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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15일 검찰에 자신에 대한 기소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서, 검찰로선 곤혹스럽게 됐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정치관여·선거개입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14일 원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이는 형평성 논란이 예고된 것이어서 검찰이 겪어야 할 또 다른 후폭풍이다.

검찰은 국정원의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을 감안할 때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해 기소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장진수 전 주무관이 검찰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자신도 VIP에 절대충성 하는 조직에서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는 윗선의 지시를 받아 행한 일이니, 기소유예한 국정원 직원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자신에 대한 기소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
장진수 전 주무관이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 ⓒ 신종철

"우리 나라 법치, 이렇게 비참해졌나"

앞서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3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종석 전 행정관으로부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하라는 증거인멸 지시를 받았다며 청와대의 증거인멸 개입을 폭로했다. 그러면서 최 전 행정관의 '증거인멸 함구'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로 인해 검찰은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결정을 내리고, 특별수사팀을 꾸려 다시 수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조로 돈 묶음인 '관봉 5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나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었다.

그런데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입장에서는 14일 검찰이 발표한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에 대한 기소유예 논리라면 자신도 지시에 따른 것뿐이어서 억울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자신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공무원 복직이 불가능해졌으니, 기소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장진수 전 주무관의 공직신분을 박탈하게 만든 혐의는 증거인멸인데, 이는 검찰 수사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최종석 전 행정관과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으로부터 증거인멸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을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유죄를 선고했다.

이와 관련, 장진수 전 주무관은 15일 트위터에 "검찰…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특성상 전원 기소유예라고…"라고 어이없어하며 "우리나라의 법치가 정말 어쩌다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만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는 "같은 직원이지만, 범죄의 실행자들은 기소되지 않고, 그 범죄를 제보한 직원들은 기소되는 황당한 일… 검찰은 조직의 상명하복이라는 것이 나라의 법률보다도 위에 있다고 본 것인가? 도대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또 "검찰이 국정원의 상명하복 관계를 인정하여 부하직원들을 전원 불기소… 그럼 10.26 때 중앙정보부장과 함께 사형을 당한 그 부하 직원들은 너무 억울한 죽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라고 꼬집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그러면서 "검찰은 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주기 바란다"며 "국정원 범죄 직원들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를 이유로 불기소한 것과 동일한 수준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장 전 주무관은 "나 역시 vip에 절대충성 하는 조직에서 명백히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었고, 지시를 받아 행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근거를 제시해 검찰로선 곤혹스럽게 됐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15일 올린 글
장진수 전 주무관이 15일 올린 글 ⓒ 신종철

송훈석 변호사 "처벌해야 할 범죄자 보호해주고..."

실제로 검찰 수사로 드러난 2008년 8월 진경락 과장이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이른바 '일심 충성' 문건)에서는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브이아이피(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하고 "브이아이피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실→비에이치(BH=Blue Houseㆍ청와대) 비선→브이아이피(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이와 연관해, 부장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3선을 역임한 송훈석 변호사는 15일 트위터에 "처벌해야 할 범죄자들은 보호해주고, 보호해주어야 할 내부고발자는 처벌한다면 왜 법이 필요한가"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이는 원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국정원 간부와 직원에 대해서는 기소유예하면서도, 민주당에 제보한 국정원 직원은 기소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송 변호사는 전날에도 "(국정원) 간부·직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재발방지 할 수 없어! 공직사회에서 상관의 불법부당 지시를 거부하는 풍토 조성하기 위해 이를 이행한 부하들도 처벌해야"라고 주장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무료변론을 맡아 변호인으로 활동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도 검찰을 질타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15일 트위터에 "검찰, 국정원의 조직적인 범죄행위를 한 국정원 직원에게는 면죄부 주고, 범죄행위에 대해 야당에 알린 전현직 직원은 기밀누설죄로 기소. 살인자는 처벌하지 않고, 신고한 자만 처벌한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라며 "유치원생에게 물어봐도 누가 기소유예 대상인지 알 것이다"라고 맹비난했다.

이 변호사는 전날에도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민주주의에 대한 살해행위인데 검찰이 행동대장과 행동대원들을 모두 기소유예하다니...검찰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독설을 내뱉었다.

또한 "촛불집회에 참가한 수백명을 기소했던 검찰, 희대의 국기문란 사건인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국정원 간부와 직원들 전원 기소유예했다. 상명하복의 조직특성을 고려하여 기소유예 변명. 앞으로 조폭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우두머리만 기소할건가?"라고 일갈했다.

한편,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양심고백으로 폭로했던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장진수 전 주무관은 작년 12월 '양심의 소리' 재단법인 호루라기(이사장 이영기)가 선정해 '올해의 호루라기'상을 수상했다.

호루라기재단은 제1회 '올해의 호루라기'상 수상자로 장진수 전 주무관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 조작·인멸을 청와대가 주도했음을 폭로해 권력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향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전면 재수사를 이끌어냄으로써,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기여하고, 권력이 국민을 속이는 범죄행위가 결코 은폐될 수 없음을 경고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장진수#원세훈#민간인 불법사찰#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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