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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자매지 <코리아타임스> 사옥 회의실에 여러 컴퓨터가 설치됐다. 이를 두고 노조는 "장재구 회장이 자신의 뜻을 따르는 기자들만 모아 별도의 편집실을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자매지 <코리아타임스> 사옥 회의실에 여러 컴퓨터가 설치됐다. 이를 두고 노조는 "장재구 회장이 자신의 뜻을 따르는 기자들만 모아 별도의 편집실을 설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일보 노조 비대위

[기사수정: 12일 오전 11시 32분]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이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는 기자들과 편집국 밖에서 별도의 신문을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이미 회사가 외부에서 '제2의 편집실'을 꾸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는 11일 "한국일보 자매지인 <코리아타임즈> 사옥 회의실에 여러 대의 컴퓨터가 설치됐고, 이 컴퓨터에는 한국일보 편집 프로그램인 '퀵익스프레스'가 설치됐다"며 "장재구 회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편집국 기자들을 배제한 채 회사가 별도의 신문 제작하려고 준비 중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비대위는 "장 회장이 지난 7일 창간기념식 직후 회의를 열고 '기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 뜻을 따르는 사원들만 데리고 별도의 한국일보를 만들겠다' '두 번 전화 시도를 할 것이며 내 뜻을 거부하는 사람은 대기발령 등 징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대부분의 취재기자들이 거부 의사를 밝힐 경우, (자매지인) 서울경제나 연합뉴스의 기사를 활용해 편집국이 아닌 회사 외부 별도의 장소에서 지면을 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진주 비대위 부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복수의 회의 참석자를 통해 확인한 내용인데도 회사는 '장 회장 발언은 사실 무근'이라고 부인해왔다"며 "결국 밖에서 따로 '괴뢰 편집실'을 만들고 있는 현장이 발각된 셈"이라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별도의 장소에서 신문 제작을 시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법적 처벌 대상"이라며 "언론사에서 기자들의 의사를 배제하고 오너의 뜻대로 신문을 만들겠다는 것은 언론의 공공기능과 편집권의 공공성을 무시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에 회사 쪽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5월 초 노조 성명서가 신문 1면에 게재되는 일이 벌어졌을 때 마련했다"며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대비책을 준비한 것이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별도 지면제작에 이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작거부나 위기상황 때는 쓰일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인사발령 거부한 이영성 편집국장 최종 해고... 사태 악화일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행사장 밖에서 구호 외치는 기자들 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2013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이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행사장 밖에서 구호 외치는 기자들지난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일보> 주최로 '2013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 조합원들이 행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재구 <한국일보>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한국일보>는 이영성 편집국장의 해고를 지난 10일 최종 결정했다. 인사명령 불복종 등이 해고 이유다. 이날 이사회는 지난 5월 21일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한 이 국장 해고 안건을 의결했다. 회사는 5월 이 국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 대행은 중재 무산에 따른 책임을 지고 같은 날 사퇴했다. 지난달 29일 임명된 이 직무대행은 10일 동안 인사 중재안을 제시하며 노사 양족의 중재 역할을 해왔다.

한 달 넘게 이어져온 <한국일보> 노사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차례 징계 의사를 밝힌 회사는 본격적으로 징계를 단행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장 회장 지지 사원을 중심으로 한 회사 운영 방침이 예고된 바였다고 말한다. 장 회장은 지난 7일 <한국일보> 59주년 창간기념식에서 "<한국일보>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다, 약초일수록 잘 가꾸어야 한다"며 "과일나무에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비대위는 회사의 징계 강행 방침이 부당하다고 보고 계속 항의해 갈 계획이다. 이들은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고갱전' 개막식이 열리는 13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장 회장의 경영 파탄 책임과 배임, 부당 인사·해고 등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국장 해고와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비대위는 전했다. 이 국장 역시 계속 <한국일보>로 계속 출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장재구#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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