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법의 개정과 건강영향평가의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일본의 석면 피해자 30여 명은 4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석면피해구제법 개정과 구제기관의 행정처리 문제에 대한 한일석면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석면 피해자들은 가장 먼저 현행 석면피해구제법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석면폐증의 요양급여가 24개월 동안에 그친다는 점을 들며 "석면피해구제법이 석면질환의 특성, 석면피해자의 고통과 삶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계적으로 제정됐다는 사실을 드러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석면 피해자들은 고농도 석면을 장기간 흡입했을 경우 발생하는 석면폐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건강영향조사의 지역을 확대하고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해 환경성 석면 피해자를 찾아내고 구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석면피해자들은 환경공단이 석면피해자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석면 피해자의 고통, 국적 가리지 않아... 연대하겠다"일본인 피해자들도 한국피해자들과의 연대를 다짐하며 한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가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석면피해자 유족 다케무라씨는 "석면 피해자의 고통은 어디서나 같다"며 "한국에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염원하고, 한일간 교류를 통해 양국의 피해자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한일 석면피해자들은 기자회견 외에도 지난 3일부터 이틀동안 부산지역에서 석면 피해자 워크숍을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양국의 석면피해자와 노동보건·환경보건 활동가, 의학, 법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워크샵은 전세계의 석면사용 추방과 석면피해 근절을 위한 논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한편 부산에는 제일화학을 비롯해 과거 석면을 취급하던 공장 주변에서 석면 피해자들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2011년 조사에서 1명의 석면피해자가 나온 이후 지난해에는 11명의 환경성 피해자가 부산시와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석면은 악성중피종과 석면폐증·원발성 폐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