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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테온은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랑현관(portico)과 원형홀(rotunda, 로툰다)이 바로 그것이다. 주랑현관은 말 그대로 돌기둥이 열을 지어 늘어선 모양으로 만들어진 현관이다. 로툰다는 그 천장이 돔으로 이루어진 원형이나 타원형의 홀을 말한다. 판테온은 바로 주랑현관과 로툰다라는 건축 양식의 원형으로, 뒤에서 보는 대로 세계 건축사에 길이길이 영향을 끼쳤다.

주랑현관은 현재 3열의 화강석 기둥으로 이루어졌는데, 첫 열은 기둥이 8개, 제2열과 3열은 각각 4개, 도합 16개의 코린트식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의 2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지금도 이 기둥의 상태는 좋다. 과연 단단한 화강석이다! 그런데 이 돌이 어디서 왔는가? 높이가 14m에 이르고, 기둥 하나의 무게만 60t이 넘는다는데. 바로 로마제국의 속주 이집트 채석장에서 왔다. 어떻게 왔을까. 잠시 상상해 보자.

당시 로마제국은 이집트 사막지대에서 화강석 채석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거기에서 거대한 화강석을 채석하여 통나무를 굴려 거의 100km나 떨어진 나일강으로 가지고 갔다. 나일강에서는 바지선에 태워 수백 km 떨어진 알렉산드리아로 향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3단 돛의 갤리선에 그 무겁고 큰 화강석을 싣는다.

60t이 넘는 화강석을 배에 어떻게 실었을까, 기중기도 없는데…. 또 자칫하면 배가 흔들려 전복이 될 수도 있는데… 신기한 일이다. 그 무거운 화강석을 배에 가까스로 실었다 하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지중해를 건너가야 한다. 지금 현존하는 것만도 기둥이 16개나 되니, 적어도 그 수 이상의 배들이 선단을 이루어 지중해를 건넜을 것이다. 적어도 1주일 이상(계절에 따라 다르나 계절풍을 만나 빨리 가면 이 정도 걸렸다 함) 말이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것이 로마의 외항 오스티아다.

로마인들은 어떻게 60t 넘는 화강석을 옮겼나

그런데 거기가 끝이 아니다. 거기에서 또 바지선에 화강석을 실어야 한다. 그리고 로마 한 가운데를 관통하는 테베르 강으로 들어 와야 한다. 60t이 넘는 화강석을 실은 바지선이 강물을 역류하면서 움직이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 거의 다 왔다. 하지만 마지막 대 역사가 남아 있다. 강가에서 로마시내 한 가운데 공사현장까지 적어도 1km가 넘는데 이 관문은 어떻게 통과해야 하나. 현대의 발달된 운송수단으로도 그렇게 크고 무거운 화강석을 도심 한 가운데서 나르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당시 로마는 이미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도시였다. 도시의 혼잡도가 보통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이 상황에서 2천년 전 로마인들은 어떻게 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통나무를 굴려 판테온 공사현장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장관이다. 

한 마디로 대 역사(役事)였다. 하지만 로마인들은 그것을 해냈다. 이게 어떻게 해서 가능했을까. 나는 로마가 기본적으로 노예사회였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노예들의 피와 땀이 없고서야 어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우리는 판테온을 바라보면서 그 건축사적 위대성과 함께 거기에 숨어 있는 인류의 참을 수 없는 고통도 잊어서는 안 된다.

신비의 로툰다, 그 수의 원리

판테온의 신비는 주랑현관에서 나오지 않는다. 판테온과 관련된 건축사의 에피소드는 그 대부분이 로툰다에서 나온다. 이제 로툰다를 보자. 판테온 로툰다의 신비는 돔에서 온다. 바닥에서 돔 꼭대기까지는 정확히 43.3m인데, 이것을 지름으로 하는 원이 홀 내에서 정확하게 그려진다. 이것은 판테온에 기하학적인 수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말한다.

피타고라스가 말했던가. 세상의 진리 뒤에는 반드시 수의 원리가 있다고. 로마인들은 왜 판테온 속에 완전 원을 만들어 냈을까. 완전 원이 판테온의 내구성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들은 우주가 바로 이런 완전 원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로툰다의 중앙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돔의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마치 거대한 천문대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런 건물이라면 눈비가 오면 어떻게 되는가. 그래서 그런가, 중앙 바닥을 보니 물이 떨어지면 나갈 수 있는 배수 홈이 보인다. 알아보니 별로 걱정할 것이 없단다. 옛날 이 판테온 안에서는 불을 많이 피웠던 모양이다. 그러면 연기가 위로 올라가는데 돔 천장의 구멍은 굴뚝의 역할을 하였다. 그렇게 되면 압력 차에 의해 웬만한 비는 돔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고 한다.

 판테온로툰다는 정확히 43.3미터 원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판테온로툰다는 정확히 43.3미터 원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 위키피디아

사실 이 로툰다의 과학 이야기는 끝도 없다. 건축 전문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제일 큰 의문은 하나다. 지구상에서 현존하는 돔으로서도 가장 크다(적어도 아무런 지지대 없이 만들어진 돔으로서는 그렇다)는 판테온의 돔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2천 년을 버틸 수 있느냐이다.

자료에 의하면 이 돔의 재질은 로마가 개발한 콘크리트(소석회에 포촐리나라는 화산재 등이 들어간 것인데 보통의 콘크리트보다 인장강도가 더 강했다고 함)이고, 여기에는 철근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오로지 콘크리트와 돌멩이가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놀라지 말라. 이 돔 천정의 무게가 무려 약 4500t이라고 한다. 그 무게의 돔이 어떻게 지상 43.3m 위에서 아무런 지지물도 없이 견뎌낼 수 있을까. 이것이 판테온 로툰다 건축 비밀 중 최고다.

무게(중력)를 분산시키는 기술은 로마인들이 개발한 아치 건축이 유명한데, 여기에서는 그것만으로 부족했다. 보다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다. 먼저 천장은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콘크리트의 무게가 가볍게 설계되었다. 돔 천장 구멍으로 갈수록 가벼운 돌(부석)을 집어넣고, 돔 두께를 얇게 하는 콘크리트 타설 방법이 사용된 것이다. 만일 이 방법을 쓰지 않고 돔 천정 맨 아래의 콘크리트 타설 방법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돔 천정의 무게는 약 80% 더 나갔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다.

여기에다 콘크리트 내부는 벌집조직 같은 방법으로 타설해 가는 공법을 사용해 콘크리트의 무게를 최소화했다. 마지막으로 로툰다의 눈(Oclus)으로 불리는 돔 천장의 직경 9m 구멍이 또 하나의 비밀의 열쇠다. 로마의 건축 장인들은 돔 천장에 이 구멍을 냄으로써 돔의 하중을 결정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었다.

 로툰다 내에서 천정을 올려다 보면 돔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이곳을 통해 햇빛이 들어 오면 판테온 내는 신비한 기운이 맴돈다.
로툰다 내에서 천정을 올려다 보면 돔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이곳을 통해 햇빛이 들어 오면 판테온 내는 신비한 기운이 맴돈다. ⓒ 박찬운

 로툰다 내에서 천정을 올려다 보면 돔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이곳을 통해 햇빛이 들어 오면 판테온 내는 신비한 기운이 맴돈다.
로툰다 내에서 천정을 올려다 보면 돔 중앙에 구멍이 뻥 뚫려 있다. 이곳을 통해 햇빛이 들어 오면 판테온 내는 신비한 기운이 맴돈다. ⓒ 위키피디아

판테온의 후예들

판테온은 서양 건축에 매우 큰 영향을 줬다. 서양의 돔 양식은 어쩌면 모두가 판테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려진 것 몇 개만 열거해 보자. 우선, 르네상스의 수도로 알려진 피렌체에 가면 도시 중앙에 일명 '두오모 성당'이라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라는 성당이 있다. 피렌체를 대표하는 상징 건물이기도 하다.

이 성당은 그 돔으로 유명하다. 그 높이가 42m인데,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의 돔이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피렌체인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다 동원했는데 결국 이 돔은 1436년 브루넬레스키라는 거장에 의해 완공된다. 브루넬레스키가 이 돔을 완공할 때 결정적 영감을 준 것이 바로 로마의 판테온이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피렌체 두오모 성당,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 위키피디아

또 하나의 예. 미국의 세 번째 대통령이자 미국 독립선언서의 기초자 중의 한 사람이 토마스 제퍼슨이다. 이 사람은 당시 미국인들과 비교했을 때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엄청난 독서가였는데,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독서를 했고, 장서가이기도 했다. 후일 미국 의회 도서관이 토마스 제퍼슨의 장서를 기초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많은 책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여하튼 이 사람은 다방면에 재주가 많은 르네상스인이었다. 그가 세운 대학이 바로 지금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학이 된 버지니아 대학(University of Virginia, 1819)이다. 여기에 그는 로마의 판테온을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나 보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로툰다는 어느 판테온의 후예보다 더 판테온스럽다.

 버지니아 대학 로툰다, 마치 로마 판테온을 축소하여 옮겨다 놓은 것 같다.
버지니아 대학 로툰다, 마치 로마 판테온을 축소하여 옮겨다 놓은 것 같다. ⓒ 위키피디아

판테온은 그 건축양식뿐만 아니라 이름에서도 서양 공공 건축물의 대명사가 되었다. 유럽 도시 곳곳 아니 저 남미에까지 각 나라의 수도에는 판테온이라는 공공 건축물이 있고, 그것은 그 나라의 대표적 위인의 공식 묘로 사용되고 있다.

파리의 판테온, 프랑스어로, 팡테옹을 가보자. 로마의 판테온과는 디테일한 측면에서는 약간 다르지만 기본은 같다. 주랑현관과 뒤의 돔양식의 로툰다 말이다. 프랑스는 로마의 판테온,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프랑스가 자랑하는 국가적 영웅들을 신들의 집 팡테옹에 불러 모았다. 거기엔 우리가 익히 아는 위인들, 예컨대 볼테르, 루소, 빅토르 위고, 에밀졸라 등이 묻혀 있다. 

 파리 팡테옹, 기본적으로 건축 양식은 로마 팡테온과 같다. 주랑현관과 그 뒤의 돔으로 이루어진 로툰다 형식을 이곳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파리 팡테옹, 기본적으로 건축 양식은 로마 팡테온과 같다. 주랑현관과 그 뒤의 돔으로 이루어진 로툰다 형식을 이곳에서도 그대로 볼 수 있다. ⓒ 위키피디아



#판테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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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로스쿨에서 인권법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30년 이상 법률가로 살아오면서(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여러 인권분야를 개척해 왔습니다. 인권법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오랜 기간 인문, 사회, 과학, 문화, 예술 등 여러 분야의 명저들을 독서해 왔고 틈나는 대로 여행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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