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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와 베짱이의 딜레마 속에서 길 찾기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생각해보자. 개미는 1년 내내 일을 하고, 베짱이는 반대로 노래를 부르며 놀기만 한다. 그리고 겨울이 오고, 베짱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해 개미에게 구걸을 하러 간다. 어른들은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해주면서 너희는 베짱이처럼 놀지 말고, 열심히 일(공부)을 하라고 말한다. 일을 하는 것은 힘들지만, 노는 것은 더 비참한 것이라 말하면서. 열심히 일을 해야 나중에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놀기만 하는 삶은 불행한 삶일까? 호이징가가 쓴 <호모루덴스>를 각색하여 쓴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얘기 한다. 일을 하는 순간은 괴롭고 힘들다. 하지만 놀이를 하는 순간은 무척이나 즐겁다. 사람들은 괴롭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즐겁지만 쓸모없고 무가치한 '놀이'로 구분한다. 여기서 '일'은 단순히 어떤 행동을 하는 것보다는 '노동'이라는 의미에 가깝다. 사람들은 노동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노동하지 않고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노동하는 인간의 세계

그 방법을 찾기 전에 화자는 노동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전통의 농경사회는 축제의 나날이었다. 심지어 농사일이 바쁠수록 더 많은 축제들이 있었다. 18세기 이전의 노동생활은 한바탕 일하고 한바탕 노는 것의 반복이었다고 말한다. 그 시대의 그들은 필요 이상으로 노동하지 않았고, 노동하기 위해서 살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지금의 우리는 노동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화자는 그 이유가 자본주의의 등장이라고 말한다. 화자는 산업화가 시작되던 해의 영국의 이야기를 들면서 설명한다. '피의입법'까지 만들어가면서 자본주의는 서서히 노동하는 인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종교개혁까지 덧붙여서 아예 놀이문화와는 담을 쌓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사회가 지속되다 보니 지금까지도 사람들은 노동할 수 없을까봐 두려워하고, 노동하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끝없는 이윤추구라는 자본주의의 정신이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노동의 세계는 우리에게 속삭인다고 화자는 말한다. 나중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일하는 것이라고. 좀 힘들고 지루해도 지금 열심히 일하면 나중엔 편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럼 언제쯤 우리의 삶은 행복해 지는 것이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마땅한 걸까? 우리는 계속 노동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물론 사람들이 노동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고 화자는 말한다. 힘든 노동이 끝나고 주말을 맞이하면 다양한 놀잇감들이 다가온다. 흥미진진한 게임들, 다양하게 이뤄진 tv프로그램들, 꼬박꼬박 신곡이 들어오는 노래방, 만약 돈이 조금만 더 있다면 놀이공원으로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화자는 이 놀잇감들에 붙어있는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고 한다. 그 경고는 말한다. 노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노동하지 않으면 놀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노동이라는 조건을 투입하고서 신나게 놀더라도 그 후에는 피곤함이 찾아온다. 노는 것조차도 노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세계'

그렇다면 진정으로 논다는 것은 무엇일까? 화자는 앞에서부터 자꾸 이 말을 반복한다. '놀이는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 놀이는 무엇이건 노는 것이라는 점.' 우리는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 가벼운 마음과 순전한 즐거움으로 놀지만, 바로 그 순간 어느 때보다도 집중하고 긴장한다고 화자는 말한다. 순수한 즐거움으로 하는 활동, 주말을 쉬고 다시 노동하기 위해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말 그대로 놀기 위해서 행동하는 것. 그것이 바로 놀이인 것이다.

화자는 계속해서 진짜 놀이에 대해서 여러 예시들을 들어가면서 얘기한다.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발바리, 훼방꾼 크래커가 아닌 놀이꾼 해커, 거리의 랩퍼들, 히피들, 광대반란군, 등등. 노동과 소유의 욕망에서 탈출하고, 온몸으로 세상을 바꾸는 놀이, 자본주의를 떠나 시장에 놀기, 교실에서 놀고, 세상에서 배우는 것. 그것이 진정한 놀이라고 화자는 말한다.

분명 우리 세상은 놀기만 할 수는 없는 사회이다. 놀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고, 자본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런 노동을 위해서 하는 놀이는 진정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억지로 타의에 의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 노동에 지쳐버린 사람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노동만 하는 개미가 아니라 신나게 즐기는 베짱이의 삶처럼. 우리 모두 베짱이가 되어보자!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 - 이제 베짱이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한경애 지음, 그린비(2007)


#놀이의 달인 호모루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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