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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지난 5월 30일 아프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말라위가 한국에 청년 인력 10만 명을 파견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냈다. BBC는 "말라위의 조이스 반다 대통령이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이 같은 합의를 체결했다"고 보도하면서 말라위의 18~25세 청년 남녀들을 공장과 농촌지역으로 송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은 지난 2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박근혜 정부와 이같은 협약을 체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말라위 야당 의원들은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자 송출은 '노예 수출'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야당 측은 "말라위의 인재 부족으로 자국민에게 본국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청년층을 해외로 수출하기로 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라위 노동부장관(오른쪽)과 노동특보(왼쪽) 이주인권지원단체 활동에 감사 글을 쓰고 있는 말라위 노동부장관과 노동특보
말라위 노동부장관(오른쪽)과 노동특보(왼쪽)이주인권지원단체 활동에 감사 글을 쓰고 있는 말라위 노동부장관과 노동특보 ⓒ 고기복

반면 혼 유니스 마칸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은 "현대판 노예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집트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인도 영국 인력이 진출해 있는데 이들을 노예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라고 강조하며 "말라위의 젊은 층을 지원할 방안"이라고 야당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전했다.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한국으로의 이주노동자 송출을 '노예 수출'이라면서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는 내용은 한국민 입장에서는 아주 불쾌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BBC의 보도는 대한민국을 이주노동자를 노예취급하는 노동인권후진국이라고 말라위 야당 의원들의 입을 빌리는 형식으로 떠벌린 셈이다. 보도내용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은 이주노동자를 노예취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그래서 BBC가 대한민국을 '디스'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묘한 보도 시기, 대한민국은 멀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한국과 말라위 양국에서 보도내용의 진위를 가리느라 난리가 났는데, BBC는 인력송출과 관련된 보도를 내면서 양국 관계자의 말을 다 듣지 않고, 말라위측의 이야기만 전달했다. 그런데 여기에 시기적으로도 아주 묘한 구석이 있다. 해당 보도가 나가기 하루 전인, 5월 29일 독일 정부는 각의에서 우리나라를 선진국 그룹에 포함하는 내용의 외국인고용법 시행령 개정안을 최종 확정했다. 개정 시행령은 7월 1일 발효된다.

지난해 독일에서 상사 주재원 등 우리 국민의 노동허가 신청건수 1093건 중 18.5%인 202건이 거부됐다. 선진국 우대조항을 적용받는 일본은 노동허가 거부율이 같은 기간 6.5%로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독일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국적자는 독일 고용시장에서 선진 국민으로 분류돼 노동허가를 받기가 훨씬 쉬워진다.

독일은 1991년부터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을 제외한 비유럽권 국가로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스라엘 6개국 국민에게만 외국인 고용시 선진국 우대를 적용했으나, 특정 국가 한 곳을 선진국으로 재분류하기 위해 외국인고용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이 말은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신흥국이 아니라 선진국이라는 것을 선진국이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BBC 보도가 시기적으로 묘하다는 것은 독일의 대한민국 선진국 인정과 맞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BBC는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멀었다"고 선언하고 싶었는지, 대한민국을 노예무역이나 하는 인권, 노동권 후진국으로 떠벌렸다.

한편 BBC 보다 하루 뒤인 5월 31일, 문제의 보도가 나간 다음 날,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장관급 홍보활동, 한국경제설명회에서 대한민국의 탈 신흥국, 선진국 진입을 선언했다. 아직은 멀었다는 BBC와 탈 신흥국을 선언한 대한민국 부총리의 발언 중에 어느 쪽이 신뢰가 더 가는지는 약간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을 질시하는, 서구의 인종 우월적인 눈길을 BBC가 드러낸 셈이다.

명예영사 후보 사기 혹은 설레발

말라위가 이주노동자 10만 명을 파견키로 우리 정부와 약속했다는 BBC보도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6월 3일자로 말라위공화국을 송출국가로 지정한 바 없어 외국인 고용허가제 관련 MOU를 체결한 사실이 없고, 현재로서는 말라위공화국에 대하여 송출국가를 지정하기 위해 논의한 바도 없고, 지정할 계획도 없다고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우리는 가까운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이주노동자를 받는 상황이므로 굳이 아프리카에서 그렇게 많은 인원을 받기도 어렵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며 말라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주한 말라위 명예영사 후보라는 사람이 떠벌린 이야기가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혼 유니스 마캉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맨 우측)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방문한 혼 유니스 마캉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과 노동특보, 명예영사를 자청한 윤씨.
혼 유니스 마캉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맨 우측)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방문한 혼 유니스 마캉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과 노동특보, 명예영사를 자청한 윤씨. ⓒ 고기복

외국인고용허가와 관련한 인력송출에 대해 논의된 적이 전혀 없는데도 말라위 대통령이 관련 사실을 언급한 것은 중소기업을 운영한다고 알려진 윤아무개씨 때문이다. 그는 주한 말라위 명예영사를 자칭하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씨는 자신이 명예영사라고 소개하고 다니면서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영사 행사를 했고, 주한 말라위 명예영사라고 불로그를 운영하면서 비자 발급 대행 업무를 해왔다.

실제로 지난 3월 20일에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방문하면서 자신을 영사로 소개했고, 21일에는 완주군에서, 같은 달 22일에는 무안군청에서 열린 말라위 영농 선진화를 위한 협약식에서 자신을 주한 말라위공화국 명예총영사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말라위 이주노동자 송출 보도가 나간 이후, 윤씨는 관련 사실 문의에 대해 함구하고 있고,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홈페이지도 폐쇄한 상태다. 한편 국내에서 말라위 비자 발급 신청을 받고, 일본 주재 말라위 대사관에 접수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씨가 명예영사가 아니라고 확실하게 밝혔다. 현재 말라위 공화국은 우리나라에 윤씨를 명예영사로 위촉한다고 요청한 상태라고 한다. 외교부가 윤씨를 명예영사 후보라고 지칭한 이유다.

말라위 노동부, 명예영사에 놀아난 꼴

고용노동부나 외교부가 BBC보도가 나가자마자 해명 보도자료를 내면서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나선 것은,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도 있지만, 그에 따른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BBC 보도내용은 우리나라를 노동 관련해서 아프리카 최저개발국보다도 못한 노동인권 후진국으로 대내외적으로 비쳐지게 할 여지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인터넷 상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지금 20대 취업률 바닥인 거 모르나?, 동남아시아도 모자라 아프리카 외노까지 수입, 충격", "자국민은 일자리도 없는데, 10만 흑형설이라니?" 등등의 부정적 의견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에이즈군단 말라위 10만 노동자 한국상륙 임박" 등 인종차별적인 댓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BBC의 악의적인 디스이든, 말라위 명예영사를 자칭한 이의 농간에 의한 것이든 간에, 이번 말라위 10만 청년인력 수출 보도의 가장 큰 피해는 대한민국이다. 그 가운데 말라위 역시 인종차별적인 성향을 감추지 않는 네티즌들로부터 애매하게 돌을 맞는 형국이다.

지난 3월 20일 국내 최초로 관이 설립한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를 방문했던 혼 유니스 마캉갈라 말라위 노동부장관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역할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며, 말라위 이주노동자들의 한국 입국과 그에 따른 지원책 마련을 위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BBC 보도와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는 아직까지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말라위 노동부장관 감사 글 이주노동자지원단체가 중요한 기관이며, 이주노동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힘써 줄 것을 부탁하며 쓴 감사 글.
말라위 노동부장관 감사 글이주노동자지원단체가 중요한 기관이며, 이주노동자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힘써 줄 것을 부탁하며 쓴 감사 글. ⓒ 고기복

말라위 이주노동자 파견 보도 해프닝을 보면 이주노동이 전지구적인 일이며, 국제이주 과정에서의 노동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BBC보도 내용이 우리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면이 없지 않지만, 선진국 대우를 받으면서 해외 이주를 가는 나라인 만큼, 이주노동자 정책과 관련해서 선진국에 부합하는 인권,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말라위#이주노동자#노동부장관#이주노동#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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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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