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콘크리트에 찌든 삶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산은 안식처입니다
콘크리트에 찌든 삶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산은 안식처입니다 ⓒ 김동수

옛말에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고 했습니다. 말이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은 손을 들어주지만,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는 말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됩니다. 지난 2010년 서울을 다녀온 후 3년 동안 서울 땅 아니, 서울 콘크리트를 밟아보지 않았습니다.

경남 진주에 살다가 서울만 가면 목이 아픕니다. 많은 이들이 왜 그런 서울에 사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주위에 서울이 아니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없다며 주말이 되면 서울에 올라가는 이들이 있지만, 그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지난 주 수요일(8일)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산집에 다녀왔습니다. 약 20년 전부터 부부가 주위에 있는 돌과 나무로 지었습니다. 공중파 방송에도 몇 번 나왔습니다. 이곳에만 가면 마음이 편안합니다.

 산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받습니다.
산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받습니다. ⓒ 김동수

산집에는 볼 것들이 많습니다. 산이기 때문에 물이 넉넉하지 않지만 부족하지 않습니다. 작은 웅덩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시사철 물이 흐릅니다. 당연히 오염될 리가 없습니다. 물론 요즘처럼 꽃가루가 많이 날릴 때는 조금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가지로 몇 번 휘저으면 됩니다. 우리 전임 '가카'께서 22조 원을 들여 만든 '사실상' 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합니다.

 발자국. 누가 만들었을까요?
발자국. 누가 만들었을까요? ⓒ 김동수

분명 전에도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인데, 처음보는 큼직한 동물 발자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녀석이 정말 땅에 생긴 발자국이었다면 우리나라에 호랑이가 살아있다는 소문이 났을 것입니다. 사람 손길과 자연이 함께 만든 발자국을 보면서 정말 호랑이 발자국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을 깎는 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요?
돌을 깎는 데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요? ⓒ 김동수

'아무나 공짜입니다'

공짜는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온 힘을 다해 돌을 깎고 깎아 만든 것에 '아무나 공짜입니다'라는 글귀를 적었습니다. 공짜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자기가 땀흘려 만든 것을 아무런 대가 없이 다른 이를 위해 쓴다면 그것이 가장 거룩한 일 아닐까요? 대다수의 우리는 자신이 이룬 일이 집착하고 대가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아무나 공짜입니다' 글귀를 보고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차리면서 살고 있다는 반성을 해봤습니다.

볼락 매운탕에 산나물로 차린 점심은 이날 화룡점정이었습니다. 아무리 비싼 호텔음식도 자연 그대로를 담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2-3만 원 들어간 우리네 점심은 가장 맛있고, 살아있고, 생명 넘치는 밥상이었습니다.

 산나물과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산나물과 생선으로 끓인 매운탕 ⓒ 김동수

그런데 우리 밥상을 바라보는 한 녀석이 있었습니다. 고양이 한 마리가 고기 냄새를 맡고 밥상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주인에게 물어보니 집에서 키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깊은 산집에도 길고양이가 있다니 참 신기했습니다.

요즘은 그렇지 않지만, 어릴 적엔 고양이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만날 안고 잤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어떤 분에게 팔려갔습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때 충격으로 고양이만 아니라 강아지도 집에서 키우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해도, 정이 들면 나중에 헤어질 때 마음이 매우 아프기 때문에 들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를 볼 때마다 그냥 가는 적이 별로 없습니다. 길고양이에게 음식을 주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옛날 고양이를 그토록 좋아했던 마음이 남아 작은 것을 줍니다. 이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녀석에게도 물고기 한 덩어리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런데 산에 살았기 때문인지, 가시가 있는 물고기를 먹는 능력이 능숙하지 않았습니다.

 길고양이 한 녀석이 고기 냄새를 맡고 사람들에게 '나도 좀 주세요'라고 합니다.
길고양이 한 녀석이 고기 냄새를 맡고 사람들에게 '나도 좀 주세요'라고 합니다. ⓒ 김동수

길고양이는 수명이 2~3년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 녀석은 산집이 자기 집인 것처럼 살아가기에 다른 녀석보다는 환경이 조금 낫습니다. 올 가을쯤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인데 그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있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길고양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참 좋은 세상일 것입니다.


#자연#길고양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