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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오래된 고찰들과 더불어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리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오래된 고찰들과 더불어 '천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리는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 김종성

"바닥으로 대지와 입맞춤 하듯 걸으세요. 걷는 동안 어떤 말·생각도 말고 오직 마음 챙김·기쁨·행복만이 함께 있다고 생각하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세요."

며칠 전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를 방문한 베트남 틱낫한 스님의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걷기를 불교에서는 포행(布行)이라고 한단다. 틱낫한 스님 일행이 대지와 입맞춤 하듯 포행한 길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최고상인 '아름다운 생명상'을 받기도 한 이 숲은 월정사, 상원사 등 유서 깊은 고찰과 함께 어울려 '천 년의 숲길'이라고도 불린다. 짧은 코스로는 1km 거리의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8km의 오대산 옛길(혹은 선재길)을 선택할 수 있다. 둘 다 이맘때 걷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다.

봄이 오면 이 길을 맨발로 걸으리라 

 전나무숲 길 옆엔 청명한 물소리를 내며 오대천이 흐르고 있어 더욱 상쾌하다.
전나무숲 길 옆엔 청명한 물소리를 내며 오대천이 흐르고 있어 더욱 상쾌하다. ⓒ 김종성

오대산 전나무 숲에 갈 땐 시외버스를 타고 진부 터미널에서 내리길 추천한다. 긴 나무 의자가 있는 정겨운 버스 터미널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마을 구경, 시골구경을 하며 20분 정도를 달리는 낭만을 포기할 수 없다면 말이다. 버스에 타고 내리는 주민들이 버스 기사와 나누는 이야기들이 왠지 정답다.

"계숙이나? (서울말, 계숙이니?)"라고 말하는 뒷좌석 아주머니의 통화를 엿듣고 있자니 슬며시 웃음이 난다. '점'하나에 따라 이렇게 말의 느낌이 달라지다니.

 새소리, 물소리에 전나무숲 향 내음으로 더할 나위 없이 걷기 좋은 숲길.
새소리, 물소리에 전나무숲 향 내음으로 더할 나위 없이 걷기 좋은 숲길. ⓒ 김종성

월정사 매표소에서 입장료 3천원을 내고 들어서면 월정사 일주문 입구 뒤 신비한 숲길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오대산 전나무 숲길' 혹은 '천년의 숲길'이다.

일주문 앞에 있는 쉼터 정자에서 미리 연락을 했던 푸근한 인상의 오대산 국립공원 해설사와 만났다. 함께 숲길을 걸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방문객이 3명 이상일 경우, 누구나 숲 해설사와 함께 동행하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방문 전 미리 예약 전화만 하면 된다.

전북 부안의 내소사, 경기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과 함께 '한국 3대 전나무 숲'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숲길은 일주문부터 월정사 앞 금강교까지 1㎞에 걸쳐 펼쳐진다. 평균 수령 80년이 넘는 전나무가 무려 1700여 그루가 살고, 긴점박이 올빼미, 노랑무늬붓꽃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도 340여 종이 살고 있는 국립공원의 특별보호구역이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환영을 하듯 새들의 지저귐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더불어 사람의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전나무 숲 특유의 내음이 코끝에 풍기며 은은함을 제공한다. 흙 위에 떨어진 푸르고 뾰족한 전나무 잎을 코에 대자 깊은 녹차의 향이 코를 뚫고 머리까지 전달된다. 냄새가 참 좋아 걷는 내내 잎을 손에 쥐고 다녔다.

 옛날 옛적 주민들이 살던 흔적이 숲길가의 큰 바위에 남아있다.
옛날 옛적 주민들이 살던 흔적이 숲길가의 큰 바위에 남아있다. ⓒ 김종성

 동해 주문진으로 통한다는 왼편의 아홉사리 옛 길, 과거 주민들이 다녔던 길이다.
동해 주문진으로 통한다는 왼편의 아홉사리 옛 길, 과거 주민들이 다녔던 길이다. ⓒ 김종성

 사람들을 두려워 하기는 커녕 사진을 찍어도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는 귀여운 다람쥐는 전나무숲의 명물이기도 하다.
사람들을 두려워 하기는 커녕 사진을 찍어도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는 귀여운 다람쥐는 전나무숲의 명물이기도 하다. ⓒ 김종성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는 큰 숲 길 오른편엔 작은 오솔길도 나있다. 주로 연인들이 좋아한다는 작은 숲길엔 고양이가 배 아플 때 소화되라고 먹는다는 괭이밥, 때깔 고운 현호색, 봄의 노랑 전령사 민들레, 애기똥풀 등 예쁜 야생화들이 고개를 들고 햇볕을 쬐고 있다.

"요즘 같은 봄철이면 이곳에서 피어나는 귀한 꽃이 있는데 바로 '노랑무늬붓꽃'이에요. 전나무 숲길에서 처음 발견된 예쁜 꽃으로 학명이 'Iris odaesanensis', 오대산 이름이 들어가 있지요."

이 꽃은 5월 중하순경에 피어난다는 해설사의 말에 아쉬웠는데, 그 마음을 알았는지 등에 선명한 줄무늬가 새겨진 귀여운 다람숲 두 마리가  모습을 나타냈다. 다람쥐들이 사람을 두려워 하지도 않고 숲을 놀이터삼아 맘껏 뛰노는 모습이 참 이채로웠다.

 오대산 전나무 숲길에서 환하게 피어난 봄날의 예쁜 야생화들.
오대산 전나무 숲길에서 환하게 피어난 봄날의 예쁜 야생화들. ⓒ 김종성

 오대산 전나무숲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희귀종 '노랑무늬붓꽃'
오대산 전나무숲에서 처음 발견되었다는 희귀종 '노랑무늬붓꽃' ⓒ 오대산 국립공원

숲길을 얼마 걷지 않은 초입에서 마을신을 모신다는 제당 '성황각'과 옛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바위를 만났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직후 정부가 화전정리법을 공포한 뒤 화전(火田)으로 먹고 살던 오대산 상원사 주변의 주민들과 월정사 일대의 농민들이 현재의 월정사 매표소 아래 마을로 이주했다고 한다.

나무들이 수 백 년을 살 수 있는 이유

 오대산 전나무숲
오대산 전나무숲 ⓒ 김종성

 수 년 전 바람에 쓰러진 전나무 고목안으로 호기심많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오간다.
수 년 전 바람에 쓰러진 전나무 고목안으로 호기심많은 아이들이 다람쥐처럼 오간다. ⓒ 김종성

숲길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전나무가 쓰러져 밑동만 남아 있다. 그 옆엔 죽은 전나무 고목 이 누워 있다. 조금은 처연한 풍경에 걷던 사람들 누구나 한 번씩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쳐다보게 한다. 이 고목은 2006년 10월 어느 날 부는 바람에 홀연히 쓰러졌다고 한다. 500살이 넘었다는 최고령 전나무 어른이 눈을 감은 것이다.

밑동은 가운데가 텅 비어 나무통이 되었다. 다람쥐와 산짐승들이 들락거렸을 나무 통속을 이제는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오간다. 나무가 태어나고, 자라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오래사는 나무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속을 비워낸다고 한다. 몸의 신진대사 활동을 온전히 겉껍질로만 한다고 숲 해설사는 설명한다. 속을 비워내고 최소한의 대사활동만 하기 때문에 그리 오랜 세월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장수하려거든 마음을 비우고 소식을 하며 살라던 옛 선인들의 지혜가 바로 나무에서 나온 듯싶다.  

보통 200년~300년 정도를 사는 전나무가 이 숲 속에서 500살 가까이 살 수 있었던데는 오대산 자락의 환경도 한 몫 했다. 음의 기운이 많은 전나무는 월정사와 상원사 스님들의 양기를 눌러줘 수행, 정진에 도움을 준다고 해설사는 귀띔한다. 

섶다리, 징검다리를 건너보는 재미도 솔솔

 청정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건너가는 징검다리.
청정계곡을 흐르는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건너가는 징검다리. ⓒ 김종성

 정겨운 섶다리를 보게 되다니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 오랜만에 반가웠다.
정겨운 섶다리를 보게 되다니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참 오랜만에 반가웠다. ⓒ 김종성

1km 남짓의 길지 않은 숲길이지만 자연이 선사하는 풍요로움을 만끽하며 걷다보면 어느 새 천년 고찰 월정사에 다다른다. 오대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약수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때마침 점심 공양 시간이라 산채 비빔밥으로 든든하게 끼니도 해결했다.

오대산은 높고 골은 깊지만 등성이가 완만하고 풍성하다. 북쪽으로 마주한 설악산의 남성성과 반대로 여성성이 두드러진 산이다. 이런 산을 육산이라고 부르는데 포근한 옛 길을 서너 시간 걸어보니 내겐 '후덕한 산'으로 다가왔다.

덕산(德山)의 옛 길답게 정다운 징검다리, 섶다리, 조릿대 숲이 길을 이어주고 거제수 나무, 서어나무, 고로쇠 나무 등 개성있는 나무들이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맑디 맑은 오대천 계곡물, 오월의 봄빛으로 가득하다.
맑디 맑은 오대천 계곡물, 오월의 봄빛으로 가득하다. ⓒ 김종성

 과거 화전을 일구며 살던 주민들이 거주하던 마을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표주.
과거 화전을 일구며 살던 주민들이 거주하던 마을이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표주. ⓒ 김종성

부드러운 계곡 길을 따라 걷다가 잠시 쉬었다. 물소리만 청아한 게아니라 물색 또한 청하했기 때문. 버들치, 금강모치, 열목어 같은 1급수 물고기들이 살만하다 싶다.

거친 골짜기를 오르락, 내리락 힘들게 산행하지 않았는데도 잊기 힘든 아름다운 빛깔의 계곡물을 실컷 보게 되다니 오대산에 감사한 마음마저 든다. 숲길과 계곡 길에서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시고 발도 담그다 보면 걷기의 행복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해발 900m, 마침내 상원사에 다다르니 여행자의 땀을 식혀주는 듯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온다. 남녘의 꽃소식이 시들고 도심 한낮의 햇볕은 여름날처럼 따가워졌지만 이곳은 아직 초봄이다.

오대산은 이제야 비로소 상큼한 초록으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적멸보궁과 북대 미륵암에 이르는 숲길은 다음 여행을 위해 남겨 두었다.

상원사에서 진부 버스 터미널로 가는 마지막 시내버스가 오후 5시 20분에 온다(월정사에서는 진부 버스 터미널 행 마지막 버스는 오후 7시 55분).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ㅇ 진부 시외버스 터미널 ; 033-335-6307
ㅇ 진부-월정사-상원사 시내버스 ; 033-335-6963
ㅇ 진부 택시 ; 033-335-1050



#월정사 전나무숲#아름다운숲#생명의숲#오대산#선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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