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발·X나' '여자' '노무현' '종북'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의 회원들이 자주 쓰는 주요 주제어 순이다. '김치녀'(여성 비하) '운지'(고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등 최근 논란을 빚은 비상식적인 표현들도 실제로 빈번하게 쓰였다. 이같은 사실은 한 프로그램 개발자가 일베 게시물을 분석한 리포트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충격' '경악' 등 낚시성 기사 제목을 집계해 보여주는 누리집 '
충격 고로케' 개발자로 화제를 모았던 이준행(27)씨는 28일 자신의 트위터(@rainygirl)에 "극우커뮤니티 '일베' 게시물 전체 데이터의 형태소·연관 단어 분석, 게시자 순위 집계 자료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씨가 공개한 '
일베 리포트'에는 2011년 7월 19일부터 2013년 5월 24일까지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게시글 4만6174건를 분석한 결과가 게재됐다. 일간베스트는 일베 내 추천수가 높은 게시물만 따로 모아놓는 코너다.
곳곳마다 욕설 넘쳐... 여성은 "김치녀"-노무현은 "운지"분석 결과, 이 기간 일베에서는 '씨X, X나' 등의 욕설이 주요 주제어인 게시물이 5417건으로 가장 많았다. 여자(4321건), 노무현(2339건), 종북(1633건), 광주(1622건), 盧(노·1564건), 오유(1247건), 민주화(1204건), 섹스(616건)가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이 쓰인 '욕설'은 각종 게시물의 제목이나 본문에서 'X발' 'X나' 'X새끼' 등으로 빈번하게 사용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비하하는 게시물에서도 욕설이 자주 쓰였다.
'여자'는 주로 여성 비하 글에서 언급됐다. 특히 'X발년' '김치녀' '어미' 등 여성 비하 표현이나 'X지' 등 여성의 성기에 빗댄 단어도 함께 사용됐다. 심지어 일베 여성 회원들이 자신의 신변을 드러낼 때도 이와 같은 비하 표현을 썼다.
'노무현'은 노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조롱하는 게시물에서 대부분 쓰였다. 이와 연관돼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운지'다. '운지'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일베 회원 사이에서는 '떨어져 죽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외에도 일베에서 가장 비중 있게 사용된 단어는 '선동'(2475건) '해체'(2467건) '가정'(2441건) '비판'(2443건) 순이다. 이 순위는 검색 엔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정보 엔트로피' 분석 기법에 따라 매겨졌다.
일간베스트에 선정된 게시물을 가장 많이 올린 회원은 닉네임 '코렁******'이었다. 이 회원의 게시물 중 총 228건이 일간베스트에 뽑혔다. 이어 'Or****'(159건), 'N***'(158건), '열***'(157건) 등의 순이다.
개발자 "정치적 논쟁 활발 기대했는데 욕설만 넘쳐나"
개발자 이준행씨는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일베에서 정치적 논쟁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해 게시물을 싹 모아 분석했는데, 막상 보니 욕설만 넘쳐났다"며 "광주·노무현·여성 등의 단어에서는 매우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리포트 공개 이후 일베 회원들이 저를 공격할 줄 알았는데, 일베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라며 "더 재밌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 추가 분석도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베 리포트'는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일베 리포트' 주소를 공유하며 호응을 보이고 있다. 'cha*****'는 "(일베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욕설, 예상대로네"라고, 'QM***'은 "똥인 줄 알았는데 역시 그냥 똥이었다"고 평가했다.
표창원, 일베에 대해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비겁자"앞서 지난 27일 범죄심리분석관으로 활동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자신의 블로그에 '사회악이 된 일베, 그들은 누구인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분석글을 올렸다.
표 전 교수는 일베를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하는 비겁자"라며 "(회원) 대부분 남성으로, 여성에 대한 열등감과 무력감을 여성 비하와 공격으로 대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일베 회원 중 상당수는 경쟁에서 탈락해 인정 못 받는 현실에 좌절, 이를 약자 공격으로 분풀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표 전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베 폐쇄' 주장과 관련해 "누리집만 없앤다고 (이런 현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일베 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정보통신윤리위 활동의 강화와 엄정한 법집행이 필요하지만, 원인에 대한 처방은 보다 심층적이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