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배다리에 위치한 '사진공간 배다리'에서는 김윤호사진전 '느림 - unplug' 가 6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다. 제목 '느림'은 단어 자체와 같이 느리게 살기 이야기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항상 바쁘다. 학생은 학생대로 학교생활과 학원, 그리고 대학이라는 큰 목표를 향하여 초등학교 때부터 바쁘다. 직장인은 직장인대로 여유없다. 야근과 술자리 등 매일 매일이 바쁘다.
우리는 간혹 꿈꾼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빈둥거리고 늦은 오후에 친한 친구와 환담을 나누며 여유로움을 갖고 싶어진다. 게으르고 싶고,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없는 시골 흙길을 신발 벗은 채 걷고도 싶어진다.
그런데 현실은 시시각각 변하는 증권가의 숫자와 같이 우리는 수치와 싸우고 규칙과 싸운다. 신호등의 2분간의 신호 바뀜에도 견디기 어렵고 답답해 한다. 잠시의 짬새기 시간도 아깝다. 꽉짜여진 틀속에서 움직인다. 최근에는 전철안에서조차 졸지 않는다. 이 시간마저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여전히 바쁘게 움직인다.
이러한 우리에게 작가 김윤호는 천천히 살기, 느리게 살기를 권유한다.
'느리게 살기란 자신이 목적한 곳으로 부터 탈출하여 사는 자유다' 라고 말하며 그 삶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작가 김윤호는 폐쇄된 절터인 '폐사지'로 삼아 작업하였다.
폐쇄된 절터는 언제나 텅 비어 있다. 따라서 그곳엔 침묵이 있어 늘 사유의 공간이된다. 오래된 덤블속에 나 뒹구는 기단석이나 초석 등 유구에서 더 할 수 없는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풀숲에서 맨살을 드러내 유구를 보며 ( 遺構 : 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잔존물 ) 절터가 수용적이고 여유로움이 있음에 우리는 사는 방식에 있어서 '느림'을 발견하게 된다.
김윤호는 그 곳에 수용되어 있는 유구의 형태를 찾아 촬영하였다. 그런데 폐사지에 있는 유구의 형태는 모두 흐릿하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김윤호는 "
폐사지의 유구들이 갖고 있는 제각각의 독특한 형태와 양식의 세부를 은폐함은 도감처럼 절 유적 사진이 될 수도 있어 이를 피하고자 함이었고 시각적으로 긴장감을 불러 주고자 했다. 정신적으로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진 절대 자유의 장에서 나를 돌아보는 일탈의 차원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존재해 있는 유구의 모습의 변형을 통하여 내가 지금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의 장으로 들어서게 하는 의도라는 이야기다.
바라보는 관객은 그의 사진에서 천년의 시간적 흐름을 보고, 비켜간 시간적 공간을 느낄 수 있다. 기나 긴 시간을 묵묵히 지켜온 공간속 흐름을 사진을 통하여 보면서 더 많은 시간적 여유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가 말하는 느림은 단순히 변화의 속도를 가리키는 말에서 더 나아가 삶의 방식을 지칭한다. 편리함보다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뺄셈의 생활이며 내려놓음의 한 방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 준다.
전기선에 항상 연결되어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바쁜 우리에게 Plug를 빼 놓은 상태의 우리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게 우린 무엇에든 끊임없이 연결되어 살고 있고, 틀에 박혀 되풀이되는 생활 패턴에서 살고 있음에 이제 잠시 그 관계를 접고 서로를 연결해 주는 현실에서 한 발자국 떨어질 때 비로소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자리매김함을 알려주고 있다.
마치 플러그 뽑듯(unplug) 자신을 속박하는 것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본질적 삶에 다가서 보라고 말한다.
그는 천천히 산책하며 마주친 자연 속의 많은 것들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내며 느리게 사는 삶의 방식에 대해 표현해 냈다.
이미지 비평가 강혜정은 그의 작품 속의 장소 폐사지에 대하여
'천년 세월을 보듬고 흔적만을 간직한 채 함구하고 있는 공간으로서 불확실성과 시간적 흔적 등에 의해 철학적 사유의 공간으로 존재한다'고 했다. 김윤호는 그 공간에 바람과 세월에 의해 닳고 닳은 유구들의 흔적을 감춰버렸다. 그것은 현실을 또 하나의 차원으로 전개하기 위함이다. 그것은 작가 자신에게는 해방이고 자유이며 일탈의 표현이다.
김윤호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순수한 현실적 욕망들을 사진 이미지를 통해 풀어내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작가는 자신의 삶의 화두 '느림(slow life)'을 폐사지 사진 작업을 통해 unplug라는 비유로 보여주고자 했다. 마치 바쁜 일상의 명령자인 전기선을 빼어 멈추게 하듯말이다.
김윤호 작가에게 폐사지는 감각과 이성으로부터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그려내기에 안성맞춤인 그런 캔버스이다.
우리는 그 캔버스에서 천년의 흐름을 느끼며 나의 존재는 긴 세월의 한 순간임을 느끼며 그 안에서 여유로움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윤호는 여전히 느림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그의 두번째 느림의 소재는 나무라며 올 해 새로운 작업을 발표하려 준비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윤호 사진가의 전시
개인전
2013 Incheon, Korea
2011 Seoul, Korea
단체전
2000 Jakarta, 인도네시아
2000 Jakarta, 인도네시아
2001 Jakarta, 인도네시아
2001 Jakarta, 인도네시아
2006 Seoul, 한국
2009 Seoul, 한국
2010 in printing of cyanotype, Seoul, 한국
2011 in printing of cyanotype, Seoul, 한국
2012 Seoul,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