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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 공기밥과 잘 풀어헤친 달걀로 제주 섬을 만들었습니다. 귀퉁이에 우도를 만드는 일도 빼놓지 않습니다. 모두들 손놀림을 멈췄습니다. 음식이  예술작품처럼 보입니다.
제주 섬공기밥과 잘 풀어헤친 달걀로 제주 섬을 만들었습니다. 귀퉁이에 우도를 만드는 일도 빼놓지 않습니다. 모두들 손놀림을 멈췄습니다. 음식이 예술작품처럼 보입니다. ⓒ 황주찬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인류가 생기기 전쯤인데요. 화산 폭발로 인해서 수직으로 솟아 오른 섬이 지금의 제주도랍니다. (중략) 많은 오름 중에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오름은 단연 한라산이고요. 올라가시면 푹 패인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는데 백록담이라고 하지요. 조금 더 기다리셨다가 드실 때는 계란찜 반 볶음밥 반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식당 주인이 '한라산 볶음밥'을 만듭니다. 밥은 잘 쌓아올려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풀어헤친 달걀은 용암이고요. 그 위에 치즈를 뿌리니 작은 오름들이 생겨납니다. 불판 위에 100만 년 전 제주도가 나타납니다. 식당 주인이 음식에 이야기를 섞었습니다. 그 맛이 특별합니다.

모래밭 눈부시게 흰 모래밭에 해초가 밀려왔습니다. 조용한 아침입니다.
모래밭눈부시게 흰 모래밭에 해초가 밀려왔습니다. 조용한 아침입니다. ⓒ 황주찬

한라마 말과 사람이 함께 걷습니다. 제주다운 모습입니다.
한라마말과 사람이 함께 걷습니다. 제주다운 모습입니다. ⓒ 황주찬

질주 야속한 아저씨, 말타고 쏜살같이 사라집니다.
질주야속한 아저씨, 말타고 쏜살같이 사라집니다. ⓒ 황주찬

11일 아침입니다. 숙소 앞 모래밭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상큼합니다. 간밤에 이야기꽃을 너무 많이 피웠습니다. 잠자리에서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덕분에 우도의 새벽을 놓쳤습니다. 재빨리 일어나 흰 모래밭을 혼자 걸었습니다. 5월 제주의 바닷바람은 달콤합니다.

호젓하게 걷고 있는데 난데없이 말발굽소리가 들립니다. 아스팔트 위에 말과 아저씨 한 분이 나타납니다. 말과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 참 이색적입니다. 제주다운 분위기였습니다. 그 상황 좀 더 감상하려 했는데 야속한 아저씨는 제 앞에서 사뿐히 말에 오르더니 쏜살같이 사라졌습니다.  

구경 관광객이 신기한 듯 몰려들어 사진을 찍습니다. 해녀 한분이 쓸데없는 짓 한다면 핀잔을 줍니다. 구경꾼들이 머쓱해집니다. 누군가는 연인과 걷고 싶은 낭만적인 해변이지만 그들에게는 납덩이만큼 무거운 삶터입니다.
구경관광객이 신기한 듯 몰려들어 사진을 찍습니다. 해녀 한분이 쓸데없는 짓 한다면 핀잔을 줍니다. 구경꾼들이 머쓱해집니다. 누군가는 연인과 걷고 싶은 낭만적인 해변이지만 그들에게는 납덩이만큼 무거운 삶터입니다. ⓒ 황주찬

삶의 무게 아침 일찍 바다에 나가 갯것을 건져 냈습니다. 무거운 납덩이를 이제야 벗습니다.
삶의 무게아침 일찍 바다에 나가 갯것을 건져 냈습니다. 무거운 납덩이를 이제야 벗습니다. ⓒ 황주찬

희망 바다는 힘든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희망바다는 힘든 삶을 지탱해 주는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 황주찬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해변, 우도 사람에게는 납덩이만큼 무거운 삶터

허망하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숙소에서 창문 열고 선배가 부릅니다. '개폼' 그만 잡고 밥 먹으러 가잡니다. 그 말 들으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옵니다. 늦은 아침 먹으러 식당에 가는데 백사장이 시끄럽습니다. 아침 일찍 시린 바다에서 물질 하고 해녀들이 돌아왔습니다.

해녀와 아저씨들이 갯것을 경운기에 옮겨 싣느라 하얀 모래밭이 부산합니다. 관광객들이 신기한 듯 몰려들어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해녀 한 분이 쓸데없는 짓 한다면서 핀잔을 줍니다. 그 바람에 구경꾼들이 머쓱해집니다. 누군가에게는 연인과 걷고 싶은 낭만적인 해변이지만 그들에게는 납덩이만큼 무거운 삶터입니다.

떠들썩한 소리를 뒤로하고 애매한(?)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섰습니다. 일행을 맞는 주인 모습이 색다릅니다. 제주산 갈옷을 입고 입에 침 튀김 방지용 위생마스크까지 걸쳤습니다. 특이한 모습이 필요한 이유, 음식 먹으면서 알게 됐습니다. 일행이 '한치주물럭'을 다 먹자 주인이 밥을 비벼댑니다.

신기한 손놀림으로 밥을 쌓아올려 한라산을 만듭니다. 잘 푼 달걀 물을 한라산위에 부어 용암처럼 흘러내리게 합니다. 그러면서 제주 섬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줍니다. 간간히 치즈가루를 뿌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달걀 위로 오름도 만듭니다.

한치주물럭 한치주물럭에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한치주물럭한치주물럭에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 황주찬

손놀림 손놀림이 재빠릅니다. 한라산볶음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손놀림손놀림이 재빠릅니다. 한라산볶음밥을 만들고 있습니다. ⓒ 황주찬

한라산 공기밥 세개로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제주이야기가 쏟아집니다.
한라산공기밥 세개로 한라산을 만들었습니다. 본격적인 제주이야기가 쏟아집니다. ⓒ 황주찬

멈춘 손놀림, 음식이 예술작품처럼 보입니다

불판 끄트머리에 달걀 물을 살짝 찍어 우도 만드는 일도 잊지 않더군요. 한참 화려한 손놀림을 넋 놓고 구경했더니 '한라산 볶음밥'이 완성됐습니다. 주인이 달걀과 볶음밥을 반씩 떠서 맛있게 먹으랍니다. 이제 화려하게 펼쳐진 제주도에 숟가락만 가져다 대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일행 모두는 손놀림을 멈췄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음식이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사연 많은(?) 아침밥을 배 속에 집어넣고 문 밖을 나섰습니다. 망망한 바다 위로 제주 섬이 보입니다. 지그시 눈을 감았습니다. 조금 전 들은 이야기 때문일까요?

거문오름, 윗세오름이 보입니다.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 오름, 백약이오름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는데 선배가 어깨를 툭 칩니다. 우도봉에 오르잡니다. 넌지시 들었는데 우도봉도 오름이라네요. 진짜 제주 오름을 만나러 길을 나섰습니다.

오름 저 멀리 오름이 보입니다. 눈을 감으면 거문오름, 윗세오름,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 오름, 백약이오름이 보입니다.
오름저 멀리 오름이 보입니다. 눈을 감으면 거문오름, 윗세오름,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 오름, 백약이오름이 보입니다. ⓒ 황주찬

꽃 흰 모래해변과 파란 바다 그리고 노란 풀꽃이 아름답습니다. 5월의 제주 모습입니다.
흰 모래해변과 파란 바다 그리고 노란 풀꽃이 아름답습니다. 5월의 제주 모습입니다. ⓒ 황주찬

식당 주인인 전해준 '한라산볶음밥' 이야기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인류가 생기기 전쯤인데요. 대략 180만 년 전쯤 바다 속 아주 깊은 심해에서 거대한 화산 폭발이 있었습니다. 이 화산 폭발로 인해서 수직으로 솟아 오른 섬이 지금의 제주도랍니다. 제주도는 100만 년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인해서 생겨난 분화구가 368개 있습니다. 이 분화구를 제주 사람들은 오름이라고 부른답니다. 유명한 오름으로는 거문오름, 윗세오름, 사라오름, 다랑쉬오름,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 등이 있습니다.

우도 또한 오름중 하나인데요. 우도는 성산 일출봉에서 바라보았을 때 소가 물 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성산포 쪽에서 불리는 이름이 소머리 오름이라고 합니다. 우도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은 섬머리오름이라고 합니다. 많은 오름 중에 가장 아름답고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오름은 단연 한라산이고요. 해발 1950미터 정상에 올라가시면 이처럼 푹 패인 분화구에 물이 고여있는데 백록담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아는 사실과 달리 백록담에는 물이 거의 없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거나 한 여름 우기에는 만수가 되기도 하는데요. 만수가 되더라도 서귀포 쪽으로 터져 있는 자그마한 골짜기 때문에 물이 곧장 빠져나가버려요. 그 나머지 고여 있는 물도 밑으로 스며들거나 증발해버려서 실제 올라가시면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물이 조금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접시 백록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우도#로뎀가든#한라산볶음밥#앨리샤승마#회양과 국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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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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