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분주한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 세종시 금남면사무소 앞에는 세종의 소식을 전하는 인터넷 신문 <세종의 소리> 사무실이 있다. 아직은 시골의 느낌이 물씬한 거리 때문인지 다소 작아 보이는 인터넷신문사. 하지만 끊이지 않는 지역인사들의 발길과 날카로운 보도들은 <세종의 소리>의 영향력과 예리함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예리함의 중심에는 '지역의, 지역에 의한, 지역을 위한 언론인'을 강조하는 발행인 김중규(58) 기자가 있다. 반가워하며 건강음료를 건네는 푸근한 아저씨의 모습이지만 젊은 기자 못지 않은 열정의 눈매를 가진 김중규 기자. 그의 삶을 들여다 본다.

"원래는 놀기 좋아하는 역사학과 학생이었어요. 언론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이나 호기심만 가지고 있었죠. 그런 이유로 언론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언론의 매력에 완전히 사로잡혀 버렸어요."

충남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한 김 기자는 호기심을 열정으로 바꿔 언론의 길을 선택, <대전일보>에 입사하였다. 그는 <대전일보>에서 현장기자로 근무하며 지역의 목소리가 되어야겠다는 사명감과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냉철한 시각과 열정, 남다른 지역사랑으로 역량을 발휘하며 <대전일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부장과 청와대 출입기자를 역임하였다.

특히나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그의 예리한 필력과 냉철한 판단력은 중앙의 주요언론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때문에 서울의 주요방송사와 신문사들의 스카우트 제의가 상당했지만 김중규 기자는 늘 한결같이 지역의 목소리를 자처했다.

"당시에 중앙언론사들의 러브 콜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런 제의들이 있을 때마다 지역의 리더가 되겠다는 초심과 열정을 떠올렸죠. 주변에서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도 많이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고 가슴 뛰는 일을 선택한 것이기에 후회는 전혀 없어요."

"기업의 생존논리가 편집 침해... 이상적인 언론상과 현실의 괴리 느껴"

 지역언론을 강조하고 있는 김중규 기자
지역언론을 강조하고 있는 김중규 기자 ⓒ 임재석

하지만 IMF외환위기 이후 지역언론사들이 경제난에 봉착하자 김 기자는 심각한 생활고와 더불어 언론의 현실타협적 모습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2002년, 그는 주변을 놀라게 하는 결정을 하게 된다. 20년의 세월을 동고동락했던 <대전일보>를 나와 동료들과 인터넷 신문 <디트뉴스 24>를 창립한 것이다. <디트뉴스24>는  대전·충남의 소식을 전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신문으로 성장하였다. 또한 여러 지역인터넷신문사들이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지역인터넷신문계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이뤘다.

"급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생활고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난 때문에 언론의 정체성을 잃어가던 일자리였어요. 기업의 생존논리가 언론의 편집논리를 침해하고 이에 따라 저는 계속해서 이상적인 언론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꼈어요. 그러던 중 '상호작용성'이 뛰어나고 저비용-고가치 창출 등 기존 미디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터넷영역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죠."

지역의 목소리가 되기 위한 김중규 기자의 끊임 없는 도전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디트뉴스24>로 인터넷뉴스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균형발전을 주창하며 '세종시'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 역사상 '세종시'와 같은 국가적 차원의 계획도시는 전무하다고 볼 수 있어요. 지리적으로 보나 행정적으로 보나 세종시는 장차 중부권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의 핵심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에 걸 맞는 지역인터넷뉴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게 바로 <세종의 소리>죠. 태동하는 도시 '세종시'의 심장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 싶었어요."

<세종의 소리>는 현재 지역의 소식을 전할 뿐 아니라, 세종시 및 충남지역의 의견을 통합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역할까지 담당하는 등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김 기자의 행보는 2010년 대전광역시 문화상 수상을 통해 세상에 가감 없이 알려졌다.

"좀 부끄러운 얘기지만 인터넷부문에서의 문화상 수상은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영광을 안을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변화의 욕심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번번이 현실에 안주했다면 사회적으로는 더 높은 위치에 올랐을 수 있었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져 진작에 퇴보의 길을 걸었을 거예요. 하지만 변화하고자 하는 저의 선택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장기자로 활동할 수 있게 하였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보람까지 갖게 해주었죠."

"특종이나 광고 좇기 보다는 지역에 귀기울여야"

하지만 김중규 기자의 이러한 행보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꾸준한 언론활동으로 인한 잦은 출장과 생활고, 여러 외압에도 불구하고 그의 가족은 항상 남편이, 아버지가 언론인 이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응원에 앞장섰다.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며 처음으로 함박웃음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가장'이자 '아버지' 였다.

"아내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이 앞서요. 아내가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까지 오는 것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항상 최고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제가 언론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아내야말로 제 인생의 일등공신이죠. 그리고 직업적 특성으로 가정에 소홀했던 점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오히려 못난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모습에 내심 기쁩니다. 일전에는 초청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몰래 와서 경청하고 있더라고요. (함박웃음)"

지역언론인은 좋은 아버지가 못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실상 현재 지역언론계는 열악하다. 특히나 경제적 측면에서의 어려움이나 지역사회와의 불신관계, 인재의 부족 등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기자는 언론인의 '샐러리맨화' 와 중앙언론에 종속되어 가는 지역언론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요즘 지역언론인들을 보면 열정과 사명감에 젖은 모습보다는 샐러리맨의 인상을 더 많이 받아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죠. 현실적으로 많이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부단히 초심을 되새김질하고 괴도에서 이탈하는 것을 지양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특종이나 광고 좇기에 매진하기보다는 지역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지역민들을 위해 앞장서는 '지역밀착형 보도'를 지향해야 합니다.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길은 반드시 보입니다."

김중규 기자. 그가 자랑스럽게 건넨 명함에는 '기자'라는 두 글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조화롭게 지역사회를 이끌고 지역사회 전체의 발전을 꾀하는 언론인, 그의 꿈은 여전히 '현쟁진행형'이다.

"요행을 바라는 자세를 버리고 언제나 꿈을 향해 최선과 열정을 다한다면 못 이룰 것은 없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며 주눅들기 보다 주관을 가지고 당당히 노력하고 힘차게 달리세요. 그러면 하늘도 당신의 편입니다!"


#김중규#세종의 소리#세종시#지역언론#인터넷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