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수정: 오전 10시 31분]정부가 31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제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의 140대 국정과제 실천 계획인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이날 정부는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이행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에 5년간 총 134조8000억 원이 필요하면서 이를 위해 50조7000억 원은 세입 확충으로, 84조1000억 원은 세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계획을 보면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필요한 예산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라 증세 없이 재원마련이 가능하겠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대규모 SOC예산을 삭감이 이뤄질 경우 대선 때 내놓았던 시도별 맞춤형 공약 105개는 사실상 '헛공약'이 된다는 우려도 높다.
SOC분야 정부지출 5년간 11조 6000억 원↓이번에 발표된 정부 초안의 핵심은 세출절감이다.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62%에 달하는 84조1000억 원을 직접적 증세 없이 정부 허리띠를 졸라 마련한다는 계산이다. 당초 3월에 발표했던 세출 구조조정 목표액 82조 원에서 2조1000억 원이 더 늘어났다.
세출이 가장 많이 줄어드는 분야는 SOC분야다. 5년간 총 11조6000억 원이 깎일 예정이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SOC분야에 집중투자가 이뤄졌다"면서 "신규 사업은 공약 및 필수사업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업 분야 지출은 4조3000억 원 줄어든다. 전력 사용량 급증시 절전 기업체에 보조금 방식으로 지원되던 '전력 부하관리 지원금' 같은 예산을 대폭 손질하는 방식이다. 농림 분야 지출 역시 유사사업을 대폭 정비하는 방법으로 5조2000억 원 가량을 깎아낼 예정이다.
이차보전 대상도 늘린다. 이차보전이란 정부가 직접 자금을 빌려주지 않고 민간에서 돈을 빌리게 하되 이자 차익만큼을 보전해주는 방식을 말한다. 농식품부가 진행하는 '첨단온실 신축' 사업과 중소기업청의 '소상공인 지원 융자', 국토부의 '생애 최초 주택구입' 사업 등이 이차보전 전환 대상이다.
총 50조7000억 원을 조달하는 세입확충 계획의 핵심은 비과세·감면의 정비(18조 원)와 지하경제 양성화(27조2000억 원)다. 정부는 비과세·감면은 일몰기한이 되면 원칙적으로 종료하되 중소기업이나 서민·중산층 대상 지원제도는 유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고의적 소득탈루나 탈세를 적발하고 그동안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던 금융소득에 세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 134조8000억 원은 140개 국정과제 실현에 쓰일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주택(9조4000억 원)', '연구개발비 확대(8조1000억 원) 등 '경제부흥' 분야에 향후 5년간 33조9000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또한 '기초연금 도입(18조8000억 원)', '0~5세 무상보육(11조8000억 원)' 등 맞춤형 고용과 복지 및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국민행복' 사업에 임기 말까지 79조3000억 원을 지출한다는 계산이다.
정부는 이날 현재 64.2%인 고용률을 2017년까지 70%로 끌어올린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공약가계부대로 국정 과제가 추진되면 현재 1422개인 중견기업 수도 5년 후에는 4000개로 늘어나고 현재 53%에 불과한 소상공인 창업 생존율도 60% 수준으로 향상되며 저소득층 자활성공률도 28%에서 40%까지 오른다는 것이다.
공약가계부 그대로 이행시 지방공약은 '헛공약' 될 듯문제는 이같은 계획이 실현가능성이 있느냐다. 가장 먼저 나오는 지적은 세입 부분이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내외 기관들이 일제히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향후 5년간 세금이 더 걷히겠냐는 것이다.
법인세 및 소득세, 부가세 등이 전체 세수의 3/4을 넘는 국세 구조상 경제성장률은 세입과 직결되는 측면이 있다. 통상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수는 2조 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까지 걷힌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47조1000억. 지난해에 비해 7조9000억 원 줄어든 수치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제시된 연차별 세입확충 계획에 따르면 올해에만 2조9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게다가 내년에는 7조9000억 원, 2015년에는 11조8000억 원을 더 걷어야 하는 등 목표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조다.
27조 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 역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빠져 현실성 논란이 여전한 상태다. 기업인들은 오히려 이같은 분위기가 기업 경영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전국 71개 상공회의소 회장들은 지난 22일 "세수확대와 조세정의 확립 차원의 지하경제 양성화가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무조사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날 나온 공약가계부 계획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에는 박 대통령이 대선시절 약속했던 지방공약이 '헛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105개 지방공약은 약 80조 원 규모로 대부분 신규 SOC 사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적지않은 반발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이번 공약 가계부에서는 신공항 건설, 수서발 KTX노선의 의정부 연장,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지역 주요 SOC사업들이 줄줄이 빠졌다.
특히 10조 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는 '경남권 신공항 건설' 사업은 28일 확정된 140대 국정과제, 600개 세부과제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예 착수 자체가 불투명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이날 이와 관련해 6월 중으로 전체 지역공약의 추진일정과 재원대책을 담은 '지역공약 이행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