상아탑인 대학에서 독재시대의 논리로 보복성 인사를 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하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함종호 4.9인혁재단 부이사장도 "학교를 사유화하려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퇴직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영남대를 새마을운동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대는 2011년 6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견책 징계를 받은 김세균 전 정치학과 교수에 대해 명예교수 심사를 보류했다가 논란이 일자 지난 4월 24일 심사위원회를 열어 명예교수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정지창#영남대#명예교수#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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