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방미 중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 윤창중 전 대변인에 반격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12일 윤 전 대변인이 지난 9일 귀국 직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성추행과 호텔 방을 찾은 여성 인턴을 알몸으로 맞이한 것을 시인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흘렸다.
청와대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함께 술을 마신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 여성이 윤 전 대변인의 호텔 방으로 갔을 당시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윤 전 대변인은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하고 자필 서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은 자신의 초기 진술을 모두 번복한 셈이 된다.
윤 전 대변인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 "제가 그 여자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하고 나온 게 전부"라고 부인했다. 피해 여성이 자신의 호텔 방에 왔을 당시 옷 차림에는 "노크 소리에 혹시 무슨 발표인가 하는 황망한 생각 속에서 얼떨결에 속옷 차림으로 갔다"고 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재차 "팬티를 입고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윤 전 대변인은 공직기강팀 조사에서 "성관계를 요구했는가", "욕설을 했는가", "나는 변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하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 조사 때의 진술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번복한 것은 앞으로 진행될 미국 경찰의 수사와 재판에 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청와대가 허태열 비서실장의 사과에 이어 윤 전 대변인 조사 핵심내용까지 공개하면서 국면 전환을 위한 언론플레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그가 성추행 사실을 부인하고 조기 귀국 배경에 대해 이남기 홍보수석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밝히면서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간의 진실공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윤 전 대변인의 조사 내용에 대한 기자들의 팩트 확인 요청을 거부하던 청와대가 이날 핵심 내용을 흘린 것은 여론의 관심을 다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문제로 돌리고 청와대의 책임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