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월), '행복한 은퇴연구소' 소장이신 전기보 사진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하남의 캐슬렉스서울골프클럽(Castlex Golf Club)을 방문했습니다.
전 소장께서는 운동 후 잠시라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면 한 번의 골프장 나들이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도모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이곳 클럽하우스에서의 전시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전 소장께서는 25년 간 몸담았던 교보생명의 임원을 끝으로 은퇴하자 현직에 있었을 때, 은퇴자들을 위한 다양한 재정설계를 상담했던 경험을 토대로 은퇴연구소를 열었습니다. 소장님은 이 연구소를 바탕으로 활발한 은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은퇴는 시기가 다를 뿐 누구나 당사자가 되어야하는 인생의 중대한 사안입니다.
저는 은퇴연구소 소장의 은퇴생활을 관찰하는 것이 은퇴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행복한 은퇴연구소' 소장님의 공적인 생활과 사사로운 생활을 그런 관점에서 관찰해왔습니다. 아래는 그 결과입니다.
은퇴연구소 소장의 은퇴생활 첫째, 소장님은 은퇴 전에 은퇴 후를 준비해왔습니다. 즉 은퇴 후에도 경쟁력 있는 은퇴생활을 위해 스스로를 계발하는데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리 대학원에 등록해 박사학위를 받아두었습니다.
둘째, 근로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소장님이 근무했던 보험회사는 은퇴 후에도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적나라하게 목도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스스로도 은퇴 후에 어떻게 소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대비했습니다. 보편적으로 적금이나 연금, 부동산 임대료 등이 은퇴자들의 소득원입니다. 하지만 소장님은 근로소득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보았습니다.
비록 은퇴 후의 소득이 은퇴전의 소득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근로소득이야말로 경제력의 확보뿐만 아니라 은퇴 후의 정신건강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보았습니다. 소장님은 현재 현직에 있을 때 준비했던 학위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이버대학의 금융자산관리학과에서 교수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체와 방송을 통해 은퇴와 재정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은퇴와 관련한 저술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셋째, 강력한 자신의 아이콘을 만들었습니다. 은퇴 후의 근로가 부정기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관점에 따라 임시직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프리랜서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자유계약직의 경우 자신을 상대에게 인상 깊게 각인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한 방법으로 자동차를 빨간색 지프(랭글러 루비콘)로 구입하고 자신의 구두를 차 색깔과 동일한 붉은 구두로 맞추었습니다.
또한, 예명을 'Red'로 하고 전시회의 부제를 'Red 展'으로 했습니다. 'Red = 전기보'라는 등식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시켜나갔습니다. 이런 노력은 단 한 번의 대면으로도 '전기보'라는 이름은 잊을지언정 'Red'를 잊을 수는 없게 했습니다. 결국 Red는 곧 전기보이므로 컨설팅이나 강의요청이 필요할 때 소장님이 담당자들의 1순위에 자리 잡게 됩니다.
넷째, 문화와 예술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것이 사진입니다. 사진은 스스로도 제일 하고 싶었고 재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은퇴 후 사진가 조세현작가를 사사하는 스승으로 두고 사진의 여러 요소들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짬이 허락될 때마다 카메라를 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풍경과 화초사진을 좋아하는 소장님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 일 년에 몇 차례씩 출사를 떠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혼자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망설이지 않고 전시회로 내보입니다. 소장님은 개인전을 완성된 자신을 내보이는 것이 아니라 과정중의 자신에 대한 평가라고 여기기 때문에 개인전을 여는 것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함께 활동할 친구를 가까이합니다. 은퇴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일 것입니다.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외롭거나 우울할 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장님은 사진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이 모여 함께 활동할 동호회를 만들었습니다.
'빛 그리고 시선(MBC아카데미 최고위 포럼인 'CALF(문화예술리더스포럼 MBC Culture & Arts Leaders Forum)) '과 'PGA(삼성경제연구소의 경영자 대상 정보사이트 SERI CEO의 강좌 포토앤컬쳐 출신으로 구성된 사진과 골프를 좋아하는 모임)'라는 이름의 이 동호회는 실제로 함께 열정을 불사를 사람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대부분 국내외의 출사에 동행하고 전시를 격려합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번 클럽하우스에서의 'Red전 전기보의 눈맞춤'에는 주로 올 봄에 찍은 꽃들이 전소장님의 개성적인 시각의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담겨 있습니다.
'꽃'은 그 유전자를 후대에 전해야하는 비장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해 결사적으로 벌과 나비를 불러모아야하므로 항상 넘치도록 아름답습니다. 꽃사진이 작품으로 승화되는데 실패하고 마는 이유는 그 꽃 자체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초심자들은 벌가 나비처럼 대부분 꽃 자체의 아름다움에 휘말려 들어가고 맙니다.
그 상태에서 꽃 사진을 찍어보아야 꽃속에 매몰되고 맙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덫에 걸리고 마는 것이지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Too much is as bad as too little.)'는 원칙은 꽃을 찍는 사진가가 카메라 바디에 렌즈와 함께 필히 장착해야할 특수필터입니다.
전 소장님의 사진에서 그 덫에 걸리지 않은 '극기(克己)의 미'를 대면할 수 있습니다. 올 4월 말부터 5월초에 걸쳐 그곳 골프장에서 담았다는 명자나무꽃도 몇 점 걸렸습니다. 은은하고 청초하여 '아가씨나무'라고도 하는 이 진분홍색 봄의 유혹에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은퇴의 삶은 넘치는 것보다 부족한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족한 것에서 아름다움과 만족을 찾아야하는 이치를 전소장님의 꽃사진이 말하고 있습니다.
현실의 벙커는 그린의 그곳보다 크고 넓다저는 클럽하우스의 로비에 이젤로 전시된 전소장님의 작품을 감상하고 클럽하우스 밖으로 나갔습니다. 캐슬렉스서울GC는 동서울GC가 이름을 바꾸어 오픈한 연유로 오래된 골프장이지만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콜프클럽으로서 서울시가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입지입니다.
등 뒤로는 우중에 더욱 짙어진 남한산성의 녹음이 가득하고 눈앞에는 잘 다듬어진 그린이 펼쳐졌습니다. 잠시 비가 그친 숲에서 피어오른 운무 너머의 서울 아파트 숲은 멀고 아련했습니다. 숲과 그린 그리고 인공의 소리가 사라진 산중턱 골프장에서의 정취가 선경을 이루었습니다.
눈 아래의 코스를 찬찬히 살폈습니다. 잘 정리된 페어웨이(Fairway)가 펼쳐져있습니다. 이 멋진 자연 속에서 운동을 즐기는 골퍼들에게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그 코스 곳곳에 해저드(Hazard ; 모래로 덮어 만든 벙커, 워터해저드 등의 장애구역)가 눈에 들어옵니다. 부족함 없음이 오히려 재미와 만족을 부족하게 함으로 그린 가까운 곳에 해저드를 만든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골프다이제스트 Golf Digest'라는 미국골프잡지의 한국판인 '골프라이프'의 편집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능숙한 골퍼들은 난이도가 높은 골프장을 찾습니다. 벙커(Bunker)를 피해 공을 날리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공이 해저드에 빠졌을 때 탈출하는 법에도 능숙해야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은 악마처럼 입을 벌린 벙커를 피해갈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골프게임에서의 벙커탈출에 실패해도 1벌타를 먹고 플레이를 다시 하면 됩니다. 캐슬렉스 골프장은 도시와 인접한 만큼 페어웨이 바깥은 바로 주택과 창고들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그 지붕들은 블루입니다. 골프장의 그린과 마을의 블루는 삶의 형태를 두 가지로 선명하게 양분하고 있습니다.
그린 위의 벙커는 앙증맞게 선명하지만 블루 아래의 벙커는 아예 보이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의 해저드는 골프장의 그것보다 훨씬 넓고 촘촘하며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은 항상 골프게임보다 흥미롭습니다. 제가 골프를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합니다.
저는 다시 클럽하우스로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의 성공적인 삶을 요약하는 한 가지는 전소장님의 꽃 사진처럼 '절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 후에는 무리해서 타수를 줄이는 것보다 욕심을 절제해서 해저드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고, 해저드에 빠져도 드롭하여 플레이하는 것조차 즐길 일입니다.
Red 展 |
전기보의 눈맞춤
기간 | 5월 15일_6월 16일 장소 | 캐슬렉스서울골프클럽 클럽하우스
그의 시선은 경이롭다
꽃을 찍되 꽃이 아니게 풍경을 찍되 풍경이 아니게 사진 작업을 한다.
수묵화 같은 풍경과 수채화 같은 꽃이 그의 마음과 마주쳐 작품으로 태어난다.
_사진작가 조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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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