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폄훼'와 '친독재' 전력이 있는 이은상(1903~1982, 호 '노산')의 기념사업을 두고 논란이 있는 속에, 이은상과 그의 작품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언급하면서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발언했던 윤재근 한양대 명예교수가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다.
옛 마산시에 주소를 두고 있는 민호영․강정철․김종연․김지란․고호진․이성희․김숙진․한중권․박재혁씨는 4일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에 윤재근 교수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윤재근 교수는 지난 4월 27일 마산 아리랑호텔에서 열린 "노산 이은상 시조선집 가고파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강연했다. 윤재근 교수는 이은상과 그의 작품 <가고파>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말했다.
마산에서는 오랫동안 이은상과 관련한 기념사업을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옛 마산시(현 창원시)가 1999년 국비․시비 30억원을 들여 '이은상(노산)문학관'을 지으려고 하자 반대 여론이 높았고, 6년 동안 논쟁이 벌어졌다.
옛 마산시의회는 2005년 5월 20일 '마산문학관 운영조례안'을 상정해, 찬반토론을 거친 뒤 표결 끝에 가결시켰다. '노산문학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으로 확정지은 것이다.
국제로터리클럽은 지난 2월 3000만원을 들여 마산역광장에 <가고파>를 새긴 시비를 건립했다. 이후 지역에서는 공공장소에 '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인물의 시비를 세우는 것을 잘못이라며 철거를 요청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런 속에 윤재근 교수가 출판기념회에서 이은상 관련 관광자원 활용을 언급하면서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발언해, 관련 단체로부터 반발을 샀던 것이다. 윤 교수의 발언이 알려진 뒤, '마산역광장 이은상 시비 철거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윤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민호영씨 등 시민 7명은 이날 고소장을 통해 "윤 교수는 '마산 시민정신이 우둔하다'고 해 마산시민들 전체를 폄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고소인들을 모욕하였다"며 "'우둔하다'는 말은 인격적인 비하 발언으로서 이를 듣는 상대방으로서는 당연히 모욕감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옛 마산시의회가 '노산문학관' 명칭을 버린 연유를 설명하면서, 이들은 "6년 동안 지역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은상논쟁은 공식적으로 완전무결하게 끝이 났다"며 "문학관 논쟁은 이은상에 대한 마산시민들의 평가가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윤 교수는 마산시민을 모두 '우둔한 시민정신을 가진 사람들'인 것처럼 말함으로써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에게 모욕감과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며 "윤 교수는 공개된 강연회에서 확인되지도 않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과 허위인 사실을 공공연히 말함으로서 시민 전체를 '우둔한 사람'으로 모욕하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재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강연 때 우둔하다는 말을 한 것은 맞다"며 "나쁜 의미가 아니었는데,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산은 창원시와 통합해 이름이 없어졌고, '마산'이라는 이름을 지켜야 한다는 차원이었으며, 이은상과 '가고파'를 잘 이용하면 관광자원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마산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기에 고언한 것이지 마산을 향해 불명예스럽게 말한 게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