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국내에서 가장 많은 1004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군은 가란도 섬 주민들을 위한 다목적 해상보행교를 준공했다. 상수도와 사람이 함께 건널 수 있는 이 다리는 전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다. 해상보행교의 설치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4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 섬 사람들은 걸어서 육지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됐다.
가란도에 살고 있는 60가구 120명의 주민들은 준공식 날 해상보행교를 건너며 마치 자신의 평생 소원이 이뤄진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주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길이 275m, 폭 2.5m의 해상보행교를 건설하는 데는 20억 원 가량이 소요됐다고 한다.
가란도 주민들이 해상보행교를 건너면서 짓는 이 행복한 미소가 새 정부가 바라는 '국민행복시대'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지만 가란도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섬마을 주민들은 앞으로 이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에 대한 불편한 진실며칠 전 기획재정부는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서 지출을 12조 원 줄인다고 발표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중 절대액을 차지하는 도로에서 4조 원, 철도에서 4조5000억 원 정도를 각각 축소하고 주택과 하천정비 등에서도 몇 천 억 원씩 삭감할 방침이다.
역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대한민국 쌈짓돈'이었다. 대선 때부터 후보들이 너도나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에 대해 국민적 반향은 크지 않다. 이는 MB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대해 '토건족'이니 '삽질'이니 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결코 복지투자의 대립적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 복지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일률적으로 삭감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축소 소식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엔지니어링 및 건설업계는 줄어들 발주 물량에 걱정이 태산이다. 더불어 지방권 국회의원들도 이 사실에 상당히 불편해 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해 발표하는 공약의 상당부분이 해당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건설, 신공항 건설, 철도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공약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지방권 지역경제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 적정규모의 투자는 필요하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축소는 기정사실화 된 상황에서, 앞으로 지방권 국회의원들은 지역구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에 대한 부족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이른바 '쪽지예산'이 다시 고개를 들것이다.
경기회복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줄이기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경기회복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투자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생산 및 고용 유발효과도 탁월하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단계에 해당하는 교통시설 건설의 생산유발계수는 2.249로 제조업(2.067), 서비스업(1.719)보다 높다. 투자금액 10억 원 당 고용유발인원도 10.9명으로, 제조업(7.0명)보다 월등히 높고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표산업인 서비스업(10.9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경기회복을 위해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만이 정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은 예산이 있으면 투자 좀 하고, 없으면 그냥 무시하고 멈춰버리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매년 시설공사 공기가 평균 6.7년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불어난 10.8%의 공사비 추가분은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해야 하는 형편이다.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10억 원 줄어들면 16.8명의 일자리 창출 기회를 잃는데 16.8명 중 11명이 고졸자이고 7명이 단순·기능직일 정도로 투자 축소의 타격은 사회적 약자층에 집중된다.
배고프다고 왕창 폭식하고 며칠 동안 굶는 것이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미련한 행동인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사회간접자본(SOC)도 예산이 있다고 할 때는 왕창하고 예산이 없다고 안 할 때는 무관심해 버린다면 국가 발전의 뼈대를 형성해 온 기반시설의 유지와 건설 산업의 안정도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족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함과 건설 산업 불황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을 유발해 국민복지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노후화된 시설물의 유지보수 예산 필요할 때얼마 전 미국 워싱턴주 마운트 버논의 스캐짓 강을 가로지르는 5번고속도로 교량이 붕괴됐다. 원인은 유지보수 미비로 인한 구조적 기능 상실이었다. 알면서도 예산이 없어 방치한 예견된 사고였다. 미국은 지난 2007년 미시시피강 다리 붕괴 사고를 계기로 교량 안전성 제고에 나섰으나 금융위기로 인한 예산부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런 시설물의 붕괴사고는 머지않아 우리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만든 시설물이 이미 노후화되면서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다. 하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로 해도 '티'도 잘 안 나는 노후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 사업이 정치적 논리와 맞물려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한 가란도의 해상보행교와 같은 지방의 소규모 사업들은 교통수요와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현 투자평가체계에선 그 우선순위가 항상 밀리는 사업으로 분류되어 예산 확보하는데도 십수 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물며 복지예산 확보를 위해 또 다른 복지예산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축소한다고 하니 다른 섬 마을 주민들에게 이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혜택이 돌아가려면 또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는 일이다.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길은 노인연금,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의 복지사업에 투자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간접자본(SOC)시설은 노인연금, 무상교육 등의 일회성 복지사업이 아니라 자자손손 복지혜택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투자대비 그 파급효과의 지속성도 크다.
가란도 주민들과 같이 지방 지역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해 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과 노후 시설물을 유지보수 하는 것도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또 다른 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