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및 기타 주체는 결정이 취해지기 전에 여성과 남성 각각에 대한 영향이 고려된 분석이 이루어지도록 모든 정책과 사업에 젠더 관점을 주류화하는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정책을 촉진시켜야 한다." (북경 행동강령, 1995).북경 '제4차 여성대회'에서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라는 개념이 정책영역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성별 영향 분석평가 조례'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인지예산'이란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남녀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남녀 차별 없이 평등하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여성과 남성의 요구와 관점을 고르게 통합하여 의도하지 않는 성차별이 초래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가령 공공화장실에서 여성용 변기 숫자를 늘리거나 치마를 입고 시내버스를 타는 여성들의 편의를 위해 계단 높이는 낮추는 것이다. 예산 편성과 정책 수립 때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다.
4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경상남도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강성훈 경남도의원은 "남녀 모두 행복한 정책을 실현하도록 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광주 등 몇몇 광역자치단체는 조례를 만들었지만, 경남은 이번 조례 제정 추진을 계기로 시·군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명숙 경남도 여성정책담당관은 "얼마 전 경남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성평등 심화교육을 했는데, 남성 공무원들이 더 좋아하고 꼭 받아야 할 교육이라고 하더라"며 "지난해 10월부터 연구와 소규모 토론을 해왔는데, 조례 제정을 통해 성차별이 사라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영주 창원시의원은 "남성 시의원들은 '성인지예산이 뭐냐'고 하기도 하는데, 경남도 조례 제정 추진을 계기로 창원시를 비롯한 시·군에도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도 성평등 지수,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낮다"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김희경 성인지예산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는 "거의 대부분 지방의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은 성별영향분석평가와 관련한 의무적 심사와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아, 의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부분적으로 관심 있는 개별 의원의 지엽적 활동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경남도의회 전자회의록에서 검색된 성별영향분석평가를 보면, 2006년부터 2012년 사이에 관련한 발언은 15건에 불과했다.
김 상임대표는 "성주류화 전략을 이행하는 정책 도구 추진과정에 지방의회의 심의 의결권한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의 내용으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 의원들의 성인지력 향상이나 성인지적 의정 활동이 강화될 수 있도록 추동하는 것은 지역 여성, 시민들의 모니터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별영향분석평가 추진체계가 지자체 수준에서 겉돌지 않으려면 정부업무평가기본법과 연동되어 정책평가부서와 연계될 수 있도록 법 정비가 필요하고, 지자체 특성 등을 고려하여 성별영향분석평가 책임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경기·대구·전남·충북·서울 양천구·광주 동구 등지에서 이미 제정된 관련 조례를 비교검토한 결과, 김희경 상임대표는 "분석평가 위원회의 기능과 구성은 자문 역할을 할 것인지, 심의·의결의 역할을 할 것인지, 실행의 역할을 할 것인지에 따라 구분하여 조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경 상임대표는 이날 "경상남도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안"을 제시했다. 조례에 보면 '경상남도 성별영향분석평가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되어 있으며, 분석평가책임관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고, 관련 예산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토론에서 우명희 경남도 여성가족담당사무관은 "이번 성별영향분석평가 조례는 성평등 지수 향상을 위한 제도적 단초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여 조례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책임과 의무를 명문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인선 경남성별영향분석평가센터장은 "성별영향분석평가의 확산을 위해서는 탄탄한 법적 기반 위에 실행주체인 공무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공무원 교육, 시민 참여, 지원기관의 협력을 통해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정책의 모든 영역에 안착될 수 있을 때까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권희경 창원대 교수(가족복지학)는 "경남도의 성평등 수준은 다른 광역자치단체에 비해 상당히 낮다"며 "열악한 성평등 수준이 성별영향분석평가와 그 결과 환류를 통해 개선될 수 있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에서 지속적으로 성별 불평등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욱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조례안은 성별영향분석평가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정치적인 사안도 아니고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제도도 아니다"며 "의회에서는 지역 성평등의 실질적 실현을 위한 제도이므로 별무리가 없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