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공기업에서 3% 의무적으로 20대 뽑는답니다. 아시겠지만 전체 정원의 3%는 워낙 사람을 적게 뽑기 때문에 이 법안의 요지는 100% 앞으로 20대만 사람을 뽑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중략)… 여러분들, 이제 30대는 수험생활 접어야 하는 겁니다…."지난 2일,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전날 언론사 준비생들의 인터넷 카페에는 '[긴급] 30살 장수생의 희망 KBS,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무너지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역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비판하는 글이었다.
30대 '공시생'과 '언시생'을 좌절하게 만드는 법이 왜 하필이면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라는 것일까.
국회는 4월 30일 본회의에서 이 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윤영석·김태원과 민주통합당 오제세·장병완·김동철·김관영·박남춘·윤관석·장하나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을 환경노동위원회안으로 정리, 권고 수준이던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을 의무화한 내용이었다. 그 규모는 총 정원의 3% 이상이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이 법은 2014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문제는 청년의 '범위'였다. 법은 청년을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20대 후반~30대 구직자들이 "청년고용특별법 때문에 내년부터 30세 넘긴 실업자는 죽는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다. 몇몇 누리꾼들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과 청와대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남겼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30세를 넘겨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30대 차별법'이라고도 비판했다.
공무원 시험 적용 대상? '거짓', 3% 미만은 무조건 20대로? '거짓'하지만 이 법 때문에 30대는 공무원 시험을 접어야 하고,
공사인 KBS 입사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선 공무원 시험은 해당사항이 없다. 법에서 말하는 '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한국조폐공사 등 공기업 30개, 한국장학재단 등 준정부기관 87개, 한국수출입은행 등 기타공공기관 178개를 뜻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을 뽑는 경우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KBS도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른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청년 고용 의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곳들의 신규 채용 인원이 '총 정원의 3% 미만'이라고 해서 모두 '청년'으로 뽑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임세희 고용노동부 청년고용기획과 사무관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개정안의 취지는 '최대한 청년을 대상으로 신규 채용을 하라'는 것"이라며 "'30대를 채용하지 말라'는 것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의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기업들마다 여러 요건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총 정원 3% 미만 채용이라면 무조건 청년으로 채우도록)까지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개정안에는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청년 고용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쓰여 있다.
고용부는 연령 문제와 예외 기준 등을 해당 기관과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한 후 올해 안으로 대통령령을 공포할 예정이다. 임 사무관은 "(3% 고용을 지키지 못할 경우 제재조치 역시) ▲ 청년 고용 의무 미이행 공공기관·공기업의 명단 공개 ▲ 청년 고용실적을 경영평가에 반영 정도로 강제성이 높지 않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청년 범위 30대 초반까지 늘려야"... "법 수혜 대상은 고졸 미취업자"
그럼에도 한쪽에선 '취업난으로 청년들의 사회진출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만15~29세란 청년의 범위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반대하고 있다.
통계청
'2013년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0대 실업자 수는 18만7000명이다. 또 한국고용정보원 '2012년 상반기 기업 신규인력조사' 결과에선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남자 33.2세, 여자 29.6세로 나왔다.
청년 고용을 의무화한 '청년고용할당제'를 주장해온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그동안 권고였던 법이 의무로 바뀐 것은 의의가 있지만 나이 제한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대학에 갈 수밖에 없고, 그들의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나온 게 청년고용할당제"라며 "30대 초반까지는 (청년 실업) 상황이 다르지 않은 만큼, 나이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2년 상반기 신규인력조사'를 담당했던 권태희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정책 대상자는 사실 고졸 미취업자"라며 "청년 연령을 35세까지 늘리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실업의 핵심은 고졸 이하 계층"이라고 말했다. '청년'의 범위가 넓다보니 정책 수혜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연령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뜻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오히려 취업시장에서 소외당한 계층을 도와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책대상을 취약계층, 취업에 실패한 계층으로 명확히 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한 대졸자들의 (노동시장)진입 기간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졸자(취업 문제)는 사실 눈높이 문제"라며 "(현재 제도가 그대로 시행돼 대졸자의 노동시장 진입 기간이 늘어나는 일은) 우리 사회를 점점 늙게 만든다"고 말했다.
청년? 왜 만 15~29세일까? |
'청년'이란 용어가 정부 공식 통계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2월 고용동향'부터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고용통계과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연령대별로 고용통계를 내긴 했지만, 청년이란 표현은 따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에서 주로 쓰는 '청년'의 범위는 만 15~24세인 반면, 한국은 만 15~29세까지 포함한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청년의 범위를 '처음 직장을 갖는 연령대'란 의미로 본다"며 "대학진학률이 다른나라보다 월등히 높고, 남자는 병역 의무가 있어 실제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나이 자체가 외국보다 늦기 때문에 만15~29세로 정해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통계청은 '2013년 3월 고용동향'에서 20대의 고용률은 55.8%, 실업률은 8.6%, 실업자 수는 32만 7000명이라고 밝혔다. 30대의 경우 고용률 72.2%, 실업률 3.2%, 실업자 수는 18만7000명이었다. 조사 시점 당시 학력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고졸의 고용률은 59.7%, 실업률은 3.5%, 실업자 수는 40만7000명이었고 대졸 이상은 고용률 74.4%, 실업률 3.9%, 실업자 수는 37만9000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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