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그간 정부가 원칙을 갖고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제안해온 결과다."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6일 북한의 당국회담 제의를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과로 평가했다. 김 정책위의장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7일 개성공단 폐쇄 등 긴장 일변도였던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킨 것을 박근혜 대통령의 '공'으로 추켜세웠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도발이 보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 북한의 강공책에 정면으로 맞서왔다.
북한이 정부의 개성공단 관련 당국회담 제의를 거부하면서도 민간단체에게 6·15남북공동선언 공동행사를 제의하거나,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이 같은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이라고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은 단호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청와대 출입기자 초청 오찬간담회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이 진짜로 입주한 우리 국민을 생각했더라면 하루아침에 공단에서 인원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면서 "그래 놓고 지금 와서 정부는 상대하지 않고 민간을 상대로 자꾸 오라는 식으로 하면 누가 그 안위를 보장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 병행노선은 병행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으며,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북한이 선택해야 할 변화의 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돼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북한이 남북대화를 제의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이는 박근혜 정부가 여러 가지 외적 요인에도 흔들림 없이 원칙과 일관성에 기반한 대북정책을 펼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격 작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서 과거처럼 시간끌기용 회담이 되지 않길 기대한다, 남북 양측 모두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었다"고 평가한 김 정책위의장 역시 '진정성'을 주문했다. 그는 "행여나 북한의 이번 제의가 탈북 청소년 강제 북송 따른 국제적 비난이나 미중 정상회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일시적으로 탈피하기 위한 임기응변적 수단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북한이 진정성 가지고 회담에 임하는게 문제 해결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평화는 대화에서 온다"... 박지원-문재인 "박근혜 정부 높이 평가"
"민간 차원의 대화·교류라도 허용하라"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던 민주당은 이날 '원칙 있는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유보한 채, 남북대화 재개와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 앞서 민주당은 통일부의 6·15 남측위원회 개성방문 불허에 대해 "정부 간 대화채널이 가동되지 않을 때도 민간의 교류는 지속적으로 활성해야 한다"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편협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의 긴장국면을 타개할 계기가 마련되는 거 같아 기쁘다, 민주당은 그동안 평화는 대화에서 온다고 주장해왔다"면서 "남북이 소득 없이 자존심을 겨루는 대화가 아니라 실사구시, 물실호기의 회담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화해협력 시대를 열 수 있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6·15남북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선언을 주도한 민주당 인사들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임동원·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민주당 박지원·문재인 의원 등 네 명은 이날 조찬 회동에서 "남북 관계 긴장이 지속됐는데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대북 정책 주도한 결과 남북 당국간 회담이 재개된 것에 대해 대단히 환영하고 박근혜 정부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 불필요한 전제조건이나 과거에 연연하기보다는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새로운 국면을 열기를 바란다"면서 "박 대통령이 본인의 대북정책의 진정성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방향 및 내용을 정확하게 북측에 전달해서 한반도에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도록 적극 (당국간 회담을) 활용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남북간 실무회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단체의) 6·15 공동행사 참여를 불허했는데 이제는 함께하도록 정부가 적극적 조치를 취해주길 바란다"며 "다가오는 7·4남북공동성명 행사도 남북이 공동으로,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로 치러질 수 있도록 전향적인 조취를 취해달라"고 말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같은 회동 결과를 전하며 "네 분은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해 상당히 잘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현재의 (대북정책) 기조가 실질적인 성과와 국면전환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차분하게 남북대화를 주도해주길 당부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박 대통령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이 북한의 태도 변화의 원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양면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남북 대화를 이끌어낸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을 (우리 정부가) 끌고 간다는 건 과잉해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지금까지의 대북정책 방향 비교적 옳았다"
한편,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날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와 정부의 즉각 수용 조치를 환영하며 박근혜 정부의 '원칙 있는 대북 정책'에 손을 들어줬다.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대화 제의와 우리 정부의 빠른 수용을 환영한다"며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대화도 중요하다, 그 점에서 지금까지의 방향은 비교적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도 안 의원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민주당 등 기존 야당들과 '온도차'를 보였다. 그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한 후보단일화 TV토론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조건 등을 두고 "남북 당국 간 공식 대화에서 (관광객 피살 사건) 재발 방지 확인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당시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안철수 신당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진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경제부분, 대북관계 등이 정형화돼 있어 자칫하면 그 틀에 묶여 노동문제가 아닌 다른 분야까지 전부 규정된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안보 및 대북 정책 등에 있어 기존의 야당들과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안 의원은 이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제부터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지체할 이유가 없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