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간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은 그동안 운행 결과 부산시와 김해시가 부담해야 할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20년 간 한 해 평균 1100억 원으로 총 2조 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중 김해시가 부담해야 할 몫은 한 해 평균 700억원, 김해시의 한 해 가용 예산이 1000억 원 가량이기 때문에 매년 가용예산의 70%를 경전철 적자보전에 부담하고 나면 다른 사업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김해시는 경전철 승객을 늘리기 위하여 버스노선을 변경하고, 통근, 통학 차량을 경전철로 연결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았지만 승객이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전철이 운행되는 만큼 적자는 늘어가고, 꼬박꼬박 MRG 보전을 해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산시를 상대로 60:40으로 된 MRG 보전 부담 비율을 50:50으로 조정을 요청하기도 하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유례가 없는 '상사 중재'를 신청하기도 하였으며, 경상남도와 중앙정부에 적자보전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 모든 문제는 경전철 도입 당시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했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경전철 도입 논의 당시 하루 17만 6000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수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가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도 안되는 3만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수요 예측치에 20%도 안되는 수준이죠.
엉터리 수요 예측이 만든 재앙 경전철 논의가 한창이었던 2000년 초반 김해시 인구가 50만 정도였는데, 하루 17만 6000명이 이용한다는 엉터리 예측을 토대로 8000억에 가까운 공사비를 쏟아 부어 만성 '적자철'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김해 경전철만큼 황당한 '도시철도' 도입 사업이 바로 옆 도시 창원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실 민간사업자에게 매년 수백 억 원의 MRG를 보전해주는 사업이 김해경전철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통행량 예측을 엉터리로 한 덕분에 지금도 마창대교에 연간 160억, 거가대교에 6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MRG로 지출되고 있습니다.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인한 혈세 낭비가 바로 옆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창원시는 도시철도 도입이 김해경전철과 같은 민자 사업이 아니라 국비 지원 사업이라는 점을 내세워 추진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최근 창원지역 시민단체들은 "김해 경전철 사태가 창원에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도시철도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승객 예측과 도시철도의 타당성 검증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동안 창원시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가장 중요한 수요 예측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컨대 2009년 기본 계획에서는 수요 예측이 하루 19만 명, 2011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는 하루 11만 명, 그리고 2014년에는 하루 14만 명으로 늘었다가 최근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는 하루 12만 명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장 수요예측을 높게 한 용역기관은 하루에 19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가장 낮게 수용 예측을 한 기관은 하루에 11만 명이 이용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루 이용객이 무려 8만 명씩이나 차이 나는 수요 예측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2009년 기본계획과 2012년 기본계획 승인 용역은 같은 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진행했는데, 3년 사이에 하루 승객 수요가 5만 명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정부 용역을 수행하는 공신력 있는 연구 기관들의 수요 예측이 이렇게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 사실 어느 쪽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해-부산 경전철 3만 명 타는데... 창원은 12만 명 탄다? 용역기관에 따라 수요 예측이 널뛰기 하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노선을 대폭 수정해 수요를 늘려 잡은 가장 최근 예측조차도 신뢰기하기 어렵다는 마찬가지입니다. 창원 도시철도의 경우 마산 가포에서 진해 석동까지 이어지는 34km 1개 노선으로 승객을 늘리기 위하여 노선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그 결과 가장 최근 수요 예측이 하루 12만 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내 전역에 600여 대의 차량을 거미줄 같은 노선으로 운행하고 있는 시내버스의 하루 이용승객을 다 합쳐봐야 2011년 28만 명, 2012년 29만 명에 불과합니다.
창원시의 주장대로라면 버스 승객 28만 명 중에서 절반 가까운 12만 명이 도시철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리 환승 시스템이 갖춰져도 마산-창원-진해를 연결하는 단 1개 노선만 운행하는 도시철도 승객이 하루 12만 명이나 될 것이라는 예측은 믿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수요 예측 공식 대신에 다른 도시와 비교해 봐도 창원시 수요 예측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형편입니다. 예컨대 인구 150만 명인 광주 도시철도의 하루 승객은 4만 명, 인구 152만 명인 대전 도시철도 하루 승객도 10만 명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인구 110만의 창원시에서 도시철도 승객이 하루 12만 8000명이나 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불과합니다. 창원시 인구가 110만이라고는 하지만, 행정구역 통합으로 서울시보다 면적이 더 넓어졌기 때문에 광주, 대전에 비하여 인구 밀도는 훨씬 낮고 도시철도 이용 승객은 광주, 대전보다 더 적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원시 도시철도 승객 예측치, 기초자료부터 엉망 또한 창원시의 승객 예측이 엉터리라는 사실이 최근 개최된 시민단체 주최 강연회에서 다시 한 번 밝혀졌습니다. 창원도시철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창원시의회 김석규 의원에 따르면 도시철도 승객 예측을 위해 사용한 기초 자료가 엉터리였다는 것입니다.
"창원시는 하루 버스 이용 승객을 최대 59만 명으로 추산해 도시철도 수요를 예측했는데, 이것은 버스 승객을 과다 계산한 것이다. 실제 하루 버스 이용 승객은 28 ~29만 명 수준이기 때문에 시내버스 이용 승객을 두 배나 뻥튀기 한 자료가 사용됐다."창원시는 8000억 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이 드는 도시철도 도입 명분으로 '자동차 증가율 억제'와 '교통 혼잡 완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석규 시의원에 따르면 이 도입 효과도 엉터리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타당성 조사 용역 보고서에 승용차 이용자가 대중교통인 도시철도로 전환하는 비율은 3.8에 그친다. 하루 승용차 이용자 100만 명 중에서 도시철도로 전환하는 수는 4만 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가용 억제와 교통 혼잡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편 창원시는 하루 12만 7000명의 승객이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경우 연간 운영적자는 28억 원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앞서 도시철도에 하루 12만 7000명이 탈 것이라는 수요예측이 엉터리라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연간 28억 원 적자라는 용역 결과도 신뢰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백번 양보해 창원 도시철도에 하루 12만 명이 탄다고 가정하더라도 운영적자 28억 원 추정은 터무니없이 낮은 예상입니다. 왜냐하면 창원시가 공개한 용역자료에만 따르더라도 도시철도가 개통하면 버스 승객 7만 명, 택시 승객 1만 7천 명이 감소하게 됩니다.
창원시가 매년 시내버스 운행손실보조금으로 350억 원(유가보조금 포함 6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하루 28만 명이던 버스 승객이 도시철도로 인하여 7만 명이나 줄어들면 수백 억 원의 손실보조금을 물어주어야 하는데, 시내버스가 지선으로 개편되는데 따른 손실도 보전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창원시는 시내버스, 택시 승객 감소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으며, 시내버스, 택시 등의 손실보전금을 도시철도로 인한 운영 적자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1년에 28억만 창원시가 부담하면 국비를 지원 받아 도시철도를 건설할 수 있다고 시민들을 혹세무민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울러 창원시의 '도시교통정비중기계획, 대중교통기본계획' 등에도 도시철도 계획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시철도 도입에 발맞춘 강력한 승용차 억제 정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터널, 교량을 늘여 승용차 통행을 활성화하는 계획만 잔뜩 세워놓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도시철도 도입의 명분으로 내걸고 있는 '대중교통활성화'는 말만 번지르르한 구호에 불과하는 게 여실이 드러나는 셈입니다.
한편 김석규 시의원은 재무성 검토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부산도시철도의 2010년 이용실적에 창원 인구비율을 적용하여 무임(노인, 장애인 등) 손실율을 19.2%로 예측하였는데, 실제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 도시철도 무임 손실을 2009년 기준으로 39.5%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방정부 재앙된 경전철과 도시철도
환승 손실까지 감안하면 부산시의 무임 손실이 45%나 되기 때문에 창원시의 수요예측을 정확하다고 가정해도 연간 32억 원을 훨씬 웃도는 추가 운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김해와 용인의 경전철 사업실패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1991년에 개통해 15년 만인 2006년에 누적 적자로 도시철도(경전철)를 폐선한 사례도 있습니다. 개통 후 하루 3200여 명이었던 승객이 2100여명 수준으로 떨어져 폐선을 결정하였지만 막대한 철거 비용 부담 때문에 레일을 걷어내지도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지방정부(아이치현)의 경우 하루 수송 밀도가 4000명 미만인 노선을 폐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법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합니다.
실제 서울, 부산을 제외한 국내 중소도시의 경전철이나 도시철도는 적자 문제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정부의 재앙이 되고 있습니다. 인구 110만 도시 창원은 수송분담율 20%를 목표로삼고 있는 자전거와 시내버스, 택시 등 현재 운영되는 대중교통만 잘 운영해도 충분합니다. 재앙이 될 것이 뻔한 도시철도를 추진하는 창원시는 정책적으로 무능한 것일까요? 아니면 무모한 것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