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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이다. 5월은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등을 비롯한 특정일이 몰려있는 달인 만큼 각 판매업체들은 손님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이미 지난달부터 부산에 위치한 대형마트 등은 출입구에 각양각색의 현수막을 붙여놓고, 발 빠른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와 함께 유독 이맘때만 되면 소비가 많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등지에서는 소비자들의 부풀어진 심리를 겨냥한 사건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빈번한 실정이다.

지난 24일 수요일, 부산 동래에 있는 한 대형마트에 날치기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당사자는 다름 아닌 나의 여동생이었다. 모처럼 부산 친정에 내려온 내 동생은 나와 같이 몇 가지 선물도 사고 장도 볼 요량으로 마트에 들른 참이었다. 마트를 다 돌고 계산하려는데, 여동생의 가방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북하게 쌓인 물건들 위로 카트에 버젓이 놓여있던, 큼지막한 숄더백이 오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거였다.

보안요원이 출동해 우리와 함께 지나온 동선을 돌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여동생이 보안요원에게 가방분실 시간대의 CCTV 확인을 요구하니, 담당자가 아니고서는 확인할 수 없으며 보안실에서 알아보고 난 이후에 따로 연락을 주겠단다.

그때 마침 신고받고 온 내성지구대 소속 경찰관을 따라 동생과 나는 경찰서로 가야 했고, 그곳에서 동래경찰서 소속 형사에게로 이 사건은 넘어갔다. 다시 형사와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마트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범죄발생으로부터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보안실로 내려온 우리는 형사 대동 하에, 그제야 CCTV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안요원에게 잠깐 머물렀던 스포츠용품매장 부근이 수상쩍다며 돌려보자고 요청했더니, 그곳에는 CCTV가 아예 없다 했다. 그쪽 통로로 잡히는 화면이 단 하나도 없다는 말에 우리는 그나마 걸었던 희망마저 접어야했다. 돈이 오고가는 계산대 쪽 CCTV 역시도 똑같은 실정이었다. 대형마트답지 않게 CCTV 수가 현저히 적은데다 그것마저도 고르게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에 적잖이 놀랐다.

같은 시간대 다른 쪽 CCTV를 반복해 돌려보다가 큰 가방을 들고 뛰어가는 남자의 정면모습이 포착되었다. 그가 든 것은 동생 가방이었다. 형사와 보안요원 등과 환호성을 지르던 그 시각, 동래지하철역 남자화장실 변기에서 동생의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발견했다는 연락이 들어왔다. 이미 날치기 남자는 마트를 벗어나 10분 거리의 지하철역에 당도하였고, 돈 되는 물품들을 차근차근 꺼내 도주한 상태였다.

고가의 노트북과 핸드폰을 포함해, 지폐와 백화점상품권 등은 모두 빼가고, 핸드폰 배터리와 신용카드 등은 남겨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심지어 동생이 가족들과 함께 먹으려 샀던 빵 봉지까지 챙겨가 우리 모두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 절도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시간대는 근래 들어 묻지마 범죄가 빈번하다고 보도되던 대형마트의 어둑한 주차장도 아니요, 고객들 수가 현저히 줄어든 어느 새벽 시간대도 아니었다. 오후 2시경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빈번한 시각에 마트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마트에 입점해있는 옷가게 등의 좁은 통로에는 카트를 끌고 들어갈 수가 없기에 잠깐 그 안에서 물건 보는, 그 방심한 틈을 노린 사건이었다.

실제로 대형마트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번 대전 시내 모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납치강도 사건 역시도 이와 비슷한 선상에 있었다. CC TV를 제대로 설치하였거나, 주차요원이나 보안요원만 제대로 배치되어 있었어도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

그 대형마트의 문제 역시도 턱없이 부족한 CCTV와 인력이었는데, 마트 입구와 출구 쪽을 제외하고는 내부를 보호하고 있는 보안요원을 찾기가 힘들었다. 막상 범인이 활개치고 다닌 CCTV 속 화면도 뚜렷하지 않아 범죄 감시가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저녁 6시에 가방의 지문 감식 결과가 나왔다. 범인은 장갑을 끼고 가방내부를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단순범이 아닌 전문적으로 절도행각을 일삼는 이의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경우 노트북과 핸드폰은 찾기 힘든 것이 다반사라 한다.

사회적으로 절도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무엇보다 대형마트 내 보안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건사고가 있었던 대형마트들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저마다 보안요원과 CCTV 충원은 내부금전상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손님들이 많은 낮 12시부터 3시와 저녁 6시부터 8시까지의 시간대만이라도 보안요원을 마트 중심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통제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적은 수의 CCTV라 해도 손님들의 동선을 파악해 다시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라 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 본인 스스로가 안전에 안전을 기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마트에 갈 때 고가의 물품은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카트 위에는 되도록 가방을 방치해두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마트도 고객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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