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의 <가까이>는 초판 발행 1년(2012년 5월)이 훌쩍 넘은 책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홍수 시대에 '1년이나 지난' 책을 서평으로 다루는 것은 참 올드한 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중스타 이효리를 아는데 있어 <가까이>는 어떤 서적보다 알차 보인다. 책 속에는 동물 보호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 이효리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효리의 <가까이>, 동물과 교감을 위한 한 발 전진하기
스타 이효리, 그녀는 최근 4집의 표절 논란을 딛고 5집 '미스코리아'와 '베드걸'을 낸 뒤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가식이나 이미지 마케팅을 벗고 솔직함으로 탈바꿈한 이효리의 모습에 대중은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효리가 이렇게 진솔했던 것만은 아니다. 1집 '텐미닛'으로 활동을 시작할 당시 그녀는 누구보다 화려했고, 부티나는 명품 옷과 가방이 잘 어울리는 화려한 연예인이었다. 일반 대중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구름 위를 걷는 스타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이효리의 옷과 가방이 반짝임 대신 수수함을 입기 시작했다. 필자가 이효리의 변화를 감지한 건, 4집 표절 논란 이후 동물보호 활동을 하면서 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였음에도, 유기 동물을 입양하고 채식을 하고, 모피를 입지 않으려하는 그녀의 노력은 인상 깊게 남았다.
물론 처음에는 180도 달라진 그녀의 모습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동물보호활동이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냐하는 비난이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효리의 동물보호에 관한 노력은 점차 대중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사랑의 시작은 눈 맞춤이라고 했던가. 우린 서로의 눈을 마주보았고 그것으로 서로에게 커다란 위로를 주었다. 고맙다 순심아. 내 곁으로 와줘서. 나와 함께 해줘서." - P11<가까이>에는 이효리가 유기동물을 입양했을 때 겪은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효리는 2011년 안성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몸이 아픈 순심이를 입양했다.
당시 푸들 혹은 코카 스파니엘 계열로 추정되는 순심이는 길거리를 떠돌다, 포획 안락사의 위험에 놓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동물 보호 봉사자에 의해 동물병원에 맡겨졌고, 이후 동물 보호소로 보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이효리를 만났다. 이효리는 당시에 대한 기억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만약 봉사자가 조금만 더 늦게 보호소에 도착했더라면, 안성 보호소에 널 맡기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날 그 보호소를 찾아가지 않았더라면, 너하고 나는 지금 이렇게 함께 일 수 없었겠지? 놀랍지 않니? 인연이란." - P46이효리와 순심이의 만남은 드라마틱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당시 순심이는 기르기 쉬운 몸 상태가 아니었다. 유기견이었던 순심이는 자궁축농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예인인 이효리에게 있어 질병에 걸린 유기견을 키운다는 것은, 그만큼 큰 부담을 짊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효리는 결국 순심이를 입양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입양의 발단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었다.
"왜 그럴까? 스스로에게 물으니 단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미안해도, 내가 완벽하지 않아도 마음이 접어지지 않으니 놓을 수가 없다. 그러니 실수투성이에 후회하는 일이 생겨도 고치면서 갈 수 밖에. 내가 원해서 들어선 길. 좀 더뎌도, 좀 헤매도, 앞으로 걸어 나가야지." - P76<가까이>를 통해 본 이효리는, 동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효리가 유기견, 나아가 유기 동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년 시절의 기억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집에서 기르던 메리에 대한 추억 때문이다. 영리한 개 메리가 자신의 오빠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고 회상하는 이효리. <가까이> 속 메리의 모습은 영락 없는 우리내 반려견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 감동도 잠시, 어느날 메리는 이효리 모르게 개장수에게 끌려가고 만다.
<가까이>에서 이효리는 여러 차례 메리 이야기를 꺼낸다. 어린 시절 함께한 반려견은 이렇듯, 한 사람의 추억에서 오래 살아있는 모양이다. 그래서일까. 필자는 이효리가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쩌면 메리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을 했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친구로 생각했기에, 또한 동물을 이해하고, 사랑했기에 '동물 보호'의 발을 내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효리는 생각보다 많은 개, 고양이를 키웠다. 닥스훈트(빠삐용) 코코, 미미(고양이)를 비롯해 유기고양이 순이와 삼식이까지, 모든 반려 동물과의 삶이 항상 행복했던 것만은 아니다. 때론 부주의로 소중한 반려 동물과 헤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또 동물보호 활동을 하며, 동물 학대의 실태를 겪으며 충격에 잠 못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도망치지 않으리라.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너무 느려 그 움직임이 보이지 않더라도 멈추지 않으리라. 금빛 태양이 비출 그날까지. - P149하지만 이효리는 '동물 사랑'을 놓지 않았다. 동물 보호의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진심으로 동물을 좋아하고, 동믈의 행복을 바라는 이효리의 모습은, 글을 읽는 이의 마음도 들뜨게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먼저 나서서 '동물 보호'를 선택한 이효리의 이야기에 가슴 한쪽이 뭉클했다.
이효리의 <가까이>를 통해 우리내 스타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동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 참 행복함을 줬다. 별것 아니지만 이 책 <가까이>의 인세 전액이 '동물보호시민단체'에 기부된다는 사실도 '동물 보호'에 대한 이효리에 대한 마음 씀씀이를 알게 해줬다. 이효리와 동물과의 교감, 참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