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부목사로 있다 보니 가끔씩 장례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주간에도 세 건의 장례가 있었고, 오늘(3일)도 79세 된 어르신 한 분이 저 세상으로 가는 걸 봤다. 그 분은 1년 동안 폐암을 앓다가 돌아가셨는데, 암이 없는 세상에서 살다가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오늘 장례식 때 설교한 목사님은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자는 77.3세요, 여자는 84세라고 말이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평균 6∼7년 정도 아프다가 죽는데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10∼15년 정도를 질병으로 고생하다가 저 세상으로 떠난다고 한다.
과연 질병과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순 없을까? 사실 영양제를 맞지 않고 농약을 치지 않는 과일과 야채는 차츰차츰 쭈글쭈글해지다가 말라버린다. 그것이 그들이 맞이하는 죽음이다. 그렇다면 건강한 사람도 그런 죽음을 맞이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몸은 당장 죽어도 몸도 깨끗할 것이고, 냄새도 극히 덜하지 않을까?
의식주 문제를 바로잡으면 질병이 보인다장두석 선생의 <민족생활의학>이란 책을 읽을 때 꼭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옛날에 비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질병에 시달리는 이유, 그것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길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서양의학이 주는 핵심을 그것으로 단정한다. 대증요법(對症療法)과 약물요법(藥物療法) 그리고 경감요법(輕減療法) 말이다. 그는 그것들은 약물을 써서 일시적으로 그 증세를 경감시키거나 완화시키는 것일 뿐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만큼 서양의학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그가 좋다고 이야기하는 민족의학은 도대체 뭘까? 그것은 병의 근본 원인을 알아내서, 그 요인이 되는 뿌리를 뽑도록 하는데, 그걸 화학이나 의약약품이 아닌 자연 속에서 나는 풀과 채식과 같은 위주의 방법으로 치료케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게 실은 의식주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70년대 이전의 가난했던 그 시절 속 생활처럼 사는 것 말이다. 이른바 입는 것도 멋을 부리기 위해 끼고 조이게 입는 오늘날의 옷보다는 그저 헐렁하고 가볍게 입고 사는 게 좋고, 먹는 것도 오곡밥과 채식위주로 먹고, 집도 흙집처럼 숨을 쉴 수 있는 집에서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다.
그렇게만 산다면 125세는 거뜬히 살 수 있다고 한다. 왜일까? 그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그 발육기간의 5배가 그 수명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인간이 발육하는데 정상적인 기간을 25년이라고 친다면, 그 5배인 125세가 인간의 본질적인 수명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밥상을 보면 금목수화토의 오행과 청황적백흑의 오색, 산고함신감 오미가 골고루 배합된 것이었다. 채소를 먹어도 다섯 가지 색상과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섞어 먹었다. 일상적으로 지어 먹는 오곡밥도 색과 성질을 배합하여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것이다. 다섯이면 천하무적이라는 말이 있다. 오행과 오색과 오미를 조화롭게 섞어 음식을 만들면 각 음식이 가진 독성은 제거되고 약성만 남아 그 이상의 보약이 없다고 할 수 있다."(74쪽)이른바 먹는 것에 관한 민족생활의학을 일컫는 부분이다. 사실 먹는 것만 잘 먹어도 건강을 지혜롭게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많이 먹고, 너무 기름진 것들을 먹기 때문에,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 아닐까?
아침은 굶고 점심과 저녁은 적당히"실험에 따르면 오줌 속에 나오는 독소 배설량은 몇 끼를 먹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침, 점심 두 끼를 먹는 사람은 체내 잔류 독소량을 100이라고 할 때 66퍼센트 밖에 배설하지 못한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사람은 75퍼센트를 배설한다. 점심, 저녁 두 끼를 먹는 사람은 100퍼센트 배설한다. 한 끼를 먹는 사람은 127퍼센트(그 전에 몸 속에 묵어 있던 독소량 포함)를 배설한다."(147쪽)그가 궁극적으로 밝히는 처방전의 핵심이다. 이른바 먹는 끼니를 줄이는 것 말이다. 하루 세 끼를 다 먹는 것보다 아침은 굶고, 점심과 저녁을 적당히 먹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지키는 비결인 셈이다. 그래야만 체내에 독소를 배출하고, 자가 정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물도 많이 마시면 더 좋다고 하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더욱이 그는 이 책에서 산야초를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그것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말이다. 이른바 쑥, 민들레, 질경이, 토끼풀, 칡, 망초, 냉이, 쇠뜨기 등이 최고라고 한다. 그것들이야말로 비 바람에 시달리고, 추위와 더위, 가뭄과 장마까지도 잘 견디고, 생태계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이겨낸 것들이라는 이유에서다.
특별히 이 책 뒷 부분에는 몸에 질병을 안고 왔다가 장두석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단식을 하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바꿨을 때, 치료 받은 실례가 기록돼 있다. 위암, 나병, 간경화, 심장병, 간질, 중풍, 버거스, 피부병, 백혈병, 당뇨 합병증 환자까지 모두 치료된 예이다.
지금은 전통이 있는 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기다보니, 앞으로도 나이 많은 어르신들의 죽음을 목격하게 될 것 같다. 그분들 모두는 정해진 죽음을 맞이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분들 모두가 전통적인 의식주로 살아왔다면 모두들 건강하게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몸에 질병으로 인한 고통 없이 말이다.
그런 죽음을 맞이하고, 또 살아 있을 때에 건강하게 몸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이 이 책에 있으니, 아무쪼록 모두들 이 책을 가까이 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젊은 사람들 가운데 몸에 이상 징후나 질병이 생겼다면 하루라도 속히 전라남도 광주에 있는 장두석 선생을 만나 치료에 관한 조언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 책 대로 의식주만 바꿔도 좋은 치료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