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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사진은 2013년 2월 총선 투표 직후의 모습이다.
아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사진은 2013년 2월 총선 투표 직후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EPA

지난 13일 이탈리아 검찰은 전 총리이자 중도우파인 자유국민당(PdL) 현 지도자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7·Silvio Berlusconi)에게 직권남용과 미성년자 성관계법 위반으로 징역 6년과 공직진출을 금지하는 자격 정지를 구형했다. 오는 6월 24일 1심 판결이 예정된 이 사건, 일명 '루비게이트'의 전모는 이렇다.

2010년 5월 총리재임 당시 베를루스코니는 17세인 모로코 출신 댄서 카리마 엘 마루그(Karima el Mahroug, 예명 루비)가 밀라노에서 절도혐의로 기소되자 사건담당 경찰수뇌부들에게 그녀가 무바락(Hosni Mubarak) 이집트 대통령의 손녀라고 거짓말을 하며 압력을 넣어 그녀를 빼냈고, 그러한 루비가 실은 베를루스코니로부터 금품을 받고 그의 심야섹스파티에 참여했던 미성년자임이 드러나 결국 베를루스코니가 기소된 사건이다.

이탈리아를 놀라게 한 '붕가붕가 파티'

그 사건 수사로 베를루스코니가 밀라노와 사르데냐 별장들에서 빈번히 연 심야섹스파티(일명 '붕가붕가 파티'- 비밀 파티라는 뜻)의 실체와 그런 파티의 고정멤버들이 바로 베를루스코니에게 발탁되어 국회에 진출했던 여성 정치인들(일명 '미녀군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해당 여성 정치인들이 베를루스코니의 미성년자 매춘을 주선하며 섹스 파티에 참여해왔다는 것이 드러나 이탈리아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제1의 부자로 언론재벌이며 AC밀란축구단의 구단주다. 젊은시절 유람선 가수였던 그는 밀라노 근교에 짓는 주문형 주택건설업으로 30대에 거부가 됐다. 1994년에 정계에 진출하여 20년간 3번 총리를 역염하면서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빈번히 다양한 재판에 회부된 인물이기도 하다.

베를루스코니의 두 번째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배우·Veronica Lario)는 이미 오래 전부터 그의 미성년자들과의 성 생활을 문제 삼으면서 언론에 이 사실을 공개하고, 이혼신청을 해뒀던 상태다. 또한 이탈리아 방송들에는 가끔 베를루스코니의 어린 애인들이 부모들을 대동한 채 TV에 나와 베를루스코니와의 섹스스캔들에 관한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베를루스코니의 미성년자 섹스 스캔들은 바티칸까지 분노케 했으며 교황은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응징을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섹스스캔들의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베를루스코니는 2011년 11월 경제위기의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사퇴했지만, 올 2월 진행된 총선에서 그가 지도자로 있는 자유국민당이 상원을 장악하고 하원에서도 아주 근소한 차이로 민주당에 패해, 그의 복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경제위기에 온 신경을 곤두 세우던 이들은 의외의 총선 결과에 놀라면서 그 결과를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그 여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번 재판 결과에는 그래서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금 이 사건외에도, 탈세 혐의로 밀라노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이미 선고받았으며, 이번 사건이 확정판결을 받게 되면 향후 5년간 공직에 진출할 수 없게 된다. 그외에도 그는 총리시절 좌파의원의 전화를 도청해 자신 소유의 언론매체들에 배포한 혐의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았고, 2006년에는 중도좌파 상원의원을 300만 유로(약 45억)로 매수하려던 사건이 발각돼 현재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또한 1994년 그의 정계진출시부터 꾸준히 거론되는 불법자금 및 마피아 연루사업, 수많은 섹스연루 비리 및 청탁과 자신소유의 방송매체인 미디어셋(mediaset)를 위해 행정법 조항들을 바꾼 의혹 등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이번 베를루스코니 사건을 전담한 여성 검사, 일다 보카시니(Ilda Boccassini)는 1990년대에 이탈리아 정계의 마피아 연루 검은 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동료 검사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Antonio Di Pietro)와 함께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나의 앞으로 삶의 목표는 베를루스코니를 철저히 응징하여 다시는 그런 추한 인간이 공직에 진출치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소유의 방송들에 출연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는데 나는 단지 불쌍한 루비를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그녀를 집에 초대했었고 앞으로 잘 살아보라는 격려의 뜻으로 돈을 건넸고 위로의 제스처를 한 것"이라며 "현재 문제가 되는 모든 질책들은 좌익검사들이 날조해 낸 거짓말들"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그는 자신은 세 번째 부인으로 맞이할(현재는 약혼 상태)  프란체스카 파스칼레(28·자유국민당 지방위원. 베를루스코니 팬클럽 열성회원)와 행복하고 평온한 삶을 누리는 중이며 앞으로 이탈리아를 경제위기에서 구해 낼 정책구상에 여념이 없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베를루스코니를 돕기로 자처한 자유국민당 몇몇 여성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모든 사건들은 좌익검사들이 조작해 낸 것이며 루비 역시 좌익의 음해 계획에 동조한 꽃뱀"이라는 주장을 펴며 베를루스코니를 두둔하고 있다.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 성추행 사건을 두고 좌익의 음모라거나 피해자를 꽃뱀으로 모는 한국의 일부 보수우익의 행태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베를루스코니#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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