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실천대책을 논의하고 에너지 절약 실천에 솔선수범하기로 했습니다. – 5월 31일, 청와대
6월인데 벌써 많이 덥죠? 그러다 보니 냉방기 가동이 많아져서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걱정이 많아요. 국민들도 뉴스 통해서 '전력난'이란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나름의 방식으로 아껴 쓰고 있어요. 청와대에서도 '에너지 절약 실천 솔선수범'하겠다고 발표했네요.
- 모든 사무실은 28°C 이상일 때만 냉방기를 가동한다.-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전력수급단계를 준수하고, 주의·경계 이상일 때는 냉방기기 사용을 전면 중단한다. - 전력 과소비형 냉방기 사용을 가급적 제한하고, 사무실·회의실에 선풍기를 확대 공급해 적극 활용한다.- 사무실 전등은 전체 15%까지 제거하며, 가로등은 전체 84%까지 소등을 하고, 점심시간·퇴근 이후 각종 전산기기의 대기전력 차단을 생활화한다. - 노타이 차림의 간소복 근무와 직원들의 분산 휴가도 실시한다.특별한 건 없네요. 에어컨 덜 쓰고, 소등하고, 컴퓨터 꺼놓겠다는 거잖아요. '직원들의 분산휴가'는 좀 웃겼어요. 전기를 쓰더라도 청와대 밖에서 쓰면 된다는 건가요? 여름 지나고 전년 동기 대비 전기 사용량을 이렇게 줄였다는 발표라도 하려고 그러나요?
28°C 이상일 때만 냉방기를 쓰면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떨어지겠네요. 전기 조금 아끼려다가 그 비싼 월급 받는 고위공무원들 일 제대로 안 하면 그게 무슨 낭비인가 싶어요.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고, 투자 대비 효과도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무조건 전기만 아낄 거라면 여름 동안 청와대 문 닫는 게 제일이잖아요.
그리고 실천사항이라는 것도 무려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회의'에서 논의하고 결정하기에는 좀스러운 수준이네요. 그 정도 결정은 실무진에게 맡기고, 청와대 수석 회의쯤 되면 전력난을 덜 수 있는 조금 더 효과적인 내용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가정용에 비해 지나치게 싼 산업용 전기 요금을 현실화해서 그 돈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자를 하는 방법이 있겠네요. 산업용 전기는 전기 생산 원가보다도 낮잖아요. 탄력적 공급이 어렵고 낭비가 심한 원전 의존도를 낮춘다거나, 건물의 단열도를 측정 후 공개해서 전기를 덜 쓰는 건물에 혜택을 주는 방식도 좋겠네요. 밤새 켜져 있는 교회 첨탑도 단속하고, 휘황찬란한 유흥업소 조명도 규제하면 좀 더 전기를 아낄 수 있을 거예요. 청와대 수석들이 결정하면 가능한 일이기도 하고요.
이 정도만 해도 청와대가 전기를 많이 쓴다고 해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을 거예요. 전기는 국민들이 알아서 아껴 쓸게요.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숨은 전력낭비 요인을 발굴해 차단하고, 에너지 절약을 모범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건 나중에 하시고 우선 '일'을 하세요. 주어진 임무에 맞는 일, 국민을 위하는 일 말이에요.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나올 만한 그런 실천 방안이나 논의하고 발표하는 청와대 수석들이 한심해서 이번 '에너지 절약 실천 솔선수범' 발표문은 50점밖에 못 드리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