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업계 1위인 씨유(CU) 점주들의 잇단 자살 사망과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와 유족 등이 홍석조 비지에프(BGF)리테일 회장의 공식적인 사죄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최근 회사 쪽에서 유족의 사망진단서를 조작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홍 회장을 형사고발할 방침까지 세웠다.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전편협)와 전국'을'살리기비대협 등은 27일 오전 서울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비대협과 CU 편의점주 유족들은 회사 쪽에 크게 네 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이들 주장은 ▲ 전국 편의점주들을 적자경쟁·무한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 추가 출점 행위를 당장 중단할 것 ▲ 적자 허덕이다 어쩔 수 없이 폐업하는 편의점주들에게 위약금을 요구하는 행위 중단할 것 ▲ 갈등·분쟁 중이거나 폐업 협상 중인 모든 편의점주들에 대한 압박을 중단하고 가맹사업법 통과 즉시 CU편의점주협의회와 단체교섭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것 ▲ 6월 임시국회 통과 예정인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전폭 협조할 것 등이다.
특히 유족들은 "CU 측은 한 번도 본사 측이나 회사 최고 책임자 등이 나서서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사죄한 적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회사는)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과 커다란 슬픔에 빠져 있는 유족, '동병상련'의 고통을 겪고 있는 전국 편의점주들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족들은 CU 측이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위조하고 유족 동의 없이 무단으로 언론사에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망진단서 위조·무단 배포의 경위와 그 책임자를 공개해야 한다"며 "단순히 한 직원의 실수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비겁하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국'을'살리기비대협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과 회사 관계자를 '사문서 변조죄 및 변조 사문서 행사죄'로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어 "적자에 시달리다 폐업하는 편의점주들에게는 위약금이 아니라 위로금이 필요하다"며 "재발방지대책을 철저히 수립해 신속히 제시하고 이행할 것"을 CU 본사 측에 촉구했다.
CU경영주모임도 이날 별도로 성명서를 내고 "4명의 편의점 경영주가 가맹본부의 부당한 압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그 중 3명이 CU경영주였다"며 "(CU는) 한 맺힌 죽음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과 국민 앞에 즉각 사죄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CU가맹본부와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에 사죄와 대책 마련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CU 편의점을 운영하던 김아무개씨(53)가 편의점 폐점과 관련해 본사 직원과 승강이를 벌이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 직후 CU 본사 측은 "과도한 위약금이나 영업 강요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고인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용했다"며 해명하는 데 그쳤다. 또한 지난 17일 김씨 사망진단서의 '사망원인' 부문에서 원본에 있던 '항히스타민제 중독'을 임의 삭제 후 전 언론사에 배포,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